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삼성 지하통로·강남역 침수' 두마리 토끼두고 고민
서초구·삼성 폐쇄 반대..시민 불편도 우려
서울시 "통로 폐쇄 없는 침수대책 고심 중"
2015-03-19 16:48:18 2015-03-19 16:48:18
[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서울시가 시민들과 서초구, 삼성 모두가 만족할 강남역 침수 방지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7일 강남역의 상습 침수를 막기 위해 강남역 삼성 사옥 인근 하수관로를 공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하수관로에는 바닥이 약 1.8m 높아지는 역경사로가 있다. 하수관로 아래로 삼성 사옥과 강남역을 연결하는 통로가 추가되면서 생긴 비정상적인 구조다.
 
서울시는 역경사로가 물의 흐름을 방해해 하수관로 기능이 떨어졌다고 보고 있다.
 
김학진 서울시 물순환기획관은 "삼성사옥 인근을 지나는 하수관로로 85% 정도 물이 통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연결통로로 인해 하수관로가 비정상적으로 설치된 상황이므로 삼성사옥 연결통로를 폐쇄시킨다던가 하수관로를 우회해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서울시 관계자는 "서초구와 삼성이 반대하더라도 서울시가 폐쇄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 가옥과 강남역 통로는 삼성이 서울시에 기부채납한 서울시 자산이다. 또 하수관로가 지나는 통로 부분은 서울시설공단의 관리영역이다.
 
그러나 이같은 방안에 강남역 지역을 관할하는 서초구가 당장 반발하고 있다.
 
서초구는 "서울시 대책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유역분리터널공사와 대심도 터널설치가 핵심임에도 이에 대한 구체적인 추진계획과 일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시가 강남역 침수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서초구가 서울시 침수 대책에 반감을 나타낸 것은 상습 침수 책임 소재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2012년 감사원 감사에 따르면 역경사로가 생긴 원인은 서초구청 책임이다. 서초구는 2007년 하수관로 확장 공사를 진행 도중 검토도 하지 않고 삼성사옥 통로 설치를 허가했고, 공사가 불가능해지자 또 다시 검토도 없이 역경사로 형태로 설계 변경을 승인했다.
 
그러나 서초구는 상습침수의 근본 원인은 강남역 해발고도가 주변보다 17m 이상 낮기 때문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침수 해결을 위해서는 대심도 터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심도 터널을 뚫는 것이 강남역 상습 침수의 해결책"이라며 "경부고속도로를 지하화하면서 터널을 하나 더 만들면 비용 문제도 해결된다"고 주장했다.
 
삼성도 강남역 지하통로 폐쇄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서울시 대책 발표 이후 삼성 측은 공식적으로는 "관계 기관과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다만 서초구청으로부터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며 서울시 폐쇄 조치에는 반대 하고 있다.
 
서초구와 삼성이 반대하면서 서울시도 발표한 대책을 추진하기 껄끄러워졌다. 독단적으로 폐쇄를 할 경우 또 다른 시민들의 반발이 우려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많은 시민들이 그 통로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시민들로부터 이해를 구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서초구청과 삼성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능하면 통로를 폐쇄하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삼성전자 사옥 정문ⓒNews1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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