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미생> 포스터 (사진제공=명필름, tvN)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스타일리시한 액션이 없다. 남녀간의 애잔한 사랑도 없다. 현실에서 보기 힘든 독특한 캐릭터도 드물다. tvN 드라마 <미생>과 11월 13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카트>는 오롯이 현실 속 우리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크고 자극적인 사건은 없지만 가슴 깊이 울림을 준다.
직장인을 위한 힐링드라마로 불리는 <미생>과 지난 2007년 이랜드 홈에버 사건을 배경으로 한 <카트>는 전혀 다른 느낌이지만 '일상'을 중심으로 꽤 많은 부분이 닮아있다.
◇'을'의 반란을 통한 성장드라마
두 작품 모두 갑의 위치와는 무관한 사람들이 전면에 나선다.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임시완 분)은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바둑기사에 도전하다 실패, 지인의 추천을 받아 회사에 들어온 낙하산이자 시한부 인생과 같은 '계약직 사원'이다.
26년 동안 바둑만 보고 자라온 장그래는 2개국 이상의 언어는 물론 화려한 스펙을 가진 동료 및 선배들과 회사생활을 하게 된다. 장그래의 치열한 생존을 통해 직장인의 애환을 담는다.
이를 통해 회사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갑이 지정한 시스템에 맞춰서 살아가는 을의 모습으로 공감대를 형성한다.
<카트>의 주인공은 우리들의 엄마이고 이모, 친구들이다.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 아이를 둔 이혼녀, 자신의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청소원 할머니, 취업이 녹록치 않은 20대 여성까지 주변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회사가 살아야 개인이 산다"는 구호를 외치며 자신이 다니는 마트를 위해 최선을 다하던 이들은 회사사정으로 인해 하루 아침에 해고통보를 받는다. 이에 맞서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고 노조원으로서 회사와 싸운다.
무역회사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던 장그래가 무역용어사전 및 선배들의 가르침과 끊임 없는 학습을 통해 직장인으로서의 얼굴을 갖춰나가듯, 노동조합의 줄임말이 노조인지도 몰랐던 여성들이 힘을 합치고 뭉쳐 거대한 회사와 싸운다. 그 과정에서 불의 앞에서의 침묵이 얼마나 잘못된 행동인지 깨닫고 인간적으로 점차 성장한다.
힘 없는 소시민들의 반란과 그 과정을 겪은 캐릭터들의 성장은 두 드라마의 가장 큰 닮은 꼴이다.
◇일상을 통한 묵직한 감동
또 하나의 닮은 꼴은 일상을 통해 감동을 안긴다는 것이다.
<미생>은 인턴사원 장그래가 회사원으로서 겪는 과정을 그린다. 업무 실수로 선배들에게 혼이 나거나, 면접을 보기 위해 동료 파트너와 대립을 하거나, 때로는 일을 잘해서 칭찬을 받는다거나 하는 이야기다.
특별히 대단한 사건이 없는 일상 속에서 뭉클한 감동을 준다. 특히 4화에서 현장을 중시하는 한석율(변요한 분)을 설득하는 과정에서의 장그래가 보여준 담담한 발표는 큰 감동을 줬다. 이 외에도 한 수 앞을 보고 장그래를 챙겨주는 오상식(이성민 분)과 뒤에서 꾸준히 관심을 갖고 생각해주는 김동식(김대명 분) 등 주위 사람들의 모습 등은 시청자들에게 "마치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는 공감을 산다.
<카트>는 마트에서 생활하는 여성들이 파업을 하면서 겪는 과정을 그린다. 누군가를 고발하는 이야기로 보이지만 그 속내에는 여성들의 일상이 담겨 있다. 사춘기가 와서 까칠해진 아들을 둔 엄마, 어린이집이 닫기 전에 어린 아이를 데리러 가야하는 엄마, 다른 회사에 취업하고 싶지만 뜻처럼 되지 않아 마트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취준생, 내가 살기 위해 부당해고에 동조하는 정규직 회사원까지 <카트>는 파업을 통한 싸움보다는 우리 주변의 사람들의 이야기로 채워진다.
이들이 보여주는 삶에서 우리의 이야기를 발견하게 되고 이는 묵직한 감동으로 가슴을 친다. 눈과 귀를 자극하는 장면은 없지만 철저히 현실을 반영한 두 작품은 올 겨울 많은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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