(비즈트렌드)'심쿵'하게 만드는 제품의 비밀을 아시나요?
2015-08-05 10:57:28 2015-08-05 10:57:28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굳이 지금이 아니어도 언제든 살 수 있지만 오늘 꼭 사야만 하는 제품이 있다. 굉장히 익숙한데 희소성이 있어 보인다거나, 저렴한 가격임에도 고급스러워보이는 상품도 있다.
 
이런 아이러니를 가능케 하는 비밀은 바로 '콜라보레이션'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더하기가 아닌 곱하기, 콜라보레이션 마케팅'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콜라보레이션은 하나 더하기 하나가 아닌 그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 낸다"며 "익숙한 제품에 새로움을 더하고 타깃 고객군을 확장시키며 때로는 상황의 돌파구가 돼 주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콜라보레이션은 영역을 불문하고 마케팅에 두루 사용되고 있다.
 
삼성전자(005930)의 '갤럭시S6 엣지 아이언맨 에디션'은 침체된 스마트폰 시장 속에 열풍을 일으켰다. 갤럭시S6의 최신 기능에 아이언맨의 수트를 연상시키는 레드와 골드의 광택을 덧입혔다. 제품 뒷면에는 아이언맨의 마스크와 한정판 일련번호를 각인해 소장 가치를 높였다.
 
갤럭시S6 엣지 아이언맨 에디션. 사진/ 삼성전자
 
기존 갤럭시S6 엣지의 동일 메모리 용량 제품보다 약 14만원 비쌌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히어로의 모습이 담긴 스페셜 에디션이 주는 가치는 그 가격 차이 이상으로 여겨졌다.
 
공식 온라인스토어에서 1000대 한정으로 판매가 시작되자 구매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몰렸고 급기야 사이트가 마비됐다. 준비된 1000대의 제품이 하루도 안돼 완판됐다.
 
국내 고객뿐 아니라 해외 소비자들 역시 아이언맨 에디션에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온라인 경매사이트 이베이에서는 국내가(119만9000원)보다 30배 이상 높은 3만5600달러(한화 약 3940만원)에 낙찰됐다. 특히, 일련번호 중 66번은 중국의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우리 돈으로 1억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되며 콜라보레이션의 가치를 입증했다.
 
스웨덴의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 H&M은 지난 2004년 샤넬의 수석디자이너 칼 라거펠트와 손잡은 것을 시작으로 스텔라 맥카트니, 레이 가와쿠보, 소니아 리키엘, 지미추, 랑방, 베르사체 등 일반인이 접하기 어려운 디자이너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이어오고 있다. 가장 최근 진행된 알렉산더 왕과의 콜라보레이션 출시일에는 1200여명의 고객들이 명동·압구정 등 매장 앞에 운집했다.
 
이러한 지속적인 노력 덕에 저렴한 가격에 패스트 패션을 제공하는 SPA 브랜드의 이미지를 고품격 디자인을 합리적인 가격에 소개하는 이미지로 업그레이드 시켰다. 함께한 디자이너 역시 대중들에게 자신의 디자인을 알리는 효과를 얻어 윈윈하는 결과를 도출했다.
 
알라딘이 도서 구매 시 제공하는 사은품. 사진/ 알라딘
 
온라인 도서 판매 사이트 알라딘은 도서와 관련된 모든 콘텐츠를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녹여낸다. 한 줄의 시 구절, 작가의 얼굴, 책 표지 등의 고품질 제품을 비롯해 북마크, 책베개, 부채, 에코백, 머그잔, 키홀더, 파우치, 스탠드 등 다양한 종류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도서정가세의 시행으로 도서에 대한 할인율이 15%(현금할인 10%+간접할인 5%)로 제한되면서 오프라인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사랑받던 온라인 서적의 소구포인트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알라딘은 도서 콘텐츠를 활용한 사은품으로 고객이 다른 채널 대신 알라딘을 선택하게 만들었다. 이를 통해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17.8%, 20.2% 증가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식품 분야에서도 콜라보레이션이 빈번하게 적용되고 있다. 맥도날드는 지난해 6월 3500원의 해피밀 세트를 먹으면 사은품으로 슈퍼마리오 장난감을 제공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까지까지 큰 관심을 보였다. 1980년대 인기 게임인 슈퍼마리오가 어린 시절의 추억을 자극하는 역할을 한 것이다.
 
슈퍼마리오를 받기 위해 야심한 밤에 맥도날드 앞에서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이 이벤트는 고객의 수집욕도 자극했다. 1차와 2차에 각각 4종씩 총 8종의 장난감을 선보였는데, 전종을 모으기 위해서는 여러차례 이벤트에 참여해야 했다. 그 결과 1차분이 사흘 만에 매진되면서 2차분 판매를 예정보다 일주일 앞당겨야 했다.
 
맥도널드가 제공한 슈퍼마리오 해피밀 장난감. 사진/ 맥도널드
 
던킨도너츠도 핀란드의 대표 캐릭터 무민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전년 대비 매출을 30% 올렸다. 도넛이라는 일상적인 식품에 캐릭터라는 새로움을 더해 관심도 놓였고, 이를 매출 증대로 연결시킨 성공사례다.
 
무민인형은 꽤 까다로운 사은품이었다. 도넛을 8개 이상 구매하거나 케이크 구매 시 2000~3000원의 추가비용을 지불하고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무민을 기다려 온 사람들은 개의치 않았다. 한달 간의 이벤트를 위해 준비된 20만개의 무민인형 중 1만만개가 일주일만에 소진됐다.
 
신나라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콜라보레이션의 조합은 무궁무진하다"며 "유무형의 조합은 물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과 같은 서비스와 데이터의 결합 등 무형간의 시너지 역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본격화되면 사물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상호연계가 강화된다면 콜라보레이션의 영역은 더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모든 조합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주는 건 아니라고 부연했다. 신 연구원은 수집가들을 공략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차이의 가치를 알아보고 모으는 것에서 기쁨을 느끼는 수집가들은 콜라보레이션 마케팅의 적절한 타깃"이라며 "이들에게 콜라보레이션은 다른 대체재 대신 자사 상품을 선택해야만 하는 이유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타깃을 파악했다면 그 다음 단계로 이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대상을 콜라보레이션 상대로 삼아야 한다. 고객군을 넓히고 싶을 때도 마찬가지다. 이는 기존 제품의 부족한 부분을 상쇄해 주는 역할을 한다.
 
더불어 신 연구원은 희소성으로 상품의 매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오늘까지', '마지막', '한정' 등과 같은 단어들은 한번 더 눈길을 가게 한다. 당장 필요하진 않지만 오늘이 지나면 후회할 것 같은 느낌이 들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아울러 "고객이 자랑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이를 마음껏 자랑하도록 하라"면서 "들려오는 주변의 자랑은 해당 제품에 시큰둥하던 사람들까지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애신 기자 vamo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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