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정부가 내년부터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와 저탄소차 협력금제도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최근 국내 산업계가 시행안 연장과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는 산업계 의견을 일축하며 제도 시행을 강행할 입장이지만,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을 서두르는 데 비해 준비기간이 짧고 정책적 허점도 보이는 등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달 28일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시행을 위한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안'을 마련하고 내년부터 2017년까지의 온실가스 배출허용총량을 16억4000만톤으로 정했다.
배출허용총량은 해당 기간 산업계가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의 총량을 가리킨다. 정부가 올해 예상한 국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이 6억9400만톤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 산업계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상당한 노력과 비용부담을 짊어져야 할 상황이 됐다.
이에 전국경제연합회 등 24개 경제단체는 2일 공동성명을 내고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계획에 따라 산업계는 3년간 28조5000억원을 부담하게 됐다"며 "정부는 할당계획안 수립 때 산업계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았으므로 재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간 산업계 내부에서 정부의 온실가스 규제에 반대한 경우는 많지만 여러 단체가 공동성명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 그만큼 정부와 산업계의 갈등이 깊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온실가스 감축을 주도하는 환경부 배출권거래제준비기획단 관계자는 "산업계의 일방적인 주장만 듣고 정부의 계획을 재검토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2일까지 서울 등에서 열리는 지역별 공청회의 의견들을 수렴해 계획에 반영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기후변화에 대응한다며 온실가스 감축을 서두른 터라 산업계의 반발이 계속되면 그간 속도를 낸 온실가스 감축계획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정부는 2012년 온실가스 감축을 공론화한 후 올해 초 한국거래소를 탄소 배출권거래소로 선정하기까지 2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시험사업도 없고 준비기간도 짧은 셈.
또 전국 500여개 온실가스 거래기업에 대한 할당량 분배와 거래시스템 마련·모의 운영 등 미리 준비하고 확인할 사안이 한두개가 아닌데 정부는 일정 자체를 미정으로 잡았다.
이런 탓에 전경련은 "미국이나 일본도 아직 전국 단위 온실가스 규제를 하지 않았고 우리 국민의 43%가 선진국의 사례를 보고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며 "서둘러 추진되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는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자동차 살 때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기준보다 작은 차를 사면 보조금을 받고, 그 반대면 부담금을 내는 저탄소차 협력금제도도 마찬가지 문제에 직면했다.
대한상공회의소 등은 이 제도가 국내 자동차 산업을 위축시키고 상대적으로 배기량이 큰 해외 자동차 업체의 반발을 불러 통상마찰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이 제도는 해외 자동차 업체와의 통상마찰을 일으킬 우려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이 문제는 미국 정부와 자동차 업계가 가장 관심을 갖는 이슈지만 우리는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정책적인 목표를 실현해야 해 양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저탄소차 협력금 시행방안을 확정할 때 국내외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예상되는 문제들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별다른 대책을 못 내놓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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