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영기자] 약가 인하와 리베이트 규제 등으로 신음하던 제약업계가 R&D 투자 비중을 확대하며 신약 개발에 사활을 걸었다. 국내시장의 한계에 부딪힌 시점에서 신약개발만이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시장의 R&D(연구개발) 비중은 매출액 대비 평균 7~8% 수준에 이른다. 제약사들에게 있어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비 투자는 해당 기업의 장래성을 예측케 한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지표로 활용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각종 정부 규제로 국내시장 수익성이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 각 사들은 R&D 투자 비중을 늘려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당장 개발비 증가로 영업이익이 떨어질 수 있겠지만 향후 기업의 성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신약 개발만이 살 길"이라고 말했다.
국내 제약사 가운데 올 상반기 매출액 대비 R&D 비중이 가장 높은 제약사는
LG생명과학(068870)으로 무려 20.07% 비율을 나타냈다. LG생명과학은 지난 2004년 약 500억원이었던 R&D 비용을 10여년 만에 50% 이상 늘리는 등 신약 개발에 적극적이다. 현재 항암, 통풍 치료제 등의 신약 개발을 위해 활발한 임상을 진행 중이다.
한미약품(128940)도 올 상반기 매출액의 17.68%를 R&D에 투자하며 신약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 2분기에는 R&D 비율을 전분기보다 두 배나 늘렸다.
한미약품은 현재 '퀀텀 프로젝트(당뇨신약)'인 주 1회 인슐린 월 1회 제형의 GLP-1 계열 당뇨신약, 세계 최초 주 1회 복합 당뇨신약 등의 글로벌 임상을 진행 중이며, 비소세포폐암 타겟 3세대 표적항암제도 개발하고 있다.
앞서 한미약품은 국내 개발 항암신약으로는 최초로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폐암신약인 HM61713의 임상1·2상 결과를 발표했고, 미국당뇨학회(ADA)에서는 퀀텀 프로젝트에 대한 임상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이밖에 녹십자(10.13%), 대웅제약(13.62%), 한국유나이티드제약(12.55%), 한올바이오파마(13.51%), 안국약품(12.10%), 셀트리온제약(17.20%), 서울제약(10.34%), CMG제약(19.92%) 등 10곳도 매출액 대비 R&D 비용이 10%를 넘어섰다.
신약 개발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는 보령제약의 고혈압 치료제 신약 ‘카나브’를 꼽을 수 있다. 카나브는 보령제약이 12년간 500억원의 연구비를 투입해 2011년 개발에 성공한 국산 첫 고혈압 신약이다.
발매 첫해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고, 2012년 205억원으로 국산신약 중 최대매출을 올렸으며 2013년에는 350억원을 기록해 국산신약의 대표적인 성공모델로 자리했다. 올 2월에는 다국적사 제품을 제치고 항고혈압의약품 단일제부문 월 매출 1위에 올랐으며, ‘2014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국내 제약사가 외국 기업으로부터 신약 개발과 관련해 특허 사용료를 받는 것은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국내 제약사가 임상 시험 단계에 있는 신약 후보 물질 자체를 다국적 제약사에 수출했다. JW중외제약은 이번 계약으로 수백억원대 수익을 거둘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산업은 제네릭(복제약) 위주로 시장이 형성돼 있어 그 속에서 기업들 간 경쟁이 치열하고 정부의 끊임없는 규제정책 때문에 근원적으로 시장 자체가 커질 수 없는 한계가 있다"며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들여서라도 비좁은 내수를 넘어서기 위해 너도나도 신약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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