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연기자] 지난 주말 '아이폰6 대란'이 일어나자 소비자들은 이제 또다른 '대란'을 기다리게 됐다.
아이폰6 출시를 계기 삼아 침체된 시장에 다시 불을 붙여보겠다던 이통 3사의 마케팅은 되레 불법 보조금 경쟁의 도화선이 되며 시장을 과거로 돌이켰다.
지난 2일 벌어진 아이폰6 대란은 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를 중심으로 확산됐다. '아이폰6 16GB를 1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는 '정보'가 돌자 왕십리, 서초, 의정부, 일산, 인천 등 일부 지역의 '매장 좌표'가 비밀스럽게 공유됐고 몇시간 후 해당 매장은 수백명의 사람들이 긴 줄을 늘어서며 구매를 기다렸다.
이들 유통점은 개통시 현금을 지급하고 단말기 할부금을 없애는 '현금완납', 할부원금 정상 책정 이후 소비자에게 현금을 돌려주는 '페이백' 등의 수법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선 출시 하루된 아이폰6가 거의 공짜로 판매되면서 지난 5월 출시되자마자 공짜폰으로 풀렸던 LG전자의 'G3' 대란을 떠오르게 했다.
단통법 시행 초기 오히려 소비자 구매 부담이 커지면서 불법 보조금 살포가 재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암묵적으로 점쳐지기도 했다. 그러나 법 시행 한 달 만에 대란이 벌어지면서 그나마 소비자 차별을 근절한다는 단통법의 '취지'를 신뢰했던 소비자들마저 크게 실망하게 됐다.
예약가입을 통해 정가에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은 "앞으로 다 똑같은 가격에 산다길래 정책 기대 없이 빨리 샀는데 하루만에 공짜폰이 됐다"며 불만을 털어놨고 일부는 해당 영업점을 당국에 신고하고 나섰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소비자들은 "다음 대란 기다립니다. 제값 주고 사는 호갱이 되지 맙시다", "며칠 후면 64GB 풀린답니다. 준비하세요" 등 또다른 대란에 대한 기대심리를 확산시키고 있다. '설마' 했던 대량 보조금 기대가 '역시나' 현실화되면서 단통법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 것.
이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또 막연하게 대란을 기대할 수도 있다"면서도 "이번 일로 당국이 조사 수위를 높여 철저하게 지켜보고 있는 만큼 주말과 같은 사태가 또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 구조상 어느 한 사업자가 보조금 경쟁을 촉발하면 경쟁사도 이에 '대응'할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해 대란 가능성을 완전히 일축하지는 못했다.
또 이통사들은 이번 대란의 원인에 대해 일부 유통점이 장려금 중 한도 이상을 불법보조금으로 풀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지만, 방통위와 미래부는 장려금 규모 자체를 키운 이통사가 불법을 방조한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 관계자는 "휴대폰 1대를 팔아서 10만원만 남겨도 되는데 이통사가 장려금을 50만원씩 주는 건 나머지를 소비자에게 주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것 아닌가"라며 "우리가 지원금 규모를 키우면 범법자가 되지만 이통사가 장려금 규모를 키우는 건 자율적인 마케팅 권한이라 제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 지원금에 앞서 이통사가 유통점에 지급하는 '장려금' 자체를 제재하지 않는 한 음성적인 보조금 경쟁은 또다시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번 아이폰6 대란 이후 일부 유통점들이 개통 취소나 기기 회수를 요구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이통사 관계자는 "본사 차원의 지시는 없었고, 엄중한 제재가 가해진다는 소식에 위기의식을 느낀 영업점들이 자체적으로 내린 판단으로 보인다"며 한 발 물러섰다.
◇아이폰6가 출시된 10월31일, 예약가입 고객들이 기기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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