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무심'삼성 콧대 꺾은 '무관심'주주
2014-11-20 18:03:40 2014-11-20 18:03:40
[뉴스토마토 김병윤기자] 삼성중공업(010140)삼성엔지니어링(028050)의 합병이 무산됐다.
 
소문난 잔치에 먹거리가 없다지만 이번 잔치는 먹거리 구경도 못 해보고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시장에선 삼성전자(005930)의 스마트폰 사업이 정체를 보이자 삼성그룹 지배구조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이번 합병도 단순 사업을 연결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을 것으로 기대했다.
 
주가 역시 합병이 발표된 지난 9월1일 두 회사 모두 큰 폭으로 상승하며 시장의 기대감을 반영했다.
 
하지만 두 회사 주가는 이후 10거래일 중 8거래일을 약세를 기록하며 일각에서 제기된 삼성엔지니어링 실적 부담에 따른 재무적 악화와 합병 시너지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내지 못했다.
 
이에 그룹 지배구조라는 중대 사항을 고려했을 때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킬 만한 적극적인 행동이 요구됐다.
 
하지만 삼성의 행보는 많은 소액주주들의 영향력을 망각한 듯 조용하기만 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이 지난달 27일 합병 계약서 승인 등을 위해 소집한 임시주총이 대표적인 사례다.
 
합병은 회사 뿐만 아니라 주주들에게 중대한 영향을 행사하기 때문에 의결 정족수가 더 까다로운 특별결의(총 발행 주식수 3분의1 이상, 출석 주주 의결권 3분의2 이상)를 필요로 한다.
 
두 회사의 올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들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을 이루고 있고 그들의 지분율은 20%를 상회하기 때문에 의결 정족수를 채우는 일은 수월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삼성중공업 관계자에 따르면 회사는 임시주총 전에 이미 특별결의를 충족할 만한 의결권을 확보해 둔 상태였고 임시주총 현장에선 합병에 반대하는 표는 없었다.
 
그렇다면 이번 합병에 반대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주주들은 임시주총에서 무엇을 했을까.  특히 엔지니어링의 경우 최대주주와 맞먹는 전체 주식수의 25%의 주식매수청구권이 쏟아졌는데 말이다.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대다수 주주가 합병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단기 주가차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로 구성됐다는 사실을 상기해 보면 해당 주주들은 임시주총에서 아무런 의사표현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도록 무엇을 했을까.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에 따르면 두 회사는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합병과 관련한 설명회는 따로 열지 않았다.
 
삼성중공업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만을 대상으로 한 기업 설명회를 열었고, 삼성엔지니어링은 그 때 참석하지 않은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기업 설명회를 개최했다.
 
소액 주주들에게 합병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적극적인 행동은 없었다.
 
그룹 지배구조의 중요성을 생각했을 때 그리고 합병의 목적으로 제시한 사업 시너지가 발휘돼 더 큰 기업으로 성장했다면 주가는 재평가 받을 수 있고 주주는 이익을 실현할 수 있었다.
 
삼성중공업은 합병 무산의 이유에 대해서 합병을 무리하게 진행할 경우 주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판단에 근거했다고 설명했지만 주주들에게 합병의 필요성을 잘 알리고 처음 계획했던 대로 진행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합병이라는 묵직한 카드는 써보지도 못하고 도로 집어넣었다. 없던 일이 돼 버렸지만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지난 19일 합병 무산 발표에 각각 6.39%, 9.31% 급락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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