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의 한 아파트. (사진=문정우기자)
[뉴스토마토 문정우기자] 최근 급매물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던 용산 서부이촌동에 개발 바람이 다시 불고 있다. 일부 집주인들은 벌써 호가를 올리기도 했다.
6.4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정몽준 의원이 언급한 용산개발 공약에 따른 반응인데, 구체적이지 않은 청사진으로 주민들을 또 다시 혼란에 빠뜨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급매 중심으로 거래..일부 호가 올리기도
현재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에는 최근 몇 개월전부터 급매물 중심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서부이촌동에 위치한 A중개업소 대표는 "대림아파트 전용면적 59㎡의 매매시세는 5억5000만~5억7000만원이며 북한강성원아파트 60㎡는 5억5000만~6억원수준으로 저렴한 급매물들을 중심으로 다소 거래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외지인들이 많이 찾는데 거래가 이뤄지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개월 전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인근 B중개업소 관계자는 "문의도 많이 오고 예전보다 손님들 발길이 눈에 띄게 늘었지만 거래로 이어지는 수준은 아니다"며 "최근 몇 개월 전부터 거래가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26일 온나라부동산에 따르면 국제업무지구 지정이 해제된 지난해 10월 10일 이후, 대림아파트 59㎡는 지난해 12월 5억4000만원, 올해 1월 4억8500만원의 급매물들이 우선 거래됐다.
시세보다 낮은 가격대에 거래가 된 이유는 많은 융자로 인해 집주인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매매에 나섰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일부 물건들은 주인들이 회수를 하거나 호가를 올리고 있다.
A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개발 소식이 나오면서 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올리는 상황"이라며 "정몽준 의원이 용산개발을 공약으로 세우고 나서부터 일부 집주인들 사이에서 정 의원을 당선시켜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고 말했다.
◇선거공약으로 인해 악몽 재현되나
최근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은 서울시장 예비후보로 출마의사를 내비쳤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용산개발을 공약으로 언급했다.
정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용산 개발은 덩어리가 커서 소화가 안되고 있다"며 "단계적이고 점진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고 큰 그림을 갖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통합개발 방식을 단계적인 개발 방식으로 전환, 추진할 경우 개발 가능성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면서 지역 주민들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PBC 라디오와의 인터뷰를 통해 "논쟁 할 일이 아니다. 지역주민들을 만나 토론을 한 다에 공약을 제기하면 좋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박 시장은 "해제된 지 5개월밖에 안됐다. 현재 코레일과 시행자가 있고, 그 사이에 토지소유권 반환소송이나 주민들이 시를 상대로 한 소송이 제기돼 있다"며 "상처가 아물지 않았고 과거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개발이 다시 추진되겠나"라고 정 의원의 주장을 반박했다.
반면, 한쪽 주민들은 '개발'이라는 말에 격분하고 있다. 여전히 주민들 사이에서는 7년간의 아픔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서부이촌동에 사는 김모씨는 "개발을 안 하겠다고 하더니 이제 말 바꿔서 또 개발한다고 그러냐"며 "우리 주민이 무슨 동네북이냐. 그냥 좀 놔뒀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인 최모씨도 "사실 주민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리는 부분도 있겠지만 지구지정이 해제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개발 이야기가 다시 나오니 혼란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지난 2007년 7월 18일 서부이촌동 주거지역까지의 용산국제업무지구 통합개발이 결정되면서, 서울시가 용산국제업무지구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사실상 재산권 행사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사업이 결국 백지화 되면서 결국 주민들은 경제적·정신적 손실을 입게 됐다.
현재 시는 지난해 10월말부터 이촌2동 주민센터에 현장지원센터를 열고 일자리와 복지, 도시관리, 대출 관련 분야를 중심으로 주민들에게 상담지원을 하고 있다. 이번달 도시관리 주민설명회를 열고 주민 스스로 협의체를 구성, 낙후된 구역을 중심으로 문제점을 해소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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