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연이은 국무총리 낙마 등 총체적 인사 난맥의 탓을 엄격한 국회 인사청문제도 때문으로 돌린 가운데, 참여정부에서 인사청문 대상을 국무위원으로 확대하게 된 배경이 진술됐다.
최근 ‘기록’을 출간하며 고 노무현 대통령의 입으로 생환한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사를 소개했다. 해당 내용은 윤 전 대변인인 ‘기록’에 이어 집필 중인 비망록에 실린다.
그는 “국회 인사청문 대상을 국무위원으로 확대하게 된 계기는 2005년 1월 이기준 교육부총리의 낙마였다”며 “노 대통령은 이때 청와대 참모들에게 인사청문 대상을 국무위원으로 확대할 것을 검토하라고 처음으로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공개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합리적인 검증을 제도화하고 강화하려는 의도였다”며 “대통령의 인사권에 제약을 가하는 것인 만큼 청와대와 여당에서 일부 반대가 있었지만 노 대통령의 확고한 뜻은 결국 관련 입법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그가 전한 전문이다.
2005년 1월 청와대.
평소 자신의 결정에 대해 쉽게 아쉬움을 표하는 대통령은 아니었다. 그만큼 이 문제를 대하는 그의 심경은 착잡하고 복잡했다. 주말에는 눈이 내렸다. 폭설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다음날(1월9일 일요일) 그는 총리와 비서실장, 주요 수석들을 모아놓고 이야기했다.
"대통령이 안이하게 판단했습니다. 사람이 귀하고 아쉽다 보니 전문성, 실용적 역량만 보고 도덕성 문제를 쉽게 생각했습니다."
이해찬 총리도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
"사적인 부분은 검증을 못했습니다. 재발이 안 되도록 하겠습니다."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으로 상황이 정리되는 듯했다. 그때 이병완 홍보수석이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응분의 문책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이야기를 꺼내었다.
"국민정서와의 싸움은 쉽지 않습니다. 인사위원회 전체가 교체될 사유입니다."
누군가 책임을 지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참여정부가 다르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대통령이 의도했던 바는 아니었다. 결국 이기준 부총리의 사표를 수리하고 인사추천위원은 일괄 사의를 표명하는 것으로 회의의 결론이 정리되었다. 교육부총리 인선의 잘못을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하며 이번 일을 계기로 인사시스템을 재점검하고 법적 미비점을 강구하겠다, 후임은 시간을 가지고 인선한다, 등이었다.
그런데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오찬을 마칠 무렵 대통령은 추가로 지시를 했다.
"인사검증을 강화하는 방법은 청문절차를 거치는 것이 가장 낫습니다. 국회의 청문에서 해명하는 기회를 주는 것이지요. 이것이 가능한지 논의를 해보시기 바랍니다."
며칠간 나름대로 고심한 결과였다. 결국 국회의 인사청문제도를 확대·강화하는 것이었다. 바꿔 말하면 대통령의 인사권을 제한하는 것이었다. 장관 임명자들도 국회의 인사청문 과정을 통해 합리적인 검증을 하자는 뜻이었다. 검증을 하나의 법적 절차로 규정함으로써 이를 통해 걸러질 것은 걸러지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다시 고심에 빠졌다. 인사추천위원의 일괄사의가 아무래도 마음에 걸렸다. 문제가 커지긴 했지만 그들이 책임을 져야 할 사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그는 부속실에 전화를 걸어 비서실장과의 조찬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비서실장에게 말했다.
"내가 임명해놓고 사람들 사표를 수리하려니까 난감합니다. 대안도 준비되어 있지 않고요……"
윤 전 대변인은 노 전 대통령의 난감한 표정으로 글을 마무리했지만 이는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는, 책임과 부담을 자신이 짊어지는 대통령의 모습으로 잔상이 남게 됐다. 특유의 유체이탈 화법을 통해 초법적 절대자 위치로 자신을 끌어다 옮긴 현 대통령과 극명히 엇갈리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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