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뉴스토마토 김영택·김진양기자] 지난 22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왕징에 위치한 베이징현대 딜러점.
한산한 평일 오후였지만 딜러점을 찾은 고객들로 분주했다. 매니저들은 차량의 디자인부터 편의사양, 가격 등을 꼼꼼히 상담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곳 딜러점을 방문하기 전 베이징모터쇼에서 만난 저우윈 CTV(충칭텔레비전) 기자는 ‘바링허우(80后)’와 ‘지우링허우(90后)’가 신(新) 소비층으로 급부상하면서, 그들을 타깃으로 한 SUV와 해치백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며 중국 내 소비 패턴의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때문에 왕징 베이징현대 딜러점 역시 젊은 소비자들로 붐빌 것으로 예측했는데, 막상 접하니 나이가 지긋한 50대 이상 고객들이 대부분이었다. 실상은 이들이 자녀들을 위해 지갑을 열기 위해 찾았다는 것.
SUV 싼타페와 i35를 유심히 살피던 뤄위썅(54) 씨는 “베이징현대 차량은 외관은 세련되고 내부 디자인 역시 인간적인 매력이 느껴진다”면서 “가격은 합리적이고, 성능은 매우 뛰어나 베이징현대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뤄 씨는 “(나는)다른 브랜드의 차량을 타고 있는데, 가성비가 뛰어난 베이징현대의 차량을 아들에게 사주기 위해 왔다”고 귀띔했다.
◇베이징현대 왕징 딜러점에서 차량 구매상담을 받고 있는 고객.(사진=뉴스토마토)
바링허우와 지우링허우는 중국의 80년대 이후 출생한 외동아들·외동딸들로 지난 수년간 중국을 대표하는 핵심 소비층으로 급부상했다. 1979년부터 시행된 1가구1자녀 정책으로 부모의 경제력이 이들에게 집중되면서 소비를 촉진시켰다는 평가다.
개혁개방 이전 세대인 치링허우(70后)의 경우 근검절약이 몸에 배어 있다면, 이들은 남들과 다른 개성을 중시하는 신세대로, 좋아하는 것은 바로 구매하는 성향이 강하다. 이들이 눈독을 들이는 차량은 단연 SUV와 해치백이었다.
특히 다운사이징한 소형 SUV는 전 세계적 자동차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 무엇보다 콤팩트하고 실용성이 높아 개성을 중시하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또 현지 관계자들에 따르면, 바링허우의 정서상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에 중저가의 세단이 아닌 프리미엄급 SUV 차량을 선호한다는 분석도 더해졌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2014베이징모터소에서 선보인 소형 SUV 'ix25'와 해치백 'K3S'.(사진=뉴스토마토)
현대·기아차의 중국 광고를 통해서도 바링허우와 지우링허우를 타깃으로 큰 공을 들이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현대차의 중국 전략차종인 ‘ix25’와 기아차의 해치백 차량인 ‘K3S’의 광고모델에는 최근 한류열풍으로 현지 젊은 층으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배우 김수현과 이민호가 각각 투입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 현대차가 110만대, 기아차가 55만대 판매를 목표로 잡았는데, 지난해와 비교해 엇비슷한 (성장)수준”이라면서 “중국을 공략하기 위한 ’D+S 전략’은 쏘나타(D세그먼트)와 SUV를 중심으로 설정됐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중국 소비 패턴의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는 한편 우수한 품질을 바탕으로 ‘제값받기’ 정책을 고수해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과 본격적인 경쟁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현지에서 만난 한 딜러는 “판매가 가장 잘 되는 모델은 ‘쏘나타’와 ‘싼타페’, ‘ix35(국내명 투싼)’”라고 꼽은 뒤, “한국보다 중국에서 더 비싼 가격에 차량이 판매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우리나라의 경우 싼타페 판매가격은 2802만원(16만8460위안)에서 3678만원(22만1126위안) 수준이지만, 중국에서 가장 낮은 등급의 싼타페 판매가격은 22만위안을 훌쩍 뛰어 넘는다.
◇베이징현대 왕징 딜러점 전경 및 실내모습.(사진=뉴스토마토)
현대차는 지난 2006년부터 중국 전략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태스크포스팀(TF)을 구성하고, 설문 등을 통한 시뮬레이션에 박차를 가한 결과, 디자인은 물론 성능, 편의사양까지 모두 현지 최적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현대차는 중국 자동차 업체들보다는 높은 품질을, 일본이나 유럽 자동차 업체들보다는 낮은 가격을 강점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자칫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뻔 했지만, 포지셔닝의 역발상으로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킨 셈이다.
쟝이 베이징현대 왕징 딜러점 매니저는 “베이징현대의 브랜드 강점은 빠른 발전과 속도”라고 강조한 뒤 “최근 3~4년간 눈부신 성장을 했다. 중국 내에서 매우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왔고, 고객들의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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