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자가 122명으로 늘어나며 메르스 공포가 확산되는 가운데 확진환자 55명을 배출하며 국내 메르스 감염자 발생 1위인 서울 강남구 일원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앞으로 환자와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건희 회장이 머물고 있는 삼성서울병원. 국내 최고의 병원으로 손꼽히던 굴지의 병원이 메르스 확산의 새로운 진원지로 진통을 앓고 있다. 하루 8000여명 가까운 환자들이 찾고 1950석의 병상이 있는 대형병원이 메르스의 온상으로 낙인 찍힌 이유는 뭘까.
삼성서울병원과 보건당국과 부적절한 관계 등이 빚어낸 참사가 새로운 메르스의 확산지를 만들어 냈다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11일 현재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자 122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55명이 삼성서울병원을 통해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첫 번째 메르스 진원지인 평택성모병원에서 첫 번째 감염자를 통해 감염된 환자인 36명을 어느새 훌쩍 넘어섰다.
하지만 평택성모병원의 경우 현재 폐쇄 조치가 내려졌지만 삼성서울병원은 훨씬 많은 수의 감염자가 발생했고 여전히 진행중인 상황이지만 여전히 병원 운영을 멈추지 않고 있다.
보건 당국의 병원 봐주기라는 의혹이 불거지는 이유다.
최규진 보건의료단체연합 기획국장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삼성서울병원이 보건 당국 위에 군림하는 모양새라 통제할 수 없는 성역과 같다"며 "확증은 없지만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특혜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는 정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 의료관계자는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해 지금 당장 삼성서울병원의 의료진 모두를 격리하고 검사와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사실상 병원의 폐쇄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노환규 전 병원협회장도 "현재 병원이 정상 운영을 하고 있지만 평택성모병원처럼 폐쇄 조치를 내릴 지 여부는 민감한 사안이라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 당국과 삼성서울병원의 관계가 병원명 공개나 병원 폐쇄 등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는 말로 풀이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나아가 병원명 공개가 늦어진 것도 이미 메르스 관련 병원이라고 알려진 삼성서울병원을 봐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를 확산 시킨 감염자는 30대 남성인 14번째 확진자로 5월 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입원한 뒤 3일을 머물렀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기간동안 14번째 감염자에게는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고, 병원을 찾은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 등 800명은 모두 메르스 바이러스에 노출 됐다.
조치가 제대로 취해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 병원측은 감염자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병원명 공개에 대한 거센 여론에도 불구하고 메르스 발생 20여일 만에 병원명을 공개한 보건복지부의 정책이 독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노 전 대한의사협회장은 "삼성서울병원이 진원지가 된 가장 큰 이유는 정보 공개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평택성모병원을 방문했던 환자가 병원에 왔지만 의료진들이 이를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에 응급실에 방치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메르스 확산에 있어 삼성서울병원측의 '병원이 아닌 정부가 대응에 미비했다'는 불만 섞인 이야기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지만 삼성서울병원의 대응도 질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미 메르스 확산의 위험성이 커진 상황에서 메르스와 직결되는 폐렴 환자가 응급실을 찾았지만 메르스라는 의심조차 하지 않았고, 질병관리본부의 연락이 있기 전까지는 역학조사나 대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응급실이 아닌 외래환자도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공기 전염이나 4차 감염으로 확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도 더욱 커지고 있다.
노 전 협회장은 "외래환자가 감염됐다는 것은 메르스 확산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하며 "4차감염의 우려가 매우 커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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