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관이 리베이트 요구?..인천공항 횡포에 밴(VAN)사 '반발'
인천공항공사 갑작스런 영업료 '상납' 입찰제안
업계 "리베이트 관행 척결 정부정책 역행"
2015-01-20 15:28:44 2015-01-20 15:28:44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모습.(자료=인천공항공사)
 
[뉴스토마토 김영택기자] 금융부가통신망(VAN) 사업자들이 인천공항공사의 '입찰 갑(甲) 횡포'가 도를 넘어섰다며, 규정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인천국제공항 내 상업시설 '통합매출정보서비스 사업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영업료(리베이트)'를 높게 써낸 곳을 계약대상자로 정하는 입찰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산하기관이 공정경쟁규약에 전면 위배된 입찰제안을 통해 사실상 규제 대상인 '리베이트'를 '영업료' 명목으로 둔갑시켜 요구하는 것이어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밴 업계는 공사가 제시한 영업료를 리베이트로 규정해 단체행동에 나설 계획이지만, 공사는 공정 규정에 따라 진행된 입찰로 전혀 문제가 없다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공사는 입찰이 두번 유찰 될 경우 규정대로 수의계약으로 업체를 선정할 것이라며 버티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15일 면세점과 백화점, 식당 등 17개 브랜드·255개 매장에 대한 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천공항공사 상업시설 통합매출정보서비스' 사업 입찰등록을 마감·진행했다.
 
◇인천공항 내 주요 상업시설 입점매장 통합 매출(결제) 정보(VAN) 서비스 영업료 산정방식.(자료=인천공항공사)
 
인천공항공사의 입찰제안서(RFP)를 보면 매출액의 일정액을 영업료로 매월 내도록 유도하는 '최저 입찰요율'을 0.0211%로 정하고, 그 이하로 써낼 경우 입찰이 불가하도록 못 박았다. 
 
이런 제안대로라면 VAN사는 공항 내 가맹점에서 카드 결제 시 발생하는 매출의 0.0211%를 인천국제공항에 영업료(리베이트) 명목으로 상납해야 한다. 특히, 이보다 높은 요율을 제시하는 업체에 사업권을 주겠다는 것은 중소 업체들의 출혈 경쟁을 부추기는 것 밖에 안된다는 것이 업체들의 우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항내 기존 가맹점과 VAN사의 거래관계에 공사가 '옥상옥' 구조로 비집고 들어가 부당하게 영업료를 챙기려 한다는 비난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얼마나 많은 수익을 거두려고 업계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높은 리베이트 관행을 정부기관이 부활시키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지난 2013년 인천공항공사는 면세점(82개), 식음료(92개), 교통센터와 리테일(81개) 등 총 255개 매장에서 2조1554억5300만원의 막대한 매출을 거뒀다. 이 같은 입찰을 통한 공사의 수익은 입찰요율(0.0211%)을 적용해 계산할 경우 최저 4억5480만원 수준이다.
 
A업체 관계자는 "각 밴 사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이번 수주에 따른 예상 매출액은 약 10억원 안팎으로 4억5480만원은 절반에 가까운 리베이트 금액"이라면서 "무엇보다 밴 사 스스로 공정거래규약을 만들어 리베이트 문화를 근절하겠다는 건데, 공항공사는 이를 역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업체 관계자는 "인천공항공사는 입점 매장으로부터는 시설비를, 밴사로 부터는 카드 결제 금액의 일부를 영업료 명목으로 부당하게 떼먹겠다는 심산"이라고 비난했다.
 
리베이트 경쟁이 심하기로 유명한 제약업계의 경우 혼탁한 시장질서 정화를 위해 공정규약까지 만들었다.  VAN업계 역시 트래픽을 처리하면서 얻는 수익 일부를 가맹점에 보상(리베이트)해 주는 관행이 뿌리 깊게 박혀 있어, 지난해부터 금융당국이 관리의 테두리 안에 포함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업계도 자칫 치킨게임으로 업계가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가맹점에 금품 등 경제적 대가를 지급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정거래규약’을 만들어 공정위에 제출·승인을 받은 상태다.
 
VAN협회 관계자는 "인천공항공사의 영업료는 사실상 밴사에 리베이트를 요구하는 것으로 공정경쟁규약과 개정 여신전문금융업법에 위반되는 내용"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결제 서비스에 필요한 장비나 설비(POS, 전용선 등) 역시 선정된 밴 사가 각 가맹점에 지원해야 하나 공사는 정확한 투자규모를 밝히지 않고 중간에서 영업료만 챙겨 먹으면 그만이라는 무책임한 태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지난 15일 진행된 입찰에 밴 업계 대부분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아 유찰됐다. 이날 입찰엔 외국계 업체인 'F'사만 유일하게 참여했다. 
 
이에 대해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법적인 절차를 통해 입찰을 진행했기 때문에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면서 "2차례 유찰될 경우 수의계약을 통해 한 곳을 선정해 계약할 방침"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내용이 민원을 업계로부터 접수 받고 검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으며, 공정거래위원회는 조심스런 자세를 취했다.
 
공정위 시장감시총괄팀은 공사와 업계와의 갈등에 대해 "개별 건에 대해서 답변을 할 수 없다"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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