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는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이 삼성과의 교섭 과정에서 이해 충돌로 급속히 와해되면서 7차 교섭에 먹구름이 짙게 깔렸다.
2일 반올림 협상단은 다음날 7차 교섭을 앞두고 삼성전자 측에 교섭 일정 조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협상단을 구성하고 있는 8명 중 6명의 피해자와 가족이 삼성전자와 직접 협상하기로 결정하면서, 반올림을 떠난 가족과 남아있는 가족의 의견을 한 자리에서 조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반올림 협상단은 황상기씨, 김시녀씨 등 피해자 가족 2명과 이종란 노무사, 공유정옥 간사, 임자운 변호사 등 활동가 3명만이 남았다.
반올림 측은 "다른 각도에서 교섭하겠다는 일부 가족들과 기존 입장을 지켜나가겠다는 남아있는 가족들의 입장 차이일 뿐, 달라질 것은 없다"며 "삼성 측에서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피해자 측의 의견을 다양하게 수용하려면 별도의 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삼성전자 측은 예정대로 7차 교섭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교섭단의 이탈이 이전 교섭 당시에 이뤄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교섭을 예정대로 진행해 달라진 상황을 확인할 수밖에 없다"며 "교섭 자리에 누가 나오고 어떤 의견이 제기될지는 아무 것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삼성은 이날 오전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3개월 동안 진행해오던 협상이 본격적인 궤도에 막 오르려던 시점에 반올림에서 이견이 불거진 것에 대해 당혹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면서 "반올림 내부 분열의 책임이 삼성에 있다고 주장한 것은 명백하게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삼성 측은 이어 "반올림이 발병자와 가족의 입장을 존중하기를 바라며, 3일 협상장에서 모든 문제가 투명하게 논의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반올림 측은 삼성이 이번 분열을 이용해 책임을 회피하지 않을 지 우려하는 눈치다.
반올림 관계자는 "가장 우려되는 점은 삼성 측이 한 자리에 입장이 다른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서로 다른 주장을 지켜보기만 할 뿐,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는 것"이라며 "반올림은 지금까지의 협상을 원점으로 돌리지 않고 기존 입장 그대로 가자는 것이 현재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8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황상기씨를 비롯한 반올림 관계자들이 '일부 피해자 우선 보상 방안'을 반대하는 기자회견 중인 모습.(사진=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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