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병윤기자] 조양호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 등
대한항공(003490) 오너(owner)가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때문에 수년간 오너와 친말한 사외이사가 선임되는 악순환이 반복됐고, 결함이 많은 사업도 결국 경영진의 뜻대로 진행되는 등 경영상 문제를 초래하는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송민경 한국지배구조원 연구원은 23일 "대한항공의 사외이사 7인 중 5인이 장기연임, 주요 거래관계, 계열 학교법인 소속 등 사유로 독립성 저해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사외이사후보 추천 과정 자체의 독립성 저해가 다수 사외이사에 대해 독립성 문제가 나타나는 중요한 배경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송 연구원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2011년 이후 현재까지 총 세 번의 사외이사추천위원회(이하 사추위)를 구성했다.
사추위는 사외이사 후보를 주주총회에 추천하고 이사회의 요청에 따라 각 전문위원회 위원을 이사회에 추천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사외이사가 총 위원의 과반수 이상으로 구성되도록 돼 있다.
그 이유는 사외이사는 경영진을 관리·감독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성과 객관성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경우 사추위로 구성된 사외이사 대다수가 오너와 상당히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인물로 구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송 연구원은 "지난 2011년의 경우 사추위에 구성된 사외이사는 총 2명이고, 지난 2012년과 지난 3월은 각각 4명이었다"며 "이 중 지난 2011년 경우 2명 전원이, 그리고 지난 2012년과 지난 3월엔 각각 3명이 주요 거래관계 등을 지닌 인물로 구성돼 있다"고 말했다.
또 대한항공의 지난 2012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은 지난 2012년 3월16일 이후부터 사추위에 사내이사 자격으로 계속 포함됐으며, 조 회장의 경우 사추위의 위원장을 계속 맡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송 연구원은 "사추위의 위원장은 사추위 개최 시기 등을 결정할 수 있어 상당히 중요한 위치"라며 "사추위 의장의 사외이사 여부는 사추위의 독립성에 상당히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 사외이사의 독립성 결여 문제는 경영진이 추진했던 사업 중 회사에 대규모 손실을 안긴 안건에 대해서도 사외이사들이 반대표를 행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대한항공 사외이사는 지난해 12월19일 한진해운에 대한 실사결과 보고·추가지원 건에 대해 전원 찬성했다.
이후 대한항공은 한진해운에 400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한진해운에 대한 자금을 지원했다. 이에 대해 나이스신용평가는 대한항공의 장기신용등급을 기존 A등급에서 A-등급으로 한 단계 강등시켰고 한진해운의 연결 자회사 편입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대한항공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대두됐다.
또 지난 2007년 2380만달러를 투입해 중국 육상물류회사 시노트랜스와 함께 세운 합작법인 그랜드스타카고를 단돈 1위안(이날 환율 기준 약 178원)에 매각하는 안에 대해서도 반대표를 행사한 사외이사는 없었다.
송 연구원은 "대한항공의 경우 독립성이 의심되는 사외이사가 지나치게 많아 제 기능을 하기 어렵고 때문에 경여진의 의사 결정대로 회사가 경영이 될 수 밖에 없다"며 "이러한 이사회 구성의 한계는 오너가 주도하는 오너 리스크 대응과 경영 승계와 관련해 이사회가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결정적인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과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은 지난 2012년 12월부터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포함돼 독립성이 결여된 사외이사를 선임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News1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