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타이젠 연합이 흔들리고 있다. 타이젠을 주도해왔던 삼성전자의 당혹감은 커졌다.
일본의 대형 통신·전자기기 회사인 NEC가 타이젠 연합에서 탈퇴한 것으로 28일 뒤늦게 확인됐다. 스페인의 텔레포니카에 이어 NEC마저 이탈하면서 후지쯔, 파나소닉 등의 대형 기업들도 탈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젠 생태계 구축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날 타이젠 연합과 NEC에 따르면 타이젠 연합의 초기 회원사 중 하나였던 NEC는 타이젠 등 신규 스마트폰 프로젝트와 관련한 사업을 일체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NEC가 그동안 진행해오던 휴대전화 단말기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나서면서 사실상 스마트폰 신규 개발을 중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파나소닉 역시 참여가 미온적이다. 파나소닉의 경우 아직 타이젠 연합의 파트너사로 남아있지만 자사의 유일한 유통망 NTT를 통한 제품 유통을 중단하면서 신형 스마트폰의 개발을 멈췄다. 일본 기업 중 타이젠 개발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NTT도코모 역시 타이젠폰 출시를 연기하고 애플과 소니 '밀어주기'로 방향을 바꿨다.
업계에서는 지난 2월 타이젠 연합에 가입한 바이두, 소프트뱅크, 스프린트, ZTE 등 새로운 회원사들 역시 실제 OS 개발에 참여하지 않는 단순 파트너사로 인식하고 있다. 스프린트의 경우 탈퇴했다가 모회사인 소프트뱅크가 가입하면서 재가입한 것으로 보이며, ZTE, 바이두 등은 연합 가입의 이유에 대해 아직 뚜렷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타이젠연합 이사회 기업 명단.(사진=타이젠연합)
타이젠 연합의 이사회 멤버는 삼성전자, 인텔, 후지쯔, 화웨이, KT, LG유플러스, SK텔레콤, 오렌지텔레콤, 보다폰, NTT도코모 등 10개사다. 다만 해당 기업 중 사실상 모바일 운영체제 개발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는 곳은 삼성전자와 인텔 뿐이며, 파트너사 중 ZTE 등 일부 기업은 경쟁 OS(운영체제)인 파이어폭스나 우분투의 파트너를 겸하고 있다.
타이젠 개발 초기부터 관여해왔던 애플리케이션 개발 업체들도 사업 초기와 달리 적극적이지는 않은 상황이다. 지난 2011년부터 삼성전자와 함께 콘텐츠 개발에 참여했던 세계 1위의 모바일 게임업체 게임로프트 측은 "여전히 대화를 하고 있긴 하지만 현재 특별히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없다"고 밝혔다.
또 삼성전자가 타이젠 스마트폰에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할 수 있는 호환 솔루션을 도입할 예정이어서 업계에서는 사실상 안드로이드와의 차별성 부각에 실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종속된 '변종 안드로이드'의 하나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국내 제조업계 한 관계자는 "타이젠의 앱 생태계가 안드로이드나 iOS에 비해 척박하기 때문에 안드로이드와의 호환성 확보로 단기간에 약점을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라며 "다만 구글 OS에 대한 종속성 탈피를 원했던 회원사들 입장에서는 애당초 타이젠이 탄생하게 된 의미가 퇴색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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