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19일 세월호 대국민 담화에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다"면서도 "고심 끝에 해경을 해체하기로 결론을 내렸다"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사고 발생 초기 인명구조에 실패한 해경의 책임을 묻는 깜짝 극약처방을 내리자 창설 61년 만에 공중분해되는 해경은 물론 여론도 이를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런데 해경이 이번에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동안 해양 주권과 해상 안전을 수호하던 부처 자체를 없애버리는 게 맞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소를 잃어버렸으면 뒤늦게라도 외양간을 고쳐서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함에도, 박 대통령은 도리어 외양간도 없애는 걸 대책으로 내놓은 셈이다.
박 대통령은 해경의 경비업무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신설될 국가안전처로, 수사·정보 업무는 경찰청으로 이관하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해경이 해체되면 불법 조업을 자행하는 중국 어선 단속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
또 마약 밀수, 불법 밀입국 같은 범죄 수사와 독도 경비 문제 등에서 상당한 부작용이 예상돼 해경 해체가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이상부 전 해경 차장은 "잘못된 부분을 보완해서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박 대통령의 해경 해체 방침을 비판했다.
2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를 가진 이 전 차장은 "해상에서 경찰의 모든 업무를 해경이 했다"면서 해경이 수행하던 경비 및 수사·정보 업무를 분리할 경우 그 기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을지 의문을 표시했다.
또 초동 대처에 실패한 건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가 아니라고 부인했던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혼선만 가중시킨 안전행정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 정부 전체라는 점에서 해경 해체는 위기에 처한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꼼수로 풀이된다.
해경이 구조에 실패했다고 해체하는 것은 수학여행을 가던 길에 사고를 당했다는 이유로 수학여행 폐지를 추진하는 것처럼 사태를 수습하는 근원적 대책이 아니라 단기적 처방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당장 해경이 진행하던 채용 일정이 전면 중단되는 등 혼란이 야기되고 있는 가운데 해경 공무원들의 신분과 해경 응시생들의 대책 문제는 박 대통령이 해경을 해체하기 전에 풀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News1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