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현장'엔 진보·보수가 따로 없습니다"
(기초단체장 릴레이인터뷰)도시공동체의 미래를 말한다!
②김우영 은평구청장
2014-08-07 17:00:00 2014-08-08 08:52:42
[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지역사회 안에서는 진보와 보수가 유사한 언어를 사용합니다. 마을, 공동체, 재활용, 공유, 협동, 이런 건 진보와 보수가 모두 함께 얘기하는 가치들입니다. 이렇게 같은 언어를 쓴다는 건 뭔가 힘을 합쳐 함께 일을 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지난 5일 서울 은평구청 집무실에서 김우영 구청장을 만났다. '지방정부는 무엇이고, 국민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묻고 답을 들으면서, 답답했던 가슴 한편이 뚫리는 느낌을 받았다.
 
세월호 참사로 국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무너진 상황, 정부여당의 '무능'과 '불통'이 명백히 드러났음에도 대안을 보여주기는 커녕 계파와 진영논리에 빠져 지리리멸렬하다 엉뚱하게 심판의 대상이 된 야권. 무엇보다 사회전체가 진보와 보수로 갈려 극한 대립과 갈등으로 치닫는 현실 속에서, 국민들은 단 한 줄기 희망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렇듯 도무지 답이 없어보이는 현실을 돌파할 대안으로 김 구청장은, 주민들이 참여하는 '생활정치'를 통한 '공동체의 복원'을 제시했다. 민선6기 구정의 핵심가치로 '민본과 실용주의'를 내세웠는데, 거칠게 요약하면 내 마을, 내 삶의 조건을 개선하는 일에는 진보도 보수도 없고, 주민의 참여가 늘어날수록 '공공의 이익'이 극대화된다는 얘기다.
 
"중앙정치가 진보-보수로 극한 대립을 하면서 민생, 즉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국가 리더십 자체가 붕괴된 상황 아닙니까. 그래서 민생을 잘 살피는 '민본' 정치를 지방정부에서라도 구현하는 게 핵심가치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념 대립에서 벗어나 '민생'을 개선하기 위해 때론 경쟁하고 때론 협력하는 모습. 바로 국민들이 우리 정치에 기대하는 전부가 아닐까?
 
김 구청장은 이미 지난 민선5기에 '주민참여예산제도'로 이런 가능성을 증명해 보였다. 
 
유독 은평구에서 이 제도가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보수성향의 '관변단체'와 진보성향의 '비정부기구(NGO)' 모두의 참여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관변단체들은 오랜 활동의 결과로 뛰어난 조직력을 갖췄고, NGO들은 공동체 내 문제들을 해결하는 '의제 설정' 능력이 탁월했다. 이 둘을 융합하니 못할 일이 없었다.  
 
"마을과 지역의 문제를 풀어내는데, 이념적, 추상적 가치는 아무 필요가 없습니다. 끊임 없이 만나서 토론하고 공통점을 찾고자 노력하면 얼마든지 시너지를 만들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문제를 풀 해법을 찾아내고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정책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김우영 은평구청장이 5일 집무실에서 민선 6기 포부를 설명하고 있다.(사진=김현우 기자)
 
그는 '참여예산제'에 주민 참여를 더욱 늘려 직접민주주의까지 발전시키는 것을 구상하고 있다. 모든 사업에 주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도록 해 주민 스스로가 자신들의 삶의 조건을 변화시키는 수준까지 가겠다는 것이다.
 
"IT 발전 덕분에 직접민주주의가 가능해졌습니다. 직장인들이 직접 나와 투표할 시간은 없지만 모바일 투표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지않습니까. 직접민주주의를 기초단위로부터, 광역단위까지 더욱 활성화해야 합니다."
   
다음은 김 구청장과의 인터뷰 전문.
 
-재선을 축하드립니다. 민선6기 구정의 핵심가치는 어디에 두고 계십니까? (▶질문을 클릭하면 인터뷰 현장 동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핵심가치로 취임사에서 제시한 것은 ‘민본’과 ‘실용’입니다. 민본은 드라마 정도전에서도 나오는 단어입니다. 민생이 너무 힘들지만 정치는 진보, 보수의 대립구도에서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고, 국가적 리더십이 붕괴되다시피 한 상황입니다. 어려운 민생을 잘 보살피는 민본 정치를 기초단위에서 구현하는 것이 핵심가치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실용’은 민본을 구현하는 방법론으로 제시한 것입니다. 이념적, 추상적 가치보다는 현장에서 문제를 푸는 해법을 찾아내고,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고 정책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자연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는 사회가 돼야 합니다. 4대강사업처럼 사람이 자연을 파괴해서는 안됩니다. 서울은 북한산이라는 천혜의 자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북한산 자체가 서울 시민의 행복권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보존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북한산에는 많은 탐방객들이 오는데, 이들을 위해 북한산 일대에 한문화 특구 지정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진관사, 삼천사 등 천년고찰들이 가진 스토리와 사찰 음식, 사회적 화두인 힐링을 할 수 있는 템플스테이, 한옥마을 등 역사문화 자원과 북한산의 수려한 자연 환경을 연계해 역사와 자연이 함께 하는 특구를 목표로 잡았습니다.
 
은평구 사람들은 산을 닮았습니다. 은평구는 북한산 뿐 아니라 백련산, 봉산을 끼고 있고 산새마을, 산골마을 등 이름에 산이 들어가는 마을이 많습니다. 이곳들은 서울 속 시골 마을 같은 곳들입니다. 아파트, 고층 빌딩 등과 시골 마을이 공존할 수 있는, 다양성 속에서 협력이 이뤄지는 협동도시를 모델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은평구 거리 축제에서 기념품을 사고 있는 김우영 구청장(사진제공=은평구청)
 
 
 
▲사람이 중요합니다. 특히 은평구처럼 재정, 자원이 부족한 구는 사람이 곧 자원입니다.
 
은평구는 두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는 관변단체들이 좋은 전통을 유지 발전 시켜 왔다는 것입니다. 예전 서산 앞바다에서 기름유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많은 서울 시민들이 자원봉사를 위해 내려갔는데, 그 중에는 우리 관변단체 회원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뿌리 깊은 네트워크를 가진 관변단체의 긍정적인 면을 잘 살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둘째는 은평구에서 NGO(비정부기구)들이 열심히 활동 해왔다는 것입니다. NGO는 새로운 시대적 흐름에 민감하고 기후변화, 환경, 참여, 상생 등에 대한 의제 생산 기능이 뛰어납니다. 반면 조직 네트워크는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지요. 이들 관변단체와 NGO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야 된다고 보고 생각한 것이 주민참여제도입니다. 
 
관변 단체는 조직과 뿌리가 있고 NGO는 이슈 생산 능력이 있습니다. 두 단체를 주민참여 예산제라는 틀속에 융화시켰다는 것이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부분입니다.
 
은평구는 구청장이 실제 다룰 수 있는 예산 몫이 아주 적습니다. 처음에는 30억~40억이었고, 지금은 10억원도 안되는데요. 그 예산 결정권을 주민들에게 다 줬습니다. 그리고 예산 학교를 통해서 우리 구의 예산 상황을 주민들에게 설명했는데요. 주민들이 주민참여 예산제 취지를 이해해줬습니다.
 
우선 예산 사용처를 정할 때 각 동마다 두개의 의제를 올리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투표에서 다섯 표를 행사하도록 하면, 주민들은 자기지역 의제에 두 표를 행사하고 나머지 세 표는 보편 타당하고 더 많은 이익이 있는 사업에 투표했습니다.
 
실제로 주민참여 예산제에서 불광천 화장실, 골목길 눈을 치울 수 있는 소형 제설차량 구입 등 주민들에게 더 많은 이익이 가는 사업들이 높은 순위를 얻었습니다. 주민이 많이 참여하면 더 많은 사람에게 이익이 가는 사업이 선정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교회나 성당, 학교 등 다양한 큰 집단들이 이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됐고, 2만3000명 정도가 투표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좋은 성공 사례를 남기니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선순환이 이뤄지게 된 것입니다.
 
 
 
▲새마을운동중앙회,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자유총연맹청년회 등 관변단체와 처음에는 이념적으로 안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역 사회에서 행정을 하면 관변단체 회원들을 많이 만날 수 밖에 없는데, 대화를 해보면 생각이 같은 면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지역 사회 안에서 진보와 보수가 사용하는 언어가 어떻게 다른지를 연구해봤는데, 대다수가 유사하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예를 들어 마을, 공동체, 재활용, 공유, 협동 등 이런 단어는 보수, 진보가 다 사용합니다.
 
중앙정치에서는 진보, 보수가 대립적인 개념으로 나타나지만, 지역에서는 먹고 사는 문제인 현안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 진보, 보수가 대부분 같은 언어를 쓰게 되는 것입니다. 같은 언어를 쓴다는 것은 생각의 통일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새마을운동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산이고 진보 진영은 거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진보의 마을공동체 사업은 보수 입장에서 새마을운동과 비슷하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접근 방식은 달랐지만 논의하면 융합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지역 사회 안에서는 이념적 대립, 갈등을 최소화하는 여러 기제들이 있습니다. 끊임없이 만나고 토론하고 서로 차이를 부각시키기 보다는 같은 점을 찾고자 노력하면 얼마든지 시너지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은평구 공원을 시찰 중인 김우영 구청장(사진제공=은평구청)
  
 
 
▲주민참여예산제는 끊임없는 조직적 변화와 발전이 필요합니다. 주민참여 폭은 커졌지만, 더 나아가 직접 민주주의로 주민 삶을 변화시키는 정도까지 가야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은평구의 가용 예산이 너무 적다는 것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예산편성 뿐 아니라 주민들이 직접 모든 사업에 참여하도록 할 생각입니다. 그러면 이를 통해 부족한 예산 편성 몫을 늘리는 지점까지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지역 공사에 주민이 설계 부분까지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뒷동산 둘레길 조성사업이면 이용자들을 불러모아 불편한 점을 먼저 듣고, 그것을 설계에 반영하도록 했습니다. 대부분 사업을 결재할 때 주민참여란이 있고, 여기에 싸인을 받아야만 결재가 이뤄집니다. 지금 은평구는 공원사업, 하수도 정비 사업 등 세세한 부분에서 주민들이 의견을 낼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설계했습니다. 
 
주민참여예산제의 정신은 세금을 내는 주체인 주민이 예산편성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입니다. 앞으로는 중앙정부 단위에서까지 주민참여예산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하면 지방에서 낭비되는 과다한 토목건설을 줄여 정말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사업에 예산이 투입될 수 있을 것입니다. 
 
국회에서도 쪽지 예산이나 타당성 검토도 안된 사업들이 민원성으로 편성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국민들이 국회의원들의 예산편성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부처별 예산편성 과정에도 주민 전문가가 참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면 혈세가 적재적소에 쓰일 수 있습니다.
 
은평구의 주민참여예산제는 서울시가 주민참여 예산 500억원을 편성하는데에도 동기 부여가 됐습니다. 우리 구에서 주민참여예산 총회를 할 때 박원순 시장이 참관했고, 서울시가 이를 받아들인 것입니다.
 
아쉬운 점은 주민참여는 기초 단위 성과가 중앙으로 연결되는 상하 소통 방식이 필요한데, 서울시가 500억원을 편성하고나니, 주민들이 서울시로 몰려가 원활한 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서울시 주민참여 예산위원 200여명이 500억원 예산을 편성하는데, 구청장 보다 훨씬 많은 예산을 편성하는 것입니다. 과도한 대표성입니다. 차라리 주민참여예산 항목을 특화시키고, 서울시가 참여예산 특별회계식으로 예산을 자치구로 내려보내고, 지역 주민들이 참여예산으로 이를 편성하도록 하는 것이 더 취지에 맞다고 생각합니다.
 
 
 
▲구의회가 처음에는 반대했습다. 대전, 울산 등 먼저 시행했던 도시를 견학 갔을 때 공무원들이 "절대 하면 안된다. 구의회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고, 예산낭비가 극심할 것이다"라고 반대를 했습니다. 구의회에서 조례를 재정할 때에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고, 구의회 예산심사권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한다는 우려가 컸습니다.
 
구의회는 구청장의 권한인 예산편성권을 주민들에게 준 것이라고 설득했습니다. 주민참여예산제를 통해 올라온 예산이라도 중복이 있거나 하자가 있는 것은 구의회에서 심사를 통해 탈락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나중에는 숙원사업을 반대할 이유가 없는 구의원들이 자기 동, 주민들과 협력하게 됐고 충돌은 사라졌습니다.
 
주민참여예산제는 앞으로 주민 축제가 돼야 한다고 봅니다.
 
브라질의 포르트 알레그레는 엄마가 애기를 업고 체육관에 놀러와서 참여예산제에 투표를 한 후 춤을 추며 즐긴다고 합니다. 예산투표는 주민의 몫입니다. 주민이 바쁘니까 공무원, 의회의원 등 대리인들이 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대리인들이 주인의 뜻과 무관하게 선심성, 낭비성 사업을 했으니 이제는 직접 하자는 것이고, 이것이 직접민주주의입니다.
 
직접민주주의가 가능하게 된 것은 IT의 발전 덕분입니다. 직장인들이 직접 나와 투표할 시간은 없지만 모바일 투표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직접민주주의를 기초 단위로부터, 광역단위까지 더욱 활성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래된 주거시설을 밀어내지 않고도 유지 관리가 가능하고, 마을과 골목이 보존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점이 '두꺼비 하우징' 사업의 중요한 성과입니다.
 
대표적 사례가 산새마을입니다. 원래 30년전 수해를 입은 이재민들이 들어와 정착한 지역입니다. 산밑에 있고 산새가 울고 좋은 지역이지만, 재개발 사업성이 없어 낙후됐었습니다.
 
두꺼비 하우징 사업으로 주민들과 공무원이 몇십톤의 쓰레기를 치워 텃밭을 만들고 경관 가꾸기 사업의 설계를 주민들이 직접했습니다. 보도블럭 하나도 주민이 직접 골랐습니다. 경사진 곳이라 매끄럽고 디자인 이쁜 보도블럭보다 거칠고 단단하고 값싼 보도블록을 주민이 선정했고, 거기서 절감한 예산을 주민들이 필요한 다른 곳에 사용하게끔 설계를 바꿨습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마을의 주인이다', '마을을 스스로 가꾸자'는 의식 전환이 일어났습니다. 주민 스스로가 공공의 작업에 뛰어들면서 의식변화가 일어난 것입니다. 이제 80대 할머니도 마을의 주역입니다.
 
동네 사랑방, 마을 회관, 주차장을 만들고 방범 활동을 주민들이 모여서 직접 하는데, 음주자는 배제한다는 식의 자체 수칙도 마련했습니다.
 
공동텃밭에서 재배한 채소나 식재료는 경로당에 기증하고, 텃밭 운영에 들어가는 수도세는 주민들이 자기가 재배한 채소를 돈을 주고 사서 충당하는 등 도시에서 공동체 삶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술 협회, 디자인 고등학교 학생들이 골목벽화를 그리고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은 텃밭에서 생태학습을 받는 등 마을 단위에서 교육, 문화, 복지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뉴타운, 재개발 출구전략으로 좋은 사례가 될 것 같습니다.
 
◇1일 바리스타가 된 김우영 구청장(사진제공=은평구청)
  
 
 
▲지역경제의 중요한 키는 마을건축과 학교건축입니다. 
 
재개발 뉴타운 사업으로 연간 회전되는 자금이 서울 전체로 몇조 단위입니다. 그런데 뉴타운 사업에서는 그 자금들이 지역 경제로 흘러 들어가지 않습니다. 대형 마켓과 비슷합니다. 뉴타운 사업을 대형 건설사가 주도하면서 다 가져가는 것입니다.
 
지역 근로자들 중 일용직, 기술직, 건축관련 기술자 등이 많지만, 대형건설사가 주도하는 재개발에는 일자리가 많이 생기지 않습니다.
 
그러나 재개발 사업 대신 도시재생, 마을 건축 사업을 하면 돈이 골목에서 돌기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근로자들이 돈을 벌면 삽겹살 먹고 소주를 마시는데 동네 전통 시장, 선술집에서 소비합니다. 반면 재개발을 하면 건설사가 근로자들이 밥먹는 함바집을 현장을 만들어, 지역 경제 선순환이 안됩니다.
 
마을건축 사업은 마을 기술자들이 협동조합 만들어서 집을 고치고 신축하는 형태인데, 대형건설사들이 하는 재개발 사업은 50%에 가까운 많은 마진을 가져가지만, 협동조합은 인건비와 적정 수준의 마진만 가져가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부담이 적습니다.
 
결론적으로 재개발 사업은 대형 건설사를 제외하면 누구에게도 이익이 가지 않는 시스템입니다. 마을 건축 사업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그래서 마을건축 사업을 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 공정건축 협동조합을 만들었고 소비자 협동조합, 주택협동 조합, 하우징 쿡이 은평구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다만 공급자 협동조합과 소비자 협동조합이 만나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또 학교 시설이 낙후돼 있는데, 서울시가 뉴딜 사업으로 새 학교를 건설하는 프로그램을 과감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학교 건축이 불이 붙으면 연관 산업들이 움직입니다. 도시재생과 학교건축이 같이 어우러지면 어려운 불황 시대에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있습니다. 공공의 주도적 역할이 필요합니다. 서울시가 긴축보다 재정 팽창 전략을 과감하게 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기업은 공공성 있는 기업입니다. 일자리 창출이 목표입니다. 장애인을 고용해 제품을 생산하거나, 노인·시니어 기업으로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상품화 하는 곳도 있습니다.
 
사회적 기업이 자생하려면 하나의 규모의 경제가 형성돼야 합니다. 그리고 규모가 형성될 때 까지는 공공의 주도적 역할이 필요합니다. 사회적 기업에 시드 머니를 제공해야 합니다.
 
질병관리본부에 서울 혁신파크를 구상하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혁신파크는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청년벤처기업이 사무실 공간을 제공받고, 아이디어를 상품화하고, 판매·전시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 종합 집결지가 될 예정입니다. 서울시민 경제청이 될 것입니다.
 
NGO영역, 협동조합 영역, 사회적 기업 영역, 청년기업 영역이 모여 시너지를 창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혁신 도서관, 전시 판매장, 글로벌 혁신 네트워크가 그 안에서 구현됩니다.
 
서울시는 혁신 기업 공간을 권역별로 창출하고 권역별로 혁신 네트워크를 구성할 계획입니다. 혁신 도시들의 성과가 국제적인 성과로 연결될 수 있도록 글로벌 혁신 네트워크 방향도 설정하고 있습니다. 은평구는 혁신파크에 적극적인 협력자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 자리에 시립대를 유치하려는 움직임도 있었습니다. 은평구는 큰 규모의 종합 대학이 없는데, 지역사회에 지적 자산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대학 유치를 생각한 것도 우리 지역에 청년 지식 자산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혁신파크에 사회적 기업, 혁신 기업이 들어오면 3000명에 가까운 젊은 근로자들이 은평구에 들어오는 것입니다. 그러면 대학 유치 이상의 효과를 만들 수 있어, 더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은평구 노인복지시설 행사에 참석한 김우영 구청장(사진제공=은평구청)
 
 
 
▲ 우선 찾아가는 '마이 닥터 클리닉'이 있습니다.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의료버스로 의사, 간호사, 약사가 현장을 가는 것입니다. 한달에 한번씩 성인병 진단을 하고 운동 처방, 상담을 해주며 찾아가는 복지서비스 실천하고 있습니다.
 
송파 세모녀 자살 사건에서 보듯 곳곳에 국가 구제를 받지 못하는 복지 사각 지대가 많습니다. 은평구는 약 1800명의 자원 활동가, 기부자들이 각 동에 연결돼 있는 복지두레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약국이나 음식점, 전파사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민간의 지원으로 국가, 정부 단위에서 구제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구제하는 것입니다.
 
또 가상 화폐 '문'을 가지고 재능을 나누는 E품앗이가 있습니다. 구매력이 감소된 상황에서 주민들이 자신의 재능 팔고 남의 재능을 사서 부족한 소비를 대체하고 마을 공동체를 끌어 올리는 사업인데, 매우 성공적입니다.
 
참여 예산을 받아 공유센터를 설치했습니다. 일년에 한두번 쓰는 제품을 공유하는 품앗이 제도도 어려운 시대의 주민 주도 복지 사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은평구는 마을속 학교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성적 지상 주의 때문에 아이들이 학교안에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마을 전문가들이 학교에 파견 나가 이에 대한 치유, 놀이, 상담, 진로 고민 상담 등으로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제도입니다. 이를 통해 일자리도 많이 창출했습니다. 선생님이 하지 못하는 영역을 민간 전문가들이 도와주는 것입니다.
 
앞으로는 부모학교를 운영할 예정입니다. 부모들은 자녀들이 엇나가는 것을 보면서 학교 안의 문제라고 보지만, 사실은 부모와 자녀간 소통의 문제가 원인일 수 있습니다. 부모 학교에서는 생애 주기별로 자녀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 등 전문성을 키울 수 있습니다.
 
또  은평구는 창의 인성 센터, 신나는 애프터, 드림스타트 등 청소년 복지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공부도 청소년이 행복할 떄 잘된다고 생각합니다.
 
은평구에는 숭실고, 대성고, 충앙고, 선일고, 예일고 등 좋은 사립 고등학교가 많습니다. 범죄가 없어 학교에 아이를 보내기 좋고, 아이들이 조금 더 행복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다면 은평구가 교육 특구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범죄로 부터의 안전을 위해 CCTV 관제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북한산, 불광천의 급류 사고를 막기 위해 자동 수량 측정장비를 설치했습니다. 자동 경보장치가 작동해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습니다.
 
상습 침수 가구는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공무원과 1대 1로 연결돼 있습니다.
 
안전은 예방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자치구들의 재난 안전 분야 투자는 예방이 20% 뿐이고 사후 수습에 80%를 씁니다. 이래서는 재난에 대비할 수 없습니다. 정부와 서울시가 재난 안전 관련법을 만들고 국가 개조를한다면, 재난 안전 현장 중심으로 현장 전문가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예산을 줘야 합니다.
 
어느 지방의 경우 토건 예산을 받기 위해 물난리가 나면 공무원들이 뚝을 허문다는 얘기까지 들립니다. 그렇게 낭비되는 예산들을 재난 대비 예산, 훈련 예산으로 사용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혁신파크는 조례를 만들고 올해 본 사업이 진행됩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방식이 아니고 건물을 재구조화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색역세권사업은 코레일이 사업자 모집하고 있는데 사업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습니다. DMC에 방송국들이 들어왔고 미디어 시티 기능을 하고 있는데 DMC가 자급적 기능을 하려면 편의, 문화, 상업, 숙박 시설들과 결합돼야 합니다.
 
또 수색역은 경의선과 신공항 철도의 접점입니다. 통일시대가 왔을 때 전략적으로 관문 위치이기 때문에 미래 지향성이 높습니다.사업자 공모가 끝나면 본격적인 사업이 진행됩니다.
 
첨단의료단지는 카톨릭 병원이 연말에 착공될 예정입니다. 수려한 북한산과 의료병원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좋은 휴양 시설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구청장이 되기 전에는 수도권이 아닌 지방이 차별 받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인구가 5만인 시·군과 50만인 은평구의 예산 규모가 비슷하고 시설 투자비는 시골 지자체가 서울 자치구보다 10배 이상 높습니다. 또 복지 분담 비율도 서울 자치구가 훨씬 많이 내는 것을 보고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인구가 많고 복지 수요가 많은데 재원은 없는 상황입니다. 
 
정부는 지방 SOC사업을 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방 토건업자들이 이를 먹고 살고 있고 여기서 정경유착이 나오는 것입니다.
 
서울은 복지, 문화, 교육이 필요한데 지금 상황에서 여기에 투자를 하기 어렵습니다. 올해 기초연금, 무상보육 분당금을 냈더니 올해만 미편성, 부족재원이 170억원에 달합니다. 이를 개선하려면 중앙정부 8, 지방정부 2의 복지재정부담 비율을 개선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국민은 어디 살든 보편적 복지를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다. 보편적 복지에 해당되는 기초연금, 무상보육은 정부가 100% 국고 부담하는 것이 그 정신에 맞습니다. 자치구에 분담금을 내게 하고 나가는게 많으니 재정은 허덕일 수 밖에 없습니다. 자치구가 생존해야 지방자치가 살 수 있습니다. 지금 정부는 제대로 지원하지 않고 공부 못하니 학교 가지 말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제 예산을 적시적소에 편성하는 문제가 시대적 화두입니다. 정부가 많이 고쳐야 됩니다. 은평구 자체 노력만으로 재정문제를 해결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한 유명 기관에 재정 컨설팅 맡겼는데 일반 기업은 30% 정도 절약 요소가 나오는데, 은평구는 1%도 안나왔습니다. 짤 만큼 짠 상태라는 얘깁니다.
 
그래서 예산규모가 큰 서울시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서울시가 예산 과목을 변경하거나 절약 해 자치구의 기초 생활을 보장하도록 압박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중앙정부와 싸울 수 밖에 없습니다.
 
박원순 시장은 보궐선거로 급하게 들어왔고 오세훈, MB 때 저지른게 너무 많다고 보고 채무 감축, 긴축으로 방향 잡았습니다. 불황이고 어려울 때 재정팽창을 펴야 하는데 신자유주의 식의 절약정책을 구사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치구는 영양제가 필요한데 비만 환자에게 사용하는 다이어트를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이제 궤도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박 시장이 민선6기 공약에서는 채무 감축을 세게 강조하지 않았는데, 3년을 갚을 거면 6년을 갚고 4년 갚을 거면 8년 갚아 그 여유분을 시장이 하고 싶은 분야에 쓰고 자치단체를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서울시의 지원이 없으면 생존이 심각한 위협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구정 계획을 설명하고 있는 김우영 구청장(사진=김현우 기자)
 
 
 
▲국회 보좌관 시절 지방분권에 대해 ‘해 봤자 엉뚱한 군수들 선심성 예산 쓸 건데 뭐 하러 하냐? 개혁적인 마인드의 국회의원들이 낫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물론 여전히 토건적인 시장, 군수들이 많이 있지만 민선5기에 새로 진입한 단체장들은 복지시대에 걸맞게 잘 준비된 사람이 많습니다. 문화와 교육에서 융합적 사고를 하고 사회적 경제를 고민하는 단체장들입니다. 이들은 대부분 민선 6기에 재선됐습니다.
 
이런 흐름들이 야권 리더십의 공백 상태에서 세력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실용적이고 과다한 이념성을 추구하지 않지만, 지역 살림살이 살아보면 현실제도를 개혁하려는 개혁성을 띌 수 밖에 없습니다. 정약용의 목민심서 등 민본과 실용 정신을 기반으로 해서 야권 재구성에 단체장들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야권은 새로운 시대에 대한 구상이 부족합니다. 여당은 성장, 발전, 부동산, 자산 등 분명하고 반복적인 구상을 가진 반면 야권은 이런 것이 보이질 않습니다. 여권에 대한 안티만 있습니다. 국민들이 보기에 '야권은 무엇이다'라는 것이 없습니다.
 
그나마 박원순 시장으로 대표되는 보편적 복지, 무상급식이 주목을 받고 있는데, 경제민주화와 다른 보편적 복지 의제는 선거에 최적화된 여당에게 빼앗겼습니다.
  
한 마을 속에서의 경험이 국가 운영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국가의 설계도가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방식은 기초 단위일 수밖에 없습니다. 국가는 국가 자체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 광역정부, 기초정부가 어우러져 국가라는 틀이 구성됩니다. 독립적이고 분리된 사고가 아니라 융합적 사고가 필요합니다.
 
허물어져 가는 기초 단위에 독립적 재정권을 주면 중앙정부에 집중돼 있는 위험을 분산시킵니다. 또 중앙보다 현장이 문제를 잘 해결 할 수 있습니다. 세월호 사건에서도 올라가면 갈수록 보고가 잘못되고, (영화 <명량>에서 보듯)이순신 장군 때도 선조가 엉뚱한 판단을 합니다.
 
현장에 있는 사람이 제일 잘 파악할 수 있습니다. 현장을 지원하고 현장에서 엉뚱한 낭비요인을 감시하는 식으로 가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끝>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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