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최근 1년 사이 국내 재벌그룹의 순환출자 고리가 절반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5일 시행된 신규 순환출자 금지법에 따라 순환출자 구조가 드러날 경우 총수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계열사를 지배한다는 부정적인 인식 등 대기업들이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만큼 한발 앞서 해소 작업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6일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상호출자제한 49개 기업집단 중 순환출자(환상형) 고리를 형성한 13개 그룹의 지분구조를 조사한 결과, 지난달 말 기준 순환출자 고리 개수는 총 50개로 집계됐다.
1년여 전인 지난해 4월 107개와 비교하면 절반 이상인 57개(53.3%) 고리가 끊어졌다. 순환출자 고리는 출자사와 피출자사 간 지분이 1% 이상인 경우만 집계했으며, 지난해 4월 이후 신규 추가된 고리는 조사에서 제외됐다.
가장 복잡한 고리를 가진 롯데와 삼성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 두 그룹 모두 경영권 승계를 목전에 둔 상황이어서 해소의 필요성은 커졌다.
롯데는 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알미늄→롯데제과 등으로 얽혔던 51개의 고리를 지난달 말 10개로 41개나 크게 줄였다. 롯데는 각 계열사들이 지닌 그룹사 지분을 순환출자 고리의 핵심인 롯데쇼핑과 롯데제과 등에 몰아줘 출자구조를 단순화했다.
이에 대해 재계 일각에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형인 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 간 계열 분리를 염두에 둔 정지 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롯데카드는 롯데칠성음료 지분 1.59%를 롯데제과에 매도해 15개 고리를 끊었다. 롯데건설과 대홍기획은 롯데상사 지분 5.97%와 1.13%를 롯데쇼핑으로 넘겨 10개와 2개씩의 연결을 차단했고, 롯데리아는 롯데알미늄 지분 1.99%를 롯데케미칼로 넘겨 11개의 고리를 해소했다.
지배구조 핵심 계열사인 호텔롯데 역시 롯데역사가 지닌 롯데건설 지분 2.37%를 매수해 19개 연결 고리를 끊었다.
이처럼 계열사 간 지분 이동으로 끊어진 고리 수가 그룹 전체 해소분보다 더 많은 것은 하나의 순환출자 고리 내에서도 지분을 매각한 기업이 여러 곳에 달하기 때문이다.
삼성은 지난해 말 삼성전기와 삼성물산이 삼성카드 지분 3.81%와 2.54%를 삼성생명으로 넘기며 지분 정리를 시작했고, 올 들어서도 삼성카드가 제일모직 주식 4.67%를 삼성전자에 매도해 2개 고리를 절단했다.
이어 삼성생명이 삼성물산 지분 4.65%를 삼성화재에 넘겨 6개 고리를 추가로 끊었고, 지난달에는 제일모직이 에버랜드 지분 4%를 삼성SDI로 매각해 2개의 고리를 절단했다. 삼성은 향후 전자 중심의 지주사 체제 설립과 함께 금융 분리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게 재계의 대체적 관측이다.
동부는 동부제철→ 동부생명→ 동부건설→ 동부제철로 이어졌던 순환출자 고리 5개가 재무구조 개선 과정에서 모두 해소됐다. 금융부문은 수직계열화 됐고, 제철은 지분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했다.
반면 현대차(2)를 비롯해 현대중공업(1), 대림(1), 현대(4), 현대백화점(3), 한라(1), 현대산업개발(4) 등 범현대가와 한솔(7)은 순환출자 고리 변동이 전혀 없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를 지주사로 한 그룹 재편이 관측되고 있으나 소요되는 자금이 만만치 않은 데다, 정몽구 회장 또한 건재해 당분간 급박한 변동은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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