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차기 감독 1순위로 꼽히고 있는 판 마르바르크 감독. (사진=FIFA)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축구대표팀 차기 사령탑으로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62·네덜란드) 감독이 유력시되고 있다.
이용수(55)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일주일 안에 마르바이크 감독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마르바이크 감독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모르나 그가 한국 대표팀 감독직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일부 선수들의 특성까지 파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을 것이라고 보는 이가 많다.
마르바이크 감독은 8일(한국시간) 네덜란드 '데 텔레그라프'와 인터뷰에서 "다수의 네덜란드 지도자들이 한국과 인연을 맺어왔듯이 나도 한국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마르바이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을 경우 한국 축구와 네덜란드 지도자의 인연이 다시 이어질 전망이다.
이 경우 한국 축구대표팀의 7번째 외국인 감독이자 5번째 네덜란드 출신 지도자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과거 네덜란드 출신으로는 거스 히딩크(2001~2002년), 요하네스 본프레레(2004~2005년) 딕 아드보카트(2005~2006년), 핌 베어백(2006~2007년) 감독이 대표팀을 지휘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의 아나톨리 비쇼베츠(1994~1997년) 감독과 포르투갈의 움베르투 코엘류(2003~2004년)를 제외하고 한국은 네덜란드 감독과 인연을 맺어왔다. 가까운 일본만 보더라도 브라질, 네덜란드, 프랑스 등 다양한 국적의 지도자를 영입했으나 한국은 히딩크 감독 이후 네덜란드 지도자에 주목하고 있다.
◇히딩크 감독의 성공과 네덜란드의 우수한 전술
네덜란드 지도자들이 한국에서 환영받는 이유로 '히딩크 효과'와 네덜란드 축구 특유의 문화를 꼽는 목소리가 있다.
한준희(44) KBS 해설위원은 "히딩크 감독이 첫 단추를 잘 끼웠기 때문에 그 원인이 가장 큰 것 같다. 네덜란드라는 나라가 축구 역사로 봤을 때 기본기에 충실한 나라다. 또 어린 선수들을 잘 길러낸다"면서 "무엇보다도 축구 전술사의 발전에서 네덜란드가 기여한 바가 크다. 네덜란드가 현대 축구 전술 발전에서 공헌을 많이 했다. 네덜란드에서 대표팀까지 지도한 감독이면 전술적인 공부는 확실히 돼 있는 사람이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히딩크 감독의 성공 이후 국내 연령별 유소년 축구에 네덜란드 지도자들이 많은 역할을 했다.
1970년대 '토탈 풋볼'의 창시자이자 '현대 축구의 아버지'로 불리는 리누스 미헬스 감독이 네덜란드 출신이란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네덜란드에서 확립된 전원이 압박하며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이 '압박 축구'는 현대 축구의 근간이 됐다.
미헬스 감독은 1999년 국제축구연맹(FIFA)이 선정한 20세기 최고의 감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의 축구를 가장 잘 이해한 요한 크루이프도 전 세계 축구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네덜란드 특유의 문화와 감독들의 적응력
네덜란드의 국민 특유의 기질이 축구 감독들의 유연함을 더했다는 의견도 있다.
최동호(47) 스포츠평론가는 "네덜란드가 유럽의 강소국으로서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서 가야 할 길을 국가와 국민적으로 끊임없이 고민해 온 민족이다. 지금도 네덜란드 리그는 유망주들을 키워서 빅리그에 이적시키는 등 자기들의 뚜렷할 길을 가려 한다"면서 "축구에서도 전술 변화를 주도하는 나라다. 마르바이크 감독과 판 할(맨체스터유나이티드) 감독 등 1970년대 요한 크루이프 시대에 뛴 선수들이 지금 감독으로 많이 활약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이들은 전술적인 주관이 뚜렷한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정윤수(48) 칼럼니스트는 "아주 길게 바라볼 수도 있다. 네덜란드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기질이 있다. 그 나라에서는 시골 사람은 대도시로 대도시 사람은 외국으로 나가는 게 수백 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네덜란드 사람들은 어디에 가든 그곳 문화를 존중하고 잘 적응하는 특징이 있다. 현대 축구로 보면 토탈사커의 수립과정에서 그 당시의 세계 축구의 모든 장점을 흡수해 자기 것으로 만드는 데 뛰어났다. 기본적으로 네덜란드 지도자들은 속도의 축구와 공간의 축구를 잘 수립한다"고 설명했다.
◇마르바이크 감독은?
대표팀 차기 감독 후보로 손꼽히는 마르바이크 감독은 페예노르트(네덜란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 같은 명문팀을 지도해 성공을 거뒀다. 페예노르트 감독 시절에는 송종국과 이천수를 지도한 바 있다.
그는 2008년부터 2012년에는 네덜란드 대표팀을 맡으며 2010 남아공월드컵과 유로 2012를 경험했다. 특히 남아공월드컵에서는 네덜란드 대표팀을 준우승에 올려놨다. 지난해 함부르크(독일) 감독에서 물러난 마르바이크 감독은 현재 소속 없이 새 팀을 찾고 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