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하창우 변호사 "'준비된 회장' 빼앗긴 변협 위상 되찾겠다"
사법시험 존치·로스쿨 학제개편, 변호사 1천명 제한
국선변호사제도 변협으로..'일자리 창출' 입법 통과
2014-12-10 09:00:00 2014-12-10 09:00:00
법조계가 내년 1월12일 치러지는 제48대 대한변호사 협회장 선거를 향해 나는 듯이 달려가고 있다. 직접선거 2기로, 2년 전 치러졌던 1기 선거와는 열기가 또 다르다. 지난 달 28일 기호추첨을 시작으로 본격화 된 선거전은 초반부터 전국 법조계를 달구고 있다. 4파전의 각 주자들은 칼바람을 뚫고 이미 전국을 누비고 있다. 순수 연수원 출신 변호사, 판사출신의 대형로펌 대표, 고위 검찰간부 출신의 저마다 막강한 역량을 가진 4명의 후보들은 한치의 물러섬도 없이 박빙의 형국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에 선출되는 변협회장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힘을 갖는 대신 만만찮은 과제도 산적해 있다. 만성적인 청년변호사 일자리 문제 해결은 물론, 사법연수원과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 간의 반목과 갈등을 풀어내야 한다. 여기에 법조3륜의 한 축으로서 법원과 검찰에 대한 감시와 견제의 본래적인 기능 회복도 시대적 과제로 요구되고 있다. <뉴스토마토>에서는 총 4회에 걸쳐 각 후보들의 비전을 생생한 육성과 함께 가감 없이 소개한다.[편집자주]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당신은 이번 선거에 왜 나왔습니까. 명예를 위해 나왔습니까?"
 
"저는 명예를 위해 나온 것이 아닙니다. 고용변호사 출신으로서 온 몸을 던져 회원 여러분의 이익을 위해 일할 각오로 나왔습니다."
 
직접선거 2기 제48대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하창우 변호사(61·사법연수원 15기)의 최근 일화다.
 
그는 자신의 변협회장 입후보 소식이 전해졌을 때 한 청년변호사가 자신의 사무실로 찾아와 단도직입적으로 입후보 이유를 물었다고 소개했다.
 
그럴 만도 하다. 하 변호사의 변협회장 도전은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2007년부터 2008년까지 제89대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을 역임한 뒤 2010년 46대 변협회장 선거에 도전했다가 신영무 당시 후보에게 패해 분루를 삼켰다. 167표 차이였다.
 
◇대한변협 48대 협회장 후보 기호 1번 하창우 변호사(사진=뉴스토마토)
 
◇고용 변호사 출신의 신화..5년만의 도전 
 
이후 2012년 47대 선거에 재도전을 준비했으나 김현 변호사와 후보 단일화를 선언하고 불출마했다. 그의 이번 도전은 횟수로는 3번째이지만 통상 변협 회장 선거 준비기간을 1년인 점을 감안해보면 5년만의 도전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면 5년 동안 준비해 온 선거다.
 
때문에 '준비된 변협회장'이라는 슬로건은 그를 가장 잘 나타내 주는 말이라는 게 주위의 평가이기도 하다.
 
5년 동안 그가 어떤 준비를 해왔는지는 변호사 업계뿐만 아니라 법조계 전반을 꿰뚫는 문제의식을 통해 엿볼 수가 있었다. 비교적 박한 시간을 두고 서울 서초동의 선거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여러 현안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거침이 없었다.
 
그가 가장 먼저 지적한 것은 국선변호인 및 국선전담변호사 제도의 폐단이다.
 
"국선변호인이든 국선전담변호사든 법원과 대립적인 관계에 놓여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변호사가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최대한 방어할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대법원이 선정과 연임을 결정하는 상황에서 변호사는 법원의 눈치만 볼 뿐입니다. 방어가 제대로 되겠습니까?"
 
국선변호인과 국선전담변호사 제도는 애초 국민에 대한 소송구조라는 공익적 취지에서 법원에 설치됐다. 당시에는 변호사 수가 적다 보니 변호사 단체의 역량이 미미했다. 또 소위 말하는 '연수원 변호사(판, 검사 경력이 없이 사법연수원 수료후 개업한 변호사)' 보다는 판, 검사 출신 변호사가 많고 막강할 때다. 당연히 법원에서 국선변호인을 선정, 운영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변호사 2만명의 시대다. 사법연수원 수석 출신들도 판, 검사 보다는 대형 로펌 등을 선택해 변호사로 개업하기도 한다. 그만큼 변호사와 변호사 단체의 역량은 막강해졌다. 법원과 대등한 지위에서, 지금은 법원 밑으로 들어가 있는 국선변호인과 국선전담변호사 제도를 변협이 가져와야 한다는 것이 하 변호사의 주장이다. 그는 우리나라와 사법체계가 가장 비슷한 일본을 예로 들었다.
 
"일본은 일반국선, 국선전담변호사 등 모든 (공익적)변호사 제도를 사법지원센터 한곳에 모아서 예산은 정부가 지원하고 관리는 일본변호사연합회가 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국선의 독립된 지위가 보장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피고인의 최대 이익을 위해서 변호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도 이렇게 바꿔야 합니다. 현재의 국선변호사제도는 매우 잘못되어 있습니다."
 
◇국선변호인 통합관리, 밖으로부터의 사법제도 개혁
 
국선변호인 등 제도에 대한 그의 지적은 그가 오래 전부터 강조해 온 '밖으로 부터의 사법제도 개혁'의 한 축이기도 하다. 그는 바로 이어 법조3륜 중 하나인 변협의 위상 회복과 사법개혁의 연관성을 강조했다.
 
"법원과 검찰, 변호사들이 공통적으로 해야 할 일은 국민의 권리와 이익을 높이는 것입니다. 그것은 곧 사법제도를 개혁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사법부는 문제가 많지만 사법부 안에서는 개혁의 의지가 없습니다. 그 선도적인 역할을 변협이 해야 합니다. 이로써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얻는다면 변협의 위상 또한 회복될 것입니다."
 
하 변호사는 그 출발점으로 대법원의 개혁을 주장했다. 이미 많은 지적을 받고 있는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의 전관예우, 심리불속행제도의 폐단, 상고법원의 위헌성 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연간 3만6000건의 사건을 대법관이 처리하려면 대법관 1명이 하루에 10건을 처리해야 합니다. 대법관들이 재판기록을 제대로 봤겠습니까. 재판기록을 제대로 안 보고 제대로 심리를 안 했는데 제대로 된 판결이 나왔겠습니까? 이런 판결을 받으려고 국민들이 많은 비용을 들여 마지막 재판을 받는 것이 아닙니다."
 
그는 이 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대법관 수의 대폭 확충을 제시했다.
 
대법관 수를 늘리면 대법관 1명이 담당하는 사건 수가 줄 것이고, 그만큼 보다 충실한 심리가 이뤄져 국민도 신뢰할 수 있는 판결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나 대법관 수를 늘리는 대신 상고심법원 설치를 추진하는 대법원을 향해 "압도적인 다수의 사건을 상고법원에서 처리하도록 떠밀고 있다"며 쓴소리를 했다.
 
이어 "대법원을 비롯한 사법부의 자발적 개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변협이 국회를 통해 사법부 개정안을 입법 발의하고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 힘으로 개혁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변협회장이 되면 즉각 사법개혁을 위한 TF를 구성해 실천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 변호사는 사법제도 개혁의 한 방안으로 법관평가제를 강화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법관평가제는 그가 서울지방변호사회장으로 근무했을 때 처음 도입했다. 지금은 전국의 모든 변호사회가 시행 중이다.
 
◇하창우 후보의 선거 포스터(제공=하창우 후보 캠프)
 
◇법관평가 DB구축..대법관 검증자료로
 
그는 법관평가를 강화하고 유지해야만 변호사들이 법원을 효율적으로 견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는 변협에서 취합해 데이터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선 법원의 법관이 승진과 전보 등으로 여러 지역을 옮겨 다니다가 대법관으로 추천됐을 때 각 지방변호사회로부터 다면적으로 평가받은 법관평가 자료가 가장 확실한 검증자료가 될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하 변호사의 말대로라면 지금처럼 대법원의 법관평가 참고자료로서가 아닌 대법관 후보에 대한 역사적인 검증자료가 되는 것이다.
 
고질적인 청년변호사들의 취업난 문제에 관해 그는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는지 물었다. 이 문제는 변호사업계의 가장 시급한 문제일 뿐만 아니라 역대 변협회장들이 공약과 함께 여러 방안으로 해결을 시도했던 문제다. 그러나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나지 않고 있다.
 
하 변호사는 변호사 연간 배출 숫자의 1000명 제한과 합의부 사건의 변호사필수주의를 대안으로 내놨다.
 
언뜻 보면 과거 변협선거 후보들이 내놨던 공약과 별반 차이가 없다. 그러나 하 변호사는 로스쿨의 학제개편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시행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우선 로스쿨 연 배출 인원을 800명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명분은 현재 우리나라 법률시장과 서비스 규모에 비해 너무 많은 변호사들이 배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 변호사는 "일본은 우리보다 인구가 2.5배, GDP가 4배임에도 불구하고 금년도 사법시험 합격자 수는 1810명에 불과하다"며 "그렇다면 인구에 비례해서 우리나라 적정 변호사 배출 숫자는 700명 정도로 나온다"고 설명했다. 1000명으로 제한해서 뽑자는 것도 일본의 예를 살펴보면 오히려 많은 숫자라는 것이다.
 
◇로스쿨 학제 4년으로..'직역창출' 임기내 입법 통과
 
변호사의 공급을 제한하는 방안으로 그는 로스쿨 학제를 4년으로 늘리고 수료자를 1500명 순으로 줄여 순차적으로 800명을 배출하자고 제안해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50%로 유지하자고 제안했다. 나머지 200명은 사법시험을 존치해 '없는 집 자식'에게도 법조인이 될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합의부 사건의 변호사필수주의를 도입한다면, 일단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특히 형사사건에 국선변호사들이 집중되어 있는 만큼 민사 합의부 사건에 변호사 필수주의를 도입해 일본처럼 정부에서 예산을 지원한다면 장기적인 취업난 해소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 변호사는 "이 방안 역시 국회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이미 오래 전부터 여러 국회의원들로부터 입법발의에 대한 제의와 약속을 받아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