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방서후기자] 서울시 SH공사가 부채 감축을 위한 택지 판매에 투입돼 성과를 낸 마케팅 전문가들을 해고 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013년 3월 SH공사는 공사가 보유한 미매각 토지 판매촉진관련 업무를 맡을 마케팅 전문가 7명을 고용했다. 당시 1년 계약 후 실적이 우수한 직원에 한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줄 것을 조건으로 달았다.
하지만 공사는 지난해 3월 직원 전원의 계약기간을 1년 연장한 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지 않았다. 미매각 택지 해소에 따라 업무량이 줄어든 데다, 정원 반영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해당 직원들은 "SH공사는 계약기간 2년이 종료되는 시점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 될 것이라 얘기했지만 전환조건은 무시하고 있다"며 "필요할 때는 실컷 부려먹고 이제와 일이 없다고 나가라는 것이냐"고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 당시 SH공사 마케팅 전문가 채용 공고. 실적이 우수한 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는 조건이 붙었지만 공사는 '해고'로 가닥을 잡았다.
이들은 공사가 애초부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계획이 없었으면서도 성과를 내도록 거짓으로 동기부여를 했고,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가 SH공사를 비롯한 산하기관들의 부채 감소와 경영 혁신을 위해 30억원을 들여 맥킨지·삼일회계법인을 통해 진행한 컨설팅 결과 보고서에는 '단순 판촉 업무에 투입된 마케팅 전문가들이 유휴인력화 될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보고서에 인용된 SH공사 임원의 발언에서도 "택지 매각이 진행되면서 판촉팀의 15명과 택지 매각을 위해 올해(2013년) 추가 채용한 마케팅 전문가 7명, 추가 채용 예정인 3명의 할 일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가 지난 2013년 3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진행된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된 것을 감안하면 계약 해지 위기에 놓인 마케팅 전문가 7명은 처음부터 해고가 예정된 임시직으로 채용된 셈이다.
변창흠 SH공사 사장 역시 지난 6일 시의회에서 열린 공사 주요업무보고에서 "정규직이 아닌 계약을 연장해주겠다고 한 것"이라며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도 들었지만 계약과 관련해서는 직무부채 감축 등을 위해 임시로 채용한 사람"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한편, 보고서는 공사의 중장기적 사업 구조를 '택지개발 및 분양주택 공급'에서 '임대주택 공급·관리 및 도시재생'으로 재편할 것을 주문하면서 도시재생사업에 필요한 마케팅 전문 인력 수요 증가에 대비, 현재 판촉 업무에 투입된 마케팅 전문가들을 도시재생 관련 부서로 재배치할 것 또한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공사는 도시재생 전문 공기업으로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것 외에 인력 재배치 권고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SH공사 관계자는 "마케팅 업무가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해당 인력들이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판단, 인사팀에서는 재계약을 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며 "다만 토지 판매와 아파트 분양 업무에서 성과가 없었던 것이 아니며 무기계약 전환 조건인 '실적이 우수한 자'라는 기준도 사실상 애매한 측면이 있어 법률적인 판단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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