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준공공임대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해 건설자금 융자를 지원키로 했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시의 재정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아닌 이자차액보전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어서 사업자가 융자를 받기 오히려 까다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침수 및 노후화된 주택 부지 등에 건물을 신축해 준공공임대주택으로 운영할 민간 임대사업자에 가구당 최대 1억5000만 원의 융자를 연 2%의 금리로 최장 10년간 지원할 계획이다.
준공공임대주택은 세제·금융혜택을 받는 대신 정부로부터 임대료 규제를 받는 민간임대주택으로, 그 동안 기존주택을 매입하거나 개량하는 형태로 공급돼 왔다. 하지만 서울시가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건설자금을 지원해 임대사업자의 자금 부담을 완화해 낮은 수익률로 인한 문제점을 개선 하겠다고 나섰다. 시는 올해 295가구를 시작으로 오는 2018년까지 총 1200가구에 대한 융자를 지원하겠다는 목표다.
당초 시는 지난해부터 준공공임대 공급 활성화를 위해 금융권·임대사업자와 시 재정을 융자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협약을 체결, 관악구 신림동 준공공임대주택 16가구가 건설자금 융자를 받고 시범적으로 공급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우리은행, 신협중앙회와 준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명분으로 한 건설자금 융자 지원 협약을 맺었다. 사진/ 뉴시스
그러나 곧바로 시는 사업 규모 확대를 위해 이자차액보전방식으로 사업 계획을 선회했다. 이자차액보전방식은 시가 직접 저리로 돈을 빌려주는 대신 은행이 자체 금리로 대출해주고, 그 때 발생하는 이자의 차이를 시가 메워주는 형태다. 민간 자금을 활용했기 때문에 재정을 소요하지 않을 수 있고, 이에 따라 사업 규모를 늘릴 수 있다는 게 시의 계산이다.
하지만 오히려 임대사업자들에겐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책자금 집행 기관이 공공에서 민간으로 바뀌게 되면 상환능력이 중요한 기준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시의 지원을 받는 것보다 융자받기가 더 까다로워질 수 있다.
또,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대출금리가 낮아져도 대출 수혜자가 체감하는 부담은 비슷할 수 있다. 실제로 시가 이차보전방식으로 준공공임대 건설자금 지원 확대 계획을 수립한 지난 2월에는 기준금리가 2.12%, 대출 금리는 4.42% 수준으로, 시는 이차보전률 2.42%를 적용, 임대사업자로 하여금 2%의 금리를 부담하게 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한 달 뒤 기준금리가 1.86%로 하락하면서 대출 금리도 4.16%로 덩달아 낮아졌고, 임대사업자는 기존 이차보전률대로라면 1.74% 정도의 이자만 내면 됐지만 시가 이차보전률을 0.26% 인하하는 꼼수를 부리며 사업자의 부담은 동일해졌다.
이차보전방식으로 전환한 사업은 다시 재정융자 방식으로 되돌리기 쉽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시의 재정건전성을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다. 시의 재정으로 직접 자금을 빌려주면 만기 시 회수할 수 있지만, 은행에 이차보전으로 지급한 자금은 월세처럼 소모되는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이다. 결국 재정이 악화되면 임대주택 공급을 위한 예산도 담보할 수 없는 셈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측은 “준공공임대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해 건설자금 융자를 이차보전방식으로 지원하는 계획을 수립한 상태에서 대출금리가 변동돼 당초 사업자 지원 목표금리와 시범사업자와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이차보전금리를 변경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방서후 기자 zooc60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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