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일본에게 지진은 매우 익숙한 자연재해다. '불의 고리'라 불리는 환태평양 지진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지진에 대한 대비는 이미 일상 깊숙히 자리잡고 있다. 지진 발생 시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재난방송 역시 예외가 아니다.
지난 5일 서울 메이필드 호텔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개최한 '재난방송과 방송심의' 국제 라운드테이블에서 츠지무라 카즈토 일본방송협회(NHK) 기상정보센터장은 "일본의 재난 주관방송사인 NHK는 매일 자정이 지나면 지진이나 지진해일을 가정한 훈련을 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벌어지지 않은 일이라도 매일같이 수행하면 진짜로 일이 발생했을 때 빠짐없이 대처할 수 있다"며 "NHK의 뉴스센터에서는 거의 매일 훈련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일 서울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재난방송과 방송심의' 라운드테이블에서는 일본, 대만, 영국의 방송국 및 규제기관 전문가들이 모여 각국의 재난방송 사례를 공유했다.(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이와 함께 도쿄에 있는 NHK 본사에 문제가 생겨 방송 송출을 하지 못할 경우 400km 떨어진 오사카 지사가 송출을 담당하는 훈련도 매일 하고 있다고 츠지무라 센터장은 전했다. 어떠한 상황에도 방송을 내보내는 것이 방송의 책임이라는 원칙에 따라 백업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훈련이 바탕이 됐기 때문일까. 지난 2011년 발생한 동일본대지진 당시 NHK를 비롯한 일본 언론은 냉정하고 침착한 재난 보도로 국민의 차분한 대응을 이끌었다는 평을 받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일본 국민이 진화하고 있다"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대지진의 재난방송을 직접 진행했던 츠지무라 센터장은 "지진해일 현장을 담은 영상은 충격적이었지만 해설자로서 재해 지역 주민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전달하는데 집중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20년 이상 재난보도 실무를 담당한 츠지무라 센터장은 재난방송에 대한 소신도 뚜렷했다. 재난방송이란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피해를 최소화 하는데 목적이 있다는 것. 재해 발생 시 시청자에게 신속하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방송국의 당연한 행동이며, 이를 바탕으로 인명을 구하고 추가 재해를 막을 수 있는 정확한 정보를 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 "재난방송이 재난 발생 초기에 국한하지 않고 이후에도 계속돼 민생을 지키는데 힘써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초반의 재난 방송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행동요력에 초점을 맞춘다면 추후에는 전기·수도 등의 지원 상황과 교통 현황 등을 알리며 피해 지역 주민이 일상 생활을 되찾을 수 있도록 보조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민생을 지키는 보도는 재난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피해의 심각성과 힘든 상황을 알릴 수 있는 역할을 해 외부 지원을 촉구하는 기능도 갖는다고 츠지무라 센터장은 부연했다.
한편 이날 츠지무라 센터장은 예정보다 일찍 행사장을 떠났다. 아무리 중요한 방송이라도 재난 발생 시에는 즉시 중단하고 재난방송을 편성할 권한을 츠지무라 센터장이 갖고 있는데,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가급적 자리를 오래 비우지 않아야 한다는 이유였다. 그들에게는 재난방송이 특별함이 아닌 일상의 일부라는 점이 새삼 느껴진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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