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STX조선해양이 중형선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면서 경영정상화에 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해 7월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체결한 STX조선해양은 대규모의 인력 및 조직 구조조정과 함께 사업구조 재편 등 혹독한 몸집 줄이기를 끝냈다. 동시에 올해부터 중형탱커와 LNG선 등 고부가선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수주 경쟁에 뛰어들면서 나름의 성과를 내고 있다.
잘 하는 분야에 역량을 집중해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이른바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이를 위해 대형선박 수주를 과감히 버리는 한편 아직 기술력이 못 미치는 해양플랜트 사업도 접었다. 대신 그간의 해외 영업망을 활용, 중형 선박 수주에 집중하면서 '틈새'를 찾았다.
2012년 대우조선해양을 제치고 세계 3위 조선소에 오를 정도의 기술력은 추락한 신인도를 메우는 방패가 됐다. 당시 STX조선해양은 STX유럽과 중국 다롄조선소 등 국내 조선사 중 유일하게 글로벌 생산 체제를 구축하며 해외 네트워크의 힘을 뽐냈다.
STX조선해양은 지난해 10월 조직 개편을 시작으로 경영정상화의 첫 걸음을 뗐다. 임원 수를 44명에서 26명으로 40%, 팀은 34개를 줄이고, 결재선 역시 4단계로 축소해 의사결정의 신속성을 꾀했다.
이어 올 4월에는 협력사 협의회를 출범시키면서 수주 기반을 마련했다. 올 초 기존 조선기계부문 협력사 협의회인 'STX멤버스'가 해산하자 거래기간 2년 이상의 우수협력업체 45개사를 대상으로 새로운 협력사 협의회인 'STX Partners'를 구성했다. 조선업의 경우 사용되는 부품이 워낙 다양하고 많아 제대로 선박을 만들기 위해서는 협력사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이 같은 노력이 빛을 발하면서 STX조선해양은 올해 중형선을 중심으로 수주를 늘려 가고 있다. 지난 3월 싱가포르 선사로부터 탱커 12척을 대거 수주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데 이어 지난달까지 50K PC선 2척, 탱커 1척, LPG선 3척 등을 추가로 수주했다. 이어 지난 13일에는 중형 탱커선 8척을 한 번에 수주하는 쾌거를 올렸다. 총 계약금액은 3억3000만달러(한화 약 3400억원)로, 척당 약 4100만달러 수준이다.
이와 함께 STX조선해양이 보유하고 있는 진해조선소와 고성조선해양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고성조선해양에 비해 야드가 협소한 진해조선소에서는 고부가 중형선을 주로 제작하고, 고성조선해양에서는 10만톤 이상 대형선과 해양플랜트 지원선 건조기지로 집중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고성조선해양은 이미 수주한 영국 석유기업 BP 프로젝트 선박 4척, 1만6000TEU급 컨테이너선 6척, 9200TEU급 컨테이너선 2척, FSO 1척 등 해양플랜트 지원선과 고부가가치선 건조를 위한 시설 투자를 진행 중에 있다.
한편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STX조선해양의 핵심 사업장인 진해조선소는 지난달 말 기준 193만1000CGT의 수주잔량을 보유해 세계 9위 조선소에 이름을 올렸다.
◇STX조선해양에서 건조한 MR탱커(사진=STX조선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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