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충희기자] 전세계적으로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국내외 자동차 업체들이 앞다퉈 전기차를 출시하고 있다. 기아차가 쏘울의 전기차 모델을 이달 새롭게 출시했고, BMW도 오는 24일 전기차 i3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전세계 전기차 판매량 1위에 빛나는 닛산 리프도 오는 11월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어 전기차 경쟁의 화룡점정을 찍을 태세다.
지난달 제주에서 열렸던 '제 1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에는 5만여명 이상의 관람객이 몰리면서 전기차에 대한 일반인들의 폭발적인 관심도 증명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올해가 전기차 시대의 원년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숨기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일반인들의 전기차에 대한 관심 증가에도 불구하고 전기차를 실제 구매할 수 있는 소비자들은 극히 소수에 머물 전망이다. 환경부와 지자체의 보조금이 대부분 관용과 리스용을 구입는데 사용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15일부터 21일까지 열린 '제 1회 국제전기자동차 박람회'에는 관람객 총 5만여명이 다녀가 전기차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증명됐다. ⓒNews1
◇민간용 전국 683대..서울·인천·경기 민간 보조금 지급 無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민간용으로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는 곳은 전국적으로 제주도(451대)와 부산시(74대), 광주광역시(18대), 창원시(100대), 영광군(40대) 등 다섯 곳 뿐이다. 이들 지자체의 지원 대수를 합하면 683대에 불과하다.
민간 보조금 지원이 전국 최대규모인 제주도에서도 지원금 혜택을 받기는 쉽지 않다. 제주도는 상반기 226대의 전기차에 각각 2300만원(지자체 800만원 + 환경부 15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공모접수를 진행했는데, 지원자 1654명이 몰려 경쟁률 7.3대 1을 기록했다.
지원자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하반기에는 225대에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계획하고 있지만, 130대분의 보조금만 확정돼 있어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는 것이 제주도측의 설명이다.
창원시도 연간 총 100대에 각각 1800만원(지자체 300만원)을 지원하기로 하고 공모를 마감한 결과 지원자수가 300~400여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위 다섯곳의 지자체를 제외하면 민간용으로 구입할 수 있는 전기차 지원금 혜택은 없다. 서울시는 올해 전기차 보조금 규모를 대당 750만원에 총 110대를 지원하기로 예산을 책정했지만, 이는 관용 12대와 카셰어링용 98대에 해당해 일반 소비자들은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인천시도 올해 총 5대의 관용 전기차를 구입하는데 대당 자체 지원금 1500만원을 사용하기로 예산을 책정했다. 환경부 보조금을 합하면 대당 3000만원이다. 이 밖에 경기도와 대전시는 일부 전기차 생산 업체가 대당 지자체 예산 500만원을 지원하는 것으로 홍보하는 것과는 달리 자체 책정된 지원 예산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원금 내년 끊기고 충전소 여전히 부족
전기차 지원금은 올해 환경부에서 연간 1100여대에 1500만원씩을 지급하기로 책정돼 있다. 전기차를 사려고 마음만 먹으면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부 소비자들의 수요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각 지자체별로 요구하는 지원금 규모에 비해서도 한참 모자라다. 양창주 환경부 교통환경과 사무관은 "지자체의 보조금 요구는 올해만 2000대를 훨씬 넘고 있다"며 "전기차 지원금을 늘리려고 추가 예산을 편성하려면 환경부 내에 다른 재원을 가지고 노력해봐야 하는데 사실상 힘들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 지원금도 올해를 끝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내년부터는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금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차에 환경 부담금을 전가해 구입하도록 유도한 뒤, 부담금으로 조성된 자금을 이산화탄소가 적게 배출되는 차의 구입에 지원금으로 투입한다. 이에따라 정부의 지원금이 없어지면서 그나마 있는 지자체별 지원금도 함께 사라질 전망이다.
한편 환경부가 집계하고 있는 서울시내 전기차 급속 충전소는 기업 홍보용 등을 포함해 총 35곳, 경기는 25곳에 불과하다. 전국적으로는 총 177개다. 일부 전기차 업계가 수천여개의 충전소가 보급됐다고 홍보하는 것은 충전하는데만 4시간 이상이 걸리는 완속 충전소도 포함된 수치라 실제 전기차 구입을 고려하고 있는 소비자들의 관심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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