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우리들의 일상을 공감한다
2014-11-05 16:51:57 2014-11-05 16:51:57
◇변요한-김대명-강하늘-이성민-임시완-강소라(왼쪽부터) (사진제공=tvN)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지난해 tvN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가 그랬던 것처럼 올해에는 <미생>이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응사>가 1990년대를 배경으로 추억과 공감을 불렀다면, <미생>은 현 시대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의 이야기로 공감을 사고 있다.
 
출생의 비밀은 물론 그 흔한 러브라인도 없고, 재벌도 없는 드라마다. 그야말로 우리들의 일상을 잔잔하면서도 스펙터클하게 그리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훔치고 있다. 진부한 소재를 걷어낸 <미생>은 우리네의 현실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미생의 제작진과 출연진이 촬영 중 시간을 내 취재진과 만나는 시간을 5일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가졌다. 김원석 PD와 이재문 PD를 포함해 임시완, 이성민, 강소라, 강하늘, 김대명이 참석했다.
 
<미생>이 신드롬을 일으키는 가장 주효한 이유는 '공감'이다. 대사 한 마디나 행동 하나 모두 사회초년병을 거친 사람들이라면 공감이 된다.
 
제작진은 촬영현장까지도 고심 끝에 정했다. 극중 배경 회사인 원인터네셔널의 공간은 서울 중구의 소재한 서울스퀘어다. 오상식(이성민 분)과 김동식(김대명 분)이 담배 한 대를 피려고 올라왔을 때 서울역 부근이 한 눈에 보이는 공간이다.
 
이재문 PD는 "실제로 굉장히 치열하게 움직이는 대기업을 그리기 위해 상징적인 건물이 필요했다. 서울스퀘어는 서울역 앞이고 붉은 벽의 튀는 외형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성처럼 고독해 보이는 외형이면서 한국경제의 상징적인 건물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고도 덧붙였다.
 
◇김원석 PD (사진제공=tvN)
 
직장인들의 이야기다보니까 술과 담배가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김원석 PD는 직장인들의 리얼리티를 강조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김 PD는 "담배나 술 마시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 것은 직장 생활을 하는데 스트레스가 많기 대문이다. 직장인들이 손 쉽게 푸는 것은 담배와 술이라고 본다. 직장인의 모습을 리얼하게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옥상이 자주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밝혔다.
 
제작진의 디테일한 점 때문일까.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감동을 받는 부분이 제각각이다. 2화에서 장그래가 죄책감을 갖고 오리걸음을 하고 내려온 장면에서 애환을 느끼기도 하고, 한석율(변요한 분)에게 신발을 파는 장면에서 울컥하기도 한다. 장그래가 인턴 생활 후 잠시 아르바이트를 할 때 갑질을 당하는 장면에서 분노하기도 한다. 40대 이상의 시청자들은 친구를 접대하는 오상식에게서 '나도 그런 일이 생길까' 아찔함을 느끼기도 한다.
 
이에 대해 이성민은 "직장인만의 이야기였다면 여러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내는데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직장 안에서 사람, 우리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공감을 사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임시완 (사진제공=tvN)
 
직장인들을 이야기하는만큼 배우들의 태도도 다르다. 임시완은 "직장인의 마음으로 촬영장에 출퇴근하고 있다. 항상 회사에 나간다는 생각이다. 다만 주 5일제가 아니라, 주말이 의미가 없는 출퇴근이다"라며 "그나마 위로 받는 건 대리님과 과장님이 저보다 대사가 많다는 사실"이라고 웃어보였다.
 
공감이 큰 만큼 화제와 이슈도 크다. 사실 <미생>이 시작하기전에는 일각에서 우려도 있었다. 모든 원작이 있는 작품에 뒤따르는 우려였다. 제작진 역시 출발 전에는 불안함이 컸다고 한다.
 
연출을 맡은 김원석 PD는 "<미생>은 나에게 큰 도전적인 과제였다. 처음 윤태호 작가님을 찾아갔을 때 직장 다큐멘터리 같은 작품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의도대로 대본이 나와야 하고 캐스팅이 잘 돼야 하고 촬영을 잘해야 했다. 의지는 강했지만 불안하고 힘들었다. 원작을 잘 살린 정윤정 작가와 좋은 배우들이 출연을 결정해줘서 가능했다"며 <미생>이 웰메이드 콘텐츠로 인정받은 것에 대해 "혼자해서 된 일이 아니"라고 밝혔다.
 
비록 신드롬과 같은 반응이지만 장그래 역의 임시완에게는 갈 길이 먼 듯하다. "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고 말한 임시완은 "너무 뜨거운 반응에 신경이 쓰인다. 덤덤해지려고 반응을 외면하고 있다. 이제 갓 촬영 중반에 접어들었는데, 벌써부터 우리들끼리 축배를 드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본다"고 말했다.
 
소위 '갑'들의 전쟁터에 던져진 까마득한 '을'의 고군분투, 그 속에서 피어난 우리 회사원들의 눈물겨운 우정을 다루겠다는 <미생>. 제작진과 배우들부터 겸손한 자세로 드라마를 만들기 때문에 이토록 좋은 드라마가 나온 것은 아닐까. 장그래가 '미생'에서 '완생'이 되는 과정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8시 30분에 방송된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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