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준호기자] 국내 최고의 모바일 게임사 ‘넷마블’과 중국 최대의 플랫폼사인 텐센트가 손을 잡음에 따라 게임시장의 지각변동이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넷마블은 텐센트 ‘위챗’을 통해 세계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으며, 텐센트는 한국에서 가장 우수한 모바일 게임 라인업을 얻게 됐다는 평가다.
또 중국의 거대 IT기업들의 국내 게임사에 인수합병(M&A)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연말 게임빌·컴투스의 합병에 이어 스마일게이트의 선데이토즈 인수, 넷마블과 텐센트의 전략적 파트너쉽 체결 등 모바일 게임업계 합종연횡은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CJ그룹서 계열분리된 넷마블..세계로 나간다
지난 26일
CJ E&M(130960)은 자회사 CJ게임즈가 중국 최대 게임사 텐센트로부터 533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CJ게임즈의 최대 주주는 방준혁 CJ E&M 고문(35.88%)이 되며, 2대 주주는 CJ E&M(35.86%), 3대 주주는 텐센트(28.00%)가 됐다.
또 CJ그룹은 넷마블을 물적 분할해 CJ게임즈와 합병시킬 예정으로, 방 고문은 통합 CJ넷마블(가칭)의 최대주주이자 경영자로 전면에 부상하게 됐다.
대규모 외국자본 유치를 통한 지배구조 변경이 진행된 배경에는 방준혁 고문과 CJ그룹의 이해관계가 일치했다는 평이 일반적이다.
CJ E&M은 문화 콘텐츠 전문기업으로 방송, 음악, 공연, 게임을 아우르는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중 게임 부분인 넷마블이 지난해 급속도로 성장하며 실적 향상에 기여를 했지만,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나 웹보드게임 규제 등은 대형 그룹사로서는 껄끄러운 요소였다.
또 CJ그룹은 공정거래법상 증손회사 지분규제로 인해 애니파크, 씨드나인게임즈, 누리엔소프트, CJ게임랩 등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사들이거나 매각해야 하는데, 이번 투자 유치로 CJ E&M이 CJ게임즈의 2대주주로 물러나면서 해당 규제를 피하게 됐다.
◇게임이 제외된 CJ그룹의 창조경제 광고. 게임업계에서는 이 광고가 CJ그룹의 게임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사진=유튜브 광고 캡쳐)
CJ E&M과 방준혁 고문의 CJ게임즈 지분차이는 겨우 0.02%포인트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게임부문이 전체 그룹에서 계열분리된다 하더라도 막대한 영업외 수익이 기대되며, 특히 텐센트와 손잡고 해외에서 성과를 낸다면 CJ 그룹 입장에서는 손해볼 일이 없다.
김준섭 이트레이드 연구원은 “CJ E&M 입장에서는 작은 파이의 큰 부분이냐, 큰 파이에서 작은 부분을 차지하느냐의 차이”라며 “텐센트와의 전략적 사업파트너쉽과 적극적 인수합병(M&A)가 높일 CJ E&M의 지배주주지분 순익을 고려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방준혁 고문도 10여년 만에 다시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서, 텐센트로부터의 막대한 투자금을 유치한 점은 매우 고무적인 요소다. 적극적인 M&A를 통해 세계시장에서 활로를 개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소프트뱅크는 핀란드의 대형 모바일게임사 슈퍼셀을 인수했고, 넥슨도 미국의 유력 모바일게임 스튜디오를 다수 인수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모바일게임사 M&A 전쟁은 실시간으로 진행되고 있다.
방준혁 고문은 “증손자법 규제 해소, 투자 자금 확보, 강력한 글로벌 플랫폼 확보 이 세 가지를 모두 풀기 위해 텐센트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6일 저녁 진행된 CJ게임즈-텐센트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식에서 방준혁 고문이 기업지배 이슈를 해결하고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겠다고 설명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통합 ‘CJ넷마블’ 기업가치는 1.9조..추가 자금확보 시도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텐센트가 CJ게임즈의 지분 28%를 5330억원에 인수함에 따라, 현재 CJ게임즈의 기업가치를 1조9000억원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는 엔씨소프트(4조8000억원), 넥슨(3조7000억원) 보다는 작지만 NHN엔터테인먼트(1조4600억원)보다는 커 국내게임사 중 '탑3'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볼 수 있다.
KTB투자증권에 따르면 CJ게임즈의 지난해 매출은 5000억원, 영업이익 660억원, 순이익 450억원이며 주가수익비율(PER)은 42배 수준으로, 텐센트와 맞먹는 수준이다. 텐센트가 CJ게임즈의 발전 가능성을 얼마나 크게 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CJ게임즈는 향후 CJ E&M에서 물적분할되는 넷마블을 합병해 ‘CJ넷마블(가칭)’으로 재탄생하게 되며, 국내 조직 정비와 더불어 세계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올해 약5조3000억원 규모로, 국내 시장의 4.5배 수준으로 추정되는 중국 시장에서의 성적에 따라 향후 기업가치는 더 상승 할 수 있을 전망이다.
◇국내 게임사 기업가치 비교. 26일 주식시장 종가기준. CJ게임즈는 증권업계 추정치다(자료 = 뉴스토마토)
업계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CJ넷마블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기업공개를 통해 추가 자금확보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텐센트로부터 투자받은 5330억 중 3500억원 가량은 향후 넷마블 합병 자금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세계 시장에서 유력 게임사를 인수합병(M&A)하기 위해서는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0월 일본의 소프트뱅크는 핀란드의 모바일 게임사 슈퍼셀을 인수하기 위해 1조6000억원의 천문학적인 자금을 사용했다.
방준혁 고문은 “세계시장으로의 빠른 진출을 위해 당장은 기업공개(IPO)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현재 CJ게임즈가 보유한 우수한 개발자회사들 중에는 상장 기업이 나올 수도 있다”고 추가 자금확보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진격의 ‘텐센트’.. 中 IT기업 한국진출 본격화
최근 중국언론들은 ‘텐센트’의 기업 경영 목표가 ‘상품 개발’에서 ‘적극적 투자’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경영진들이 IT전문가 그룹에서 금융전문가들로 교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기조에서 텐센트는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한국 문화콘텐츠 기업에 대한 투자를 더 늘릴 것으로 보인다.
게임업계에 따르면 텐센트는 이번 CJ게임즈 지분투자 외에도 지난 4년간 카카오(920억원)을 비롯한 국내 4~5개 게임사에 투자했으며, 국내 벤처캐피털인 캡스톤파트너스와 5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투자대상을 물색하고 있다.
또 최근 텐센트의 라이벌 기업으로 꼽히는 중국의 인터넷 기업 ‘알리바바’도 국내에 사업책임자를 두고, 한국 게임사와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 기업들의 본격적인 국내 게임사 인수합병(M&A)의 시기가 곧 도래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26일 저녁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식에서도 많은 기자들이 텐센트의 향후 투자 방향에 대한 질문을 했다.
마크 런 텐센트 그룹 사업 총괄 사장은 “넷마블의 높은 퍼블리싱 역량과 플랫폼의 힘으로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당분간은 CJ게임즈와의 공고한 협업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집중하겠다”고 추가 투자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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