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화엽 SK종합화학 사장과 사빅의 압둘라만 알 파기 부사장이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넥슬렌' 합작법인 계약 서명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SK종합화학이 세계 2위 규모의 종합화학기업인 사빅(SABIC)과 고성능 폴리에틸렌 합작법인을 출범시키고,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섰다.
SK종합화학은 지난 3일 서울시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종합화학기업인 사빅과 '넥슬렌' 생산·판매를 위한 합작법인을 출범시켰다고 5일 밝혔다. 법인 출범을 위한 계약서 서명식에는 차화엽 SK종합화학 사장과 압둘라만 알 파기 사빅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넥슬렌은 SK이노베이션이 2010년 국내 기업 최초로 촉매·공정·제품 등 전 과정을 100% 독자기술로 개발한 고성능 폴리에틸렌 브랜드다. 주로 고부가 필름·자동차 및 신발 내장재·케이블 피복 등에 사용된다. 기존 범용 폴리에틸렌 대비 내구성·투명성·가공성 등이 뛰어난 프리미엄 제품으로 분류돼 판매 단가가 높다.
SK종합화학과 사빅은 50 대 50 비율로 출자해 7100억원 자산 규모의 합작법인인 SSNC를 싱가포르에 설립할 계획이다. 앞서 SK종합화학은 지난달 한국넥슬렌유한회사(Korea Nexlene Company 이하 KNC)를 설립하고, 울산 넥슬렌 공장 자산을 KNC에 현물출자 한 바 있다. KNC는 SSNC의 100% 자회사로 편입됐다.
양 측은 지난해 5월 합작법인 설립 계약(JVA)을 체결하고, 세부 계약조건을 정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해왔다. 협상 타결로 넥슬렌 제조 기술을 개발한 SK이노베이션과 SK종합화학은 SSNC에 기술과 공장 자산 등을 넘기고 총 54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하게 됐다.
SK종합화학은 합작법인 출범을 계기로 사빅의 글로벌 마케팅 역량을 활용해 해외 시장에서 넥슬렌 마케팅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SSNC는 현재 상업생산 중인 울산의 넥슬렌 제1 공장에 이어 수년 내 사우디아라비아에 제2공장을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국내 기업 중 사빅과 합작 프로젝트를 성사시킨 것은 SK종합화학이 처음이다. 이 프로젝트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11년 3월 중동 방문 중 평소 친분이 있던 사빅의 모하메드 알마디 전 부회장(현 국방사업 장관)에게 합작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최 회장은 다보스포럼, 중국 보아오포럼 등에서 알마디 전 부회장을 만나 거듭 합작을 제안했고, 두 회사 실무진은 4년 간의 협상 끝에 이번에 최종 결실을 맺었다.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도 지난 3월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중 사빅 최고경영진을 만나 협상 타결을 진척시켰다.
차화엽 SK종합화학 사장은 "원료 경쟁력과 마케팅 역량을 갖춘 사빅을 만나 세계 시장을 공략하게 됐다"며 "제2의 넥슬렌 신화를 이어갈 수 있도록 고부가가치 화학제품군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계속 업그레이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빅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지분 70%를 소유한 종합화학 업체로, 세계 1위의 에틸렌 생산능력(연산 1075만톤)과 3위의 폴리에틸렌 생산능력(연산 590만톤)을 보유하고 있다. 풍부한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인수합병(M&A)과 합작사업(JV)을 활발하게 진행해 왔으며, 현재 전 세계 약 20개 JV와 80개의 자회사·지사를 거느리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502억달러(한화 56조3900억원), 영업이익은 62억달러(6조9600억원) 규모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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