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윤미향 상임대표는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제발 할머니들을 말려 달라’는 글을 남겼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시위가 있는 날이었다.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메르스가 위험하니 오늘은 나가지 마시라’고 해도 말이 안 통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윤 대표의 호소와 많은 사람들의 만류는 소용이 없었다. ‘아픈 실무자들도 나가는데 당사자가 안 가면 안 된다’며 나서는 김복동 할머니를 말릴 수가 없었다.
김 할머니는 요즘 어느 때보다 바쁘다.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식 다음날인 23일에는 긴급 기자회견에 참석해 “일본이 한·일 관계의 새 막을 열려면 늦기 전에 과거사 문제를 결자해지하라”고 촉구했다. 다음날인 24일은 긴 하루였다. 오전에는 방한한 자이드 라아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를 만났다. 그는 “유엔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오후 수요집회에서 김 할머니는 분쟁지역 피해 아동과 평화활동가 양성에 써달라며 평생 모은 재산 5000만원을 기부했다. “일본에서 배상금이 나오면 한 푼도 안 쓰고 딱한 사람들에게 바치겠다고 생각했지만, 이게 언제 나올지 모르는 기라.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장학금으로 전달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하지만 뿌듯한 마음도 잠시. 위안부 피해자로 6살 아래인 김연희 할머니가 운명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제 남은 사람은 자신을 포함해 49명이라는 생각에 슬픔보다는 조급함이 앞섰다. 김 할머니는 바로 다음 날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다음달 1일 워싱턴DC 일본대사관 앞 수요시위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
김복동 할머니가 수요집회에 참석해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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