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정우기자] "보이는 것과 달리 실상은 (1년 전) 그대로다."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에서 만난 김모씨는 이 같이 말하며 한 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9 월5일 용산국제업무지구 지정이 해제된 지 한 해가 훌쩍 넘었다. 이후 현재 서부이촌동의 모습은 겉으로 상당히 달라져 있었지만 주민들의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지난 5일 찾아간 서부이촌동은 작년에 비해 조금 달라져 있었다. 골목 어귀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띈 것은 깔끔하게 포장된 도로와 형형색색으로 꾸며진 상가들의 간판이었다. 무엇보다 노후화된 빌라들에 벽화가 그려져 1년 전 삭막한 분위기를 잊게 했다.
◇1년 전 서부이촌동 모습(왼쪽)과 현재 상가 간판과 도로가 새로 포장된 모습(오른쪽) (사진=문정우기자)
대림아파트는 벽면 전체를 둘러싸고 있던 '사유재산 강탈하던 오세훈 물러나라' 등 국제업무지구 개발 반대 문구들은 모두 지워져 있었다. 담에 내걸려 있던 현수막도 사라졌고, 드림허브 출입금지라는 차량진입막도 한 쪽으로 치워져 있었다.
큰 길가의 상가들 중 일부는 내부공사를 진행하기도 했고, 큰 길가를 따라 보도블럭도 새롭게 단장하고 있었다. 건너편에 자리잡고 있던 집단소송을 위한 간이 사무실은 어느새 하얗게 칠해져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었다.
그러나 마을의 겉모습과는 달리 주민들은 여전히 어려움을 하소연하고 있다.
◇1년 전 이촌반점이 있던 곳. 여전히 공실로 남아 임대문의 쪽지만 외롭게 붙어있다. (사진=문정우기자)
상권이 아직 회복되지 않아 공실 상태인 상가들이 여전히 많다. 생활대출로 인한 이자로 기존 주민들은 소득이 줄어든데다, 투자자들의 대규모 매입으로 실제 비어있는 주택들도 많아 유동인구도 적은 상황이다. 이전 이촌반점 자리는 8개월 넘게 비어 있었다.
30년간 동네에서 영업을 하던 이촌반점은 올 초 가게를 이전했다. 엄밀히 말하면 경영난으로 쫓겨난 셈인데, 당시 김홍재 사장은 월 3만원의 수입으로 전기세와 월세를 내지 못했다.
지난해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만남에서 김 사장은 전기세 등 공과금을 내지 못해 모두 끊겨 비통하다는 심경을 전한 바 있다. 그는 현재 한 중개업소가 빌려준 작은 창고를 개조해 영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장사는 신통치 않다.
그는 "앞으로 다 갚아야 할 빚"이라며 "기존 사람들이 나가고 수입들도 없다 보니 더 나아질 게 있나"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인근 주민 역시 마찬가지 반응이었다. 30년 넘게 서부이촌동에 거주한 이모씨는 "이 동네는 죽은 동네"라며 "부동산 거래도 있어 이사도 오고 가면 경기가 잘 돌아갈텐데 그런 것이 없어 답답하다"고 한탄했다.
현재 서부이촌동의 주택거래는 급매 외에는 거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거래도 안되는 상황에서 개발될 것으로 믿고 대출을 받아 생활비로 써버린 주민들의 주머니 사정도 여의치 않으니 상가가 잘될리가 없다.
인근 A 중개업소 대표는 "매매는 지난해 말부터 나아졌다고 하지만 싼 매물이나 전세만 거래된다. 특히 대림·성원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말보다 5000만원씩 올랐다"며 "또 사람들이 개발되는 것을 보고 사려는데 언제 개발될지도 모르고 해서 문의만 있고 거래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발방식을 두고)언제든지 반대와 찬성파는 있다. (주민간) 이견이 좁혀진 부분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이촌1구역 주택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은 오는 11일 주민설명회, 29일 주민총회를 열고 본격 논의할 예정이다.
◇한 노후된 빌라에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소나무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인근 상가의 간판도 깔끔하게 정비돼 있다. (사진=문정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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