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17년만의 소비세율 인상 후 일본 경제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충격이 예상보다 덜하다는 말로 위로는 하고 있지만 한풀 꺾인 성장 동력을 회복하는 것은 좀처럼 쉬워 보이지 않는다.
7일부터 양일간 열리는 일본은행(BOJ)의 정례 통화정책회의에 시장의 시선이 모아지는 배경이다. 본원통화 규모를 연간 2배 확대하는 종전의 통화정책을 18개월째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다수를 이룬다.
최근 블룸버그가 34명의 경제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0월은 지나야 BOJ가 추가 완화책을 고려할 것으로 나타났다.
27%가 10월의 두 차례의 회의 중 추가 완화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한 달전 조사 때보다 7%포인트 하락했다. 더 이상의 통화완화가 없을 것이란 전망도 32%에 달했다.
통화정책에 변동이 없을 것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만큼 BOJ의 경기 평가가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소비세 인상 이후의 경제지표 부진 등을 이유로 경제의 취약성을 인정할 경우 추가 부양에 대한 새 기대감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추가 통화완화가 발표된다면 엔화 가치의 추가 하락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 올들어 엔화는 지정학적 리스크 부각으로 안전 자산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탓에 3% 가까운 강세를 나타냈다.
6월 기준 일본의 산업생산은 전월대비 3.3% 감소했다.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던 3월 이후 가장 크게 위축된 것이다. 같은달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2% 줄었다. 사전 전망치 1% 증가를 하회하며 두 달 연속 뒷걸음질 쳤다.
이를 근거로 JP모건체이스와 UBS 등 글로벌 투자 은행들은 일본의 2분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노구치 마이코 다이와증권 선임이코노미스트는 "우리는 마침내 소비세 인상의 실제 여파를 확인하게 됐다"며 "이 충격에서 벗어나는 것은 매우 무기력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의 최근 발언으로는 BOJ의 즉각적인 시각 변화를 기대하기는 다소 어렵다.
지난 1일 구로다 총재는 한 세미나에 참석해 "대외 경제 환경이 개선되면 일본의 수출 역시 점진적으로 나아질 것"이라며 "산업생산과 소비지출도 긍정적 주기를 타고 있는 만큼 일본 경제는 계속해서 완만한 회복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또 "낙관적 경제 전망은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도 충분히 가능케 할 것"이라며 "다양한 리스크가 존재하지만 이를 통제할 만한 정책 수단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의 우려에도 2015년회계연도(2015년 4월~2016년 3월)까지 물가상승률을 2%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당초 목표를 변경할 의도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지난 6월 소비세 인상 효과를 제외한 일본의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1.3% 상승했다. 전달의 1.4% 상승에 다소 못 미치는 결과다.
마르셀 티에리안트 캐피탈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빠르게 오르고 있다"며 "BOJ는 통화완화 규모 확대보다는 현추세 연장에 더 방점을 둘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물가상승률의 하락세가 나타났다는 점은 BOJ의 낙관론이 올해 말을 전후에 끝날 것을 의미한다"며 "내년 4월의 통화정책회의를 전후로 보다 강력한 정책 카드가 사용될 것"이라고 예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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