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훈기자] "작년에 퇴직하고 구청에 일자리를 찾으러 갔더니 직장 경력과 학력이 부담스럽다며 안 부르더군요. 자신감도 없고 걱정이 많습니다."
29일 미래포럼이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고령사회, 행복한 일자리 상상'을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는 일반인 5060 시니어들이 토론에 참여해 다양한 고민과 생각을 쏟아냈다.
이날 청중석에서 가장 먼저 손을 들고 일어선 김남국 씨(60)는 "퇴직 후 경제적 여건이 충분치 않아 일자리를 찾을까 창업을 할까 인생을 고민하고 직접 찾아다녔으나 힘들고 두렵고 자신이 없어지더라"고 고민을 털어놨다. 그는 "우리나라에는 일자리가 많지 않은 것 같다"며 "후진국에 필요한 적정기술을 우리나라 은퇴자들이 지원하러 가면 어떨까 한다"는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직장에서 퇴직한 지 10년이 됐다고 소개한 안상조 씨(58)는 식당을 운영하면서 어려웠던 점을 소개했다. 안 씨는 "2~3년 전만 해도 자영업으로 돈도 벌고 보람된 면이 있어 성공했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제는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생각을 한 배경으로 "자영업자도 건강해야 일을 할 텐데 쉬는 날 없이 하다 보니 아파서 병원에 가려고 해도 비용도 많이 들더라"며 "갑이 주장하면 을은 꼼짝 못하는 현실에는 눈물이 나올 정도로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모 씨는 기업이 근로자에게 퇴직 이후를 준비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교육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씨는 "K모 대기업이 8000여 명을 퇴직시킨다는 뉴스가 나오는데 궁금한 것은 퇴직하는 이들이 생애설계교육이라는 걸 받았는지 아닌지"라며 "저는 다니던 직장에서 그런 교육을 받았으나 시간 때우기 식이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근로자가 직장을 나가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런 기업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토론자들도 이런 반응에 다양한 답변을 내놨다.
손승우 유한킴벌리 대외협력본부장은 "기업은 단기간이 아닌 2~3년 동안 자사 근로자가 퇴직 후에도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라며 "다만, 기업이 모두 부담하기는 어렵다. 정부 또한 은퇴자를 지원하는 데 많은 재정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기업을 지원해 퇴직자가 원하는 일자리를 찾도록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경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고령사회연구센터장은 "중고령자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고용주와 근로자, 사회의 가치관도 바뀌어야 하는데 이것은 1~2년 내 바뀌는 것이 아니다"라며 "법적인 기반을 만드는 게 공공의 역할이라면 기업의 경우 최고경영자(CEO)가 던지는 메시지가 상당히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흥식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액티브 시니어가 모여서 이런 사정을 정부에 얘기를 전하고 토론을 해야 할 것"이라며 "65세 이상은 여성이 훨씬 더 많으므로 젠더 관계의 문제점도 지적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규복 유한킴벌리 대표는 "오늘처럼 진지하게 진행된 토론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며
"일자리를 복지라기보다는 기회로 생각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기회로 활용해 문제를 풀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포럼이 29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고령사회 행복한 일자리 상상을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한 청중이 질문하고 있다.(사진=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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