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비난이 거세지고 있는 사이버 명예훼손 단속 강화 방침에 대해 검찰이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사이버 감시'에 대한 반발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2일 논란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 "수사 진행 상황에 공정성이 의심되지 않도록 충분히 준비해 수사하겠다"며 "수사 결과를 보면서 말씀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수사 기준에 대해선 특정인에 대한 명예훼손이 사회적인 현안이 됐을 때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 밝혔다. 그는 "명예훼손이 논란이 되는 경우가 생기면 검찰이 피해자의 (처벌)의사를 확인하게 된다. 그 이후에 (관련) 내용을 파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담팀은 가해자가 특정되지 않아서 추적이 필요한 사안들을 담당한다"며 가해자가 특정된 사건은 다른 팀에서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또 '전담팀 구성'을 통해 과거 사이버 명예훼손 수사와 달라지는 점에 대해선 "과거엔 전담수사부가 없고 수사 주체가 흩어져 (피의자) 추적 등에 기술적 어려움이 있었다"며 "전담팀에는 전문 추적팀이 있어서 과거보다 효율적으로 수사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 차이는 굉장히 크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검찰의 이번 조치로 '사이버 검열'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명예훼손이 사회적 현안이 돼 당사자의 피해가 크고 인격 침해가 심해 명예훼손이 명백하다면 (관련 내용들을) 보게 될 것"이라며 "(사이버 부분을) 다 볼 수도 없다"고 해명했다.
검찰이 뒤늦게 '수사 기준'을 제기했지만, "사회적 현안이 될 경우"라는 기준이 여전히 애매하다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비판 입막음용'이라는 우려가 여전하다는 얘기다.
실제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정치인에 대한 비판은 늘 존재한다. 특정 발언으로 인해 '사회적 현안'의 중심에 놓이게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 경우 인터넷을 중심으로 찬반 여론이 거세게 대립한다. 여기서 일부 네티즌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적시해 해당 정치인을 비난할 경우 수사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은 통상 피해자격인 정치인들의 고소고발이 있는 경우 수사가 진행됐다. 그러나 이번 계기를 통해 법적 잣대를 들이대기 애매한 상황에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선례는 과거에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 이명박 정부 당시 민간인 사찰 피해자인 김종익씨와 관련된 '명예훼손' 혐의가 대표적이다.
당시 검찰은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수사 의뢰로 시작된 수사에서 김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쥐코' 동영상을 올린 것과 관련해 당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를 진행했다.
그의 블로그는 방문자가 거의 없는 '개인 블로그'였지만 수사 대상이 됐다. 이번 검찰의 '사이버 명예훼손' 기준으로도 김씨 블로그는 '공개된 곳'이기 때문에 수사 대상이 된다.
'쥐코' 동영상은 미국 다큐멘터리 감독인 마이클 무어의 '식코'의 형식을 빌려, 이명박 정부의 주요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을 주로 담았다.
더욱이 김씨가 해당 동영상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당시는 이미 수십만명이 여러 경로를 통해 해당 영상을 본 뒤였다. 당시 검찰은 명예훼손 피해자로 인식했던 이명박 대통령에게 처벌의사도 묻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은 2009년 11월 김씨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죄는 있지만 처벌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김씨는 이에 굴복해 그해 12월 헌법재판소에 검찰의 결정에 헌법소원을 냈고, 4년이 지난 지난해 12월에야 헌재로부터 '기소유예 처분 취소' 결정을 받았다.
검찰은 헌재 결정 후 반년이 흐른 지난 7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최초 기소유예 처분 후 4년 8개월만의 무혐의 결정이었다.
그 사이 그는 엄청난 고초를 겪었다. 여당 의원들의 '전 정권 비자금 관리설' 등의 거짓 주장에 대해 김씨는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지만, 검찰은 '언론에 이미 보도됐다'는 이유를 들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번에 불거지고 있는 논란과 반발은 과거 검찰의 이 같은 전력에 대한 불신이 가장 큰 원인으로 해석된다.
노동운동을 담당하는 한 변호사는 "믿어달라고 하기 전에, 믿을 수 있게 행동해야 한다"며 검찰의 태도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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