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학과 교수가 생각하는 잠실 지하철 9호선 공사장 주변은 복불복 게임과 비슷했다.
“지하수가 빠지면 처음 건물을 지었을 때보다 지반은 약해진다. 다만 지반은 세부적으로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건물마다 지반이 약해지는 정도도 다르다. 인접한 두 건물에서 한 곳만 기울어지는 경우도 있다.”
‘뉴스토마토’는 지난 21일 잠실 지하철 9호선 공사장 920공구(송파구 석촌동 석촌역~방이동 올림픽공원 남4문 구간) 지역 지하수 수위가 공사 이후 8m 이상 낮아졌다고 보도했다. 이 곳은 제2 롯데월드 공사 이후 수위가 줄고 있는 석촌호수와 약 500m 거리다.
서로 가까이 있는 920공구와 석촌호수에서 지하수가 대량으로 유실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지하수들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석촌호수 뿐 아니라 지하철 9호선의 다른 공사 구간에서도 위험 신호가 나오고 있다.
920공구는 대형 동공이 발생한 919공구 석촌지하차도와 약 1km 거리에 있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석촌지하차도 동공은 지하철 공사로 연약한 지반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서울이 개발되기 전 모래사장이었던 잠실은 지반이 약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 셈이다.
919공구 너머에는 918공구가 있다. 918공구 주변에는 건물이 30cm이상 침하하면서 기울어진 것이 이달 초 발견됐다. 기울어진 건물은 한 채가 아니었다. 주변에서 5개 건물이 침하된 것이 발견됐다.
연이은 사고로 920공구 주변 주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920공구에 인접한 건물에서 일하는 A씨는 “건물이 기울었다는 뉴스를 본 후 걱정이 더 많아졌다. 기울어진 건물은 5층이었지만 우리 건물은 15층이 넘기 때문에 피해가 더 클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지하철 9호선 공사장 주변에서 가게를 하는 B씨는 "주민들도 잠실 지반이 약하다는 사실을 다 알고 있다. 지하철 9호선이 생긴다고 좋아했었는데 지금은 걱정이 더 크다"며 "서울시에서 대책을 세워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B씨의 바람과는 달리 서울시는 원칙적인 자세만 취하고 있다. 지하철 9호선 공사 관련 서울시 공무원은 "공사장 주변 건물 침하 원인은 조사 중이다"라며 주민들의 불안을 방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원인이 밝혀지더라도 시공사에게만 책임을 지울 가능성도 있다. 석촌지하차도 동공도 시공사인
삼성물산(000830)에 책임을 물었다. '책임감리제'를 시행 중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시공사도 공사장 주변 지반 안전에 신경쓰지 못하고 있다. 그 원인에 대해 이수곤 교수는 시공사가 서울시와 불리한 공사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공사 기간이 하루만 늦어도 시공사는 서울시에 억대 벌금을 내야한다. 기간이 길어질 수록 벌금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시공사는 무조건 공사기간 안에 완공을 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공사들은 마감이 촉박하면 주변 건물에 피해를 주더라도 공사를 서두르는 때도 있다. 서울시도 안전과 관련된 일이 있을 때는 공사 기간을 연장해주고 공사비를 높여주는 유연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8월 5일 서울 석촌동 왕복 6차선 도로에 싱크홀이 발생해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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