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사교육비 경감대책이 '교육의 양극화' 해소에 전혀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의 사교육비를 절감하고, 공교육을 바로 세우기 차원으로 추진된 방과 후 학교의 실적이 지난 5년 간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사교육은 참여율과 총액 등 양적인 측면은 개선이 됐지만 지역 간 격차는 더 커지는 등 질적 면에서는 오히려 악화됐다.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5 청소년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청소년들의 사교육 참여율과 사교육비 총액은 각각 68.6%, 18조2297억원으로, 전녀 대비 각각 3663억원, 0.2%포인트씩 줄었다. 같은 기간 방과 후 학교는 1조2600억원(59.3%)으로 전년 대비 600억원(1.1%포인트) 늘었다.
정부의 사교육비 경감대책이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여기에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의 영향이 지배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국내 학생 수는 5년 전인 2010년과 비교해 724만명에서 629만명으로 15% 가량 줄었다. 매해 3~4% 가량의 증감률로 5년 동안 총 학생 95만명이 줄어든 것이다.
수험생과 학부모 등이 2016학년도 대학입시에 대한 정보를 듣고 있다./사진=뉴시스
실제로 이 기간 지역 간 사교육 지출 격차는 더 벌어졌다. 지난 2010년 서울과 읍면 청소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지출은 각각 33만5000원, 15만6000원으로 조사됐다. 16만1000원의 차이다. 그런데 이 격차는 2014년 들어 17만9000원으로 넓어졌다. 광역시, 중소도시와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서울과 중소도시 청소년 간 격차는 7만7000원에서 9만4000원으로 광역시 청소년과는 9만4000원에서 10만4000원으로 벌어졌다.
사교육 참여율 격차도 더 커졌다. 지난 2010년 12.1%포인트 차를 보이던 서울과 읍면 청소년 간 사교육 참여율은 지난해 들어 15.2%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지난 2010년 서울 거주 청소년은 100명 중 77.5명꼴로 사교육을 받았다. 읍면 청소년 65.4명에 견줘 12.1명 많다. 그런데 2014년 벌인 같은 조사에서 이 격차 폭은 74.4명 대비 59.2명으로 더 커졌다. 같은 기간 서울과 중소도시, 광역시 간 격차도 각각 2.8%포인트에서 4.3%포인트로, 3.4%포인트에서 6.6%포인트로 벌어졌다.
이같은 교육 양극화의 확대는 어학연수 등 고액 사교육 부문에서 더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5년 전인 2010년에는 서울 거주 청소년 1000명 중 9명이 어학연수를 받는 동안 읍면 청소년 1000명 중 6명이 어학연수를 받았다. 그런데 지난해 조사 결과, 서울 거주 청소년의 어학연수 참여율은 100명 중 1명꼴로 늘었으며, 읍면은 1000명 중 4명꼴로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강화하기로 했던 '방과 후 학교'도 별다른 개선을 이끌어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참여율과 총액이 5년째 거의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수준이다. 지난 2010년 55.6%던 국내 청소년들의 방과후학교 참여율은 3년 간 매해 1%씩 오르는데 그쳤다. 그러나 이마저도 2013년 60.2%에서 최고치를 기록한 후 지난해 다시 59.3%로 주저 앉았다. 방과 후 학교 총액도 지난 2010년 1조2100억원에서 지난해 1조2600억원으로 500억 가량 오르며 거의 변화가 없었다.
송인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표는 "2014년 사교육비 총 규모는 5년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 감소 비율은 전체 초·중·고 학생수의 감소율 3%(19만6000명)에 미치지 못하므로 실질적으로 줄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방글아 기자(geulah.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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