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말 기준 정유 4사의 주유소 현황.(출처=한국주유소협회)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운전자들의 발길이 직접 기름을 넣는 셀프주유소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차 때문이다.
15일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전국 셀프주유소 수는 1682개로 전년 동기 대비 27% 늘었다. 전국 영업주유소 1만2998개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12.9%로, 주유소 열 곳 중 한 곳은 셀프주유소인 셈이다.
지난 1992년 처음 도입된 셀프주유소는 지난 2011년 1월만 하더라도 352개에 불과했다. 그러다 2011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기름값이 묘하다'는 발언 뒤 정부가 관련 대책을 잇따라 내놓는 등 휘발유 가격 인하 압박이 거세지면서 셀프주유소 수도 급격히 증가했다.
셀프주유소 수는 2011년 12월 말 637개로 연초 대비 81% 증가한 것을 시작으로 2012년 1068개, 2013년 1493개로 매해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올해 역시 이 같은 추세가 지속돼 상반기에만 135개가 늘었다. 전체 영업주유소가 불황의 여파로 전년 대비 121곳(지난해 7월말 기준 1만3119개)이나 문을 닫은 것을 감안하면 뚜렷한 대비다.
셀프주유소가 각광받는 배경에는 무엇보다 싼 기름값이 한몫 했다. 9월 둘째주 기준 셀프주유소에서 판매된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1785.5원으로, 일반 주유소(평균 1826.5원)에 비해 리터당 40.9원 저렴했다.
운전자들은 불과 4~5년전 전만 하더라도 셀프주유소보다 일반 주유소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자동차에서 내려 기름 묻은 주유기를 만지는 일을 번거롭게 여긴 탓에 가격이 비싸더라도 주유원이 있는 일반 주유소를 찾았다. 하지만 최근 경기 침체로 가처분 소득이 줄면서 소비성향이 서비스보다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운전자들의 변화된 소비성향은 기존 주유소 운영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건비 절감을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유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은 물론 자영 주유소에서 셀프주유소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
업계 일각에서는 셀프주유소의 급증세가 알뜰주유소의 등장 시점과 궤를 같이 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정부의 알뜰주유소 대책이 일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알뜰주유소 등장 이후 일선 주유소들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면서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인건비가 거의 들지 않는 셀프주유소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7월 말 기준 전체 주유소 수는 1만2998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표별로는 SK에너지가 직영과 자영주유소를 합쳐 3948개로, 107곳 감소했다. GS칼텍스는 109개 감소한 2794개, 현대오일뱅크(2203개)와 S-Oil(1976개)은 각각 41개, 20개씩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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