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니아 상폐 전 정리매매…투자자들 '부글부글'
정리매매 첫날 90% 폭락…허탈·분노 뒤섞여
"상폐 M&A에 유리"…종업원 지주제 전환 가능성도
가처분 없이 직진하는 위니아…18일 상폐 확정될 듯
2025-06-09 15:30:45 2025-06-09 15:30:45
[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생활가전기업 위니아(071460)가 상장폐지를 앞두고 정리매매에 들어간 가운데, 투자자들은 투자금 일부 회수에 대한 안도와 함께 막대한 손실에 대한 분노를 동시에 드러내고 있습니다. 다만 상장폐지를 계기로 위니아가 인수합병(M&A)과 회생에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대유위니아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위니아는 약 2년 동안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서 자본잠식 등의 사유로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상장폐지는 오는 18일 예정이며, 정리매매는 9일부터 17일까지 진행됩니다.
 
위니아 주가는 9일 장 시작 전부터 90% 넘게 폭락한 50원대에서 거래를 시작해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장기간 거래가 정지돼 있던 위니아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일부는 묶여 있던 투자금을 조금이라도 회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마지막 기회'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반면, 다수는 막대한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는 현실에 허탈감과 분노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위니아 종목 토론방에는 "95% 손실 예정", "없어질 회사 상폐하는 게 맞다"는 냉소적 반응과 함께, "회생 중인 회사를 상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의신청을 해야 한다"며 한국거래소의 결정에 반발하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한 투자자는 "30만 주를 매수해 2억원이 날아간다"고 토로했고, 또 다른 투자자는 "차라리 계좌에서 안 보이니 속이 시원할 것 같다"며 체념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법원을 통한 상장폐지 가처분 신청으로 정리매매를 중단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현재 위니아는 회생 절차를 다시 진행하기 위해 법원에 재도의를 신청했고, 새로운 인수자를 찾고 있습니다. 이번 상장폐지가 회생에 걸림돌이 될까 우려하는 겁니다. 
 
하지만 위니아 측이 오히려 상장폐지가 M&A에 유리하다는 판단 아래 가처분 신청을 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요즘은 알짜 기업들 중에서도 굳이 상장을 선택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외부 투자자와 지분을 나누는 것이 부담이 되기 때문인데, 위니아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위니아가 자체 경쟁력이나 자산 가치를 충분히 갖추고 있다면, 상장폐지 이후에도 인수 의지를 보이는 기업은 반드시 나올 것"이라며 "상장폐지를 통해 불필요한 규제와 제약에서 벗어나 구조조정과 M&A를 보다 유연하게 추진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위니아가 종업원 지주제(Employee-Owned Company) 방식으로 기업을 재편할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이 방식은 직원들이 회사 지분을 낮은 가격에 매입해 경영권을 확보하고, 내부 주체 중심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구조입니다. 위니아가 장외주식시장에 잔류한 채 자산 매각과 영업권 양도 등을 통해 일부 채무를 정리하고 재무 구조를 개선한 뒤, 경영 정상화를 거쳐 기업가치를 회복하고 재도약을 모색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입니다.
 
업계에선 위니아가 M&A가 아닌 자산 매각 또는 영업권 양도에 나설 것이라고도 예상하지만, 밀린 임금과 퇴직금을 메우기에도 벅찰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앞서 박영우 전 대유위니아 그룹 회장은 김혁표 위니아 대표이사, 박현철 전 위니아전자 대표이사, 안병덕 전 위니아전자 대표이사 등과 공모해 위니아전자와 위니아 근로자 800여명의 임금과 퇴직금 470여억원을 체불한 혐의로 지난해 3월 구속 기소됐습니다.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박 전 회장은 지난달 항소심에서 보석을 신청한 상태입니다.
 
한편, 위니아가 이번 상장폐지 절차에 대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하지 않는다면, 예정대로 정리매매를 거쳐 상장폐지가 확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위니아 가전 3사 노동자들이 지난 3월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임금체불 관련 박영우 대유위니아그룹 회장 일가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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