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기회복에 대한 낙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 6월 유로존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년만에 최고치로 올라서면서 뚜렷한 회복 조짐이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양적완화 효과가 민간경기 회복으로까지 이어지면서 향후 경기회복세가 정상궤도에 진입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들이 쏟아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시장조사업체 마르키트는 유로존의 제조·서비스업 경기를 반영하는 이달 종합 PMI가 전월대비 0.5포인트 상승한 54.1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53.5를 웃도는 수준으로 지난 2011년 5월 이후 최고치다. 제조업 PMI와 서비스업 PMI도 각각 52.5, 54.4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를 뛰어 넘었다.
로이터는 "경기회복의 명백한 신호"라고 평했다.
파이낸셜타임즈(FT)도 "유로존의 경기 회복세가 점차 강해지고 있다"며 "그리스 노이즈를 감안하면 서프라이즈한 결과"라고 전했다.
◇(자료=마르키트)
◇독일 '끌고' 프랑스 '밀고'
서프라이즈한 지표 호조의 힘은 유로존 경제 대국인 독일과 프랑스가 견인했다. 유럽경제의 쌍두마차가 제 역할을 해주면서 전체적인 유로존 경기 회복을 주도하고 있는 것.
독일의 6월 종합PMI는 같은 기간 1.2포인트 상승한 54.2를 기록했다. 이는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프랑스의 종합 PMI도 53.4를 기록하며 지난달 52.0을 크게 웃돌았다.
FT는 "독일과 프랑스를 포함해 여타 다른 국가들도 이전에 비해 민간경기 개선세가 나타나면서 전반적으로 경기가 좋아지는 분위기"라며 "완연한 회복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내리기에 충분하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지표를 두고 유럽중앙은행(ECB)의 부양책이 서서히 경기 회복에 불을 지핀데 따른 결과라고 해석했다.
ECB는 유로존의 성장 부양과 디플레이션 타개를 위해 지난 3월부터 월간 약 600억유로의 자산매입을 진행 중이다.
이어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당초 계획대로 내년 9월까지 양적완화를 지속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필요할 경우, 자산매입 규모를 확대하거나 기간을 더 늘릴 수 있다는 뉘앙스의 발언도 남기고 있다. 유로존 경기를 지속적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는 것.
드라기 총재는 "양적완화 프로그램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물가상승률 기대치 회복과 소비 진작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진로는 그리스 협상 결과에 달려
시장 전문가들은 그리스 리스크에 발목만 잡히지 않는다면 향후 경기 회복 속도는 더 가파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본격적인 성장궤도 진입이 무난하리라는 예상이다.
무엇보다 가계 대출이 반등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주택자금 대출이 증가하고 있고 소비자 신용도 감소폭도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다는 점 역시 긍정적인 대목으로 지목된다. 소비심리 개선으로 인한 대출 증가는 소매판매 개선에 긍정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유로화 약세 효과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유로존 역외 수출은 11개월 연속 증가했다. 최근 유로화 약세가 주춤했지만 미국이 연내 금리 인상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유로화 약세 추세는 변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향후 역외 수출 개선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감을 갖게 하는 대목이라는 것.
또한 유로존 역내 수출도 1월 감소한 이후 반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유로존 내 소비 개선과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요인들을 고려하면 유로존은 그리스 사태가 매듭 지어진 이후 개선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올해 하반기까지 경기 반등세가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크리스 윌리암슨 마르키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 경제는 그리스 사태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유로존은 올해 약 2% 성장 가능한 궤도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다만 향후 관건은 그리스 채무협상 과정이 될 것"이라며 "그 결과에 따라 향후 경기회복 속도와 과정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BNP파리바의 도미니크 브라이언트 이코노미스트도 "그리스 사태를 둘러싼 긴장감은 향후에도 유로존 경제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경 기자 add171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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