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LG전자(066570)가 차세대 TV시장을 겨냥해 출시한 울트라 OLED TV의 국내 판매가격이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상황과 제조사 전략 등에 따른 가격정책이라지만 국내 소비자들로서는 역차별 시비가 일 만한 대목이다.
LG전자는 지난달 25일 울트라 OLED TV 신제품 발표회를 열고 65인치 제품을 국내에 출시한 데 이어 이달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같은 제품의 출시행사를 갖고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했다.
해당제품은 현재 국내에서 1400만원에 출시됐다. 캐시백 할인 등을 적용해도 1200만원 남짓의 초고가다. 미국 판매가 9999달러(약1044만원)와 비교하면 많게는 200만원 가량 비싸다. AS정책 차이와 설치비 및 세금이 반영되지 않은 점을 감안해도 여전히 국내가가 비싸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역차별이 아니냐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국가별 시장 상황과 제조사 마케팅 전략에 따라 동일제품의 가격이 출시국에 따라 다르게 책정되는 일은 빈번하게 발생한다. 문제는 LG전자가 1년 사이 유사한 상황에 대해 상반된 가격 전략을 취했다는 점이다. 이는 자칫 '엿장수 맘대로'라는 오해를 살 수 있다.
지난해 8월 LG전자가 출시한 곡면 OLED TV는 당시 국내 판매가가 990만원인 데 반해 유럽지역에서는 8999유로(약 1338만원)의 가격이 책정됐다. LG전자는 990만원이라는 국내 판매가는 출시 약 4개월 지난 시점에서 하향 조정된 가격이라고 전했다. 또 곡면 OLED TV가 국내에서만 생산되는 신기술 제품이기 때문에 포장 과정에서 추가비용이 발생한다며 추가 물류비용 탓에 유럽지역 판매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LG전자의 울트라 OLED TV 역시 전량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제품도 국내에서 생산 후 현지로 운송된다. 지난해 LG전자가 내세운 논리대로라면 곡면 OLED TV도 포장과 운송 과정에서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그럼에도 국내 판매가가 미국 판매가보다 높다는 점은 제조사의 이중잣대에 시장 혼선만 키운다는 지적에 취약하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국가별 출시가격은 지역과 시기, 전략 등에 따라 다르게 책정된다며 미국시장과 유럽시장의 경우는 엄연히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미국 판매가는 무상설치가 제공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용과 세금에 차이가 있어 실제로는 큰 가격차가 없다고 말했다.
OLED TV는 꿈의 TV로 불리지만 기술적 한계와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 탓에 대중화에 걸림돌이 돼왔다. 이를 잘 알고 있는 하현회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 부문 사장은 지난달 제품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지속적인 OLED TV 원가혁신을 통해 고객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경쟁력을 갖추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가격 경쟁력에 대한 우려 속에서도 LG전자가 OLED TV에 집중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LG전자는
삼성전자(005930)라는 산을 넘어야 한다. 회심의 반격카드가 UHD TV와 OLED TV 등 차세대 TV 라인업이다. 이는 구본무 회장의 '선도경영'과도 맥을 같이한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세계 평판 TV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0.7%로 1위를, LG전자가 16.7%로 뒤를 이었다. 때문에 향후 2~3년내 업계 게임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있는 OLED TV 시장 선점을 통해 주도권을 빼앗아 오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이처럼 LG전자가 공을 들여온 울트라 OLED TV는 최근 국내와 미국에 이어 유럽지역 출시를 앞두고 있다. 유럽 출시가격이 확정되면 지난해 펼친 곡면 OLED TV가격 정책과의 직접 비교가 가능해진다. LG전자가 소비자들이 민감한 가격정책 논란을 극복하고 OLED TV 대중화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하현회 LG전자 HE사업본부장(오른쪽)이 지난 25일 울트라 OLED TV 출시 행사장에서 제품을 소개하고있다.(사진=LG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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