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프로야구단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부산 사직구장의 여러가지 시설 개선에 대해 발표했다. 외야 중앙 전광판과 실외 불펜·펜스 등이 바뀌었고 이에 많은 야구팬의 환호가 있었다.
이번 개선에서 또하나 자랑할 만한 사항은 바로 음향 장비의 전면 교체다. 그동안 팬들에게 '돌림노래'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사직구장의 열악한 음향 설비는 이번에 세계적 수준의 첨단시설로 거듭났다. 공연장에 주로 쓰이며 야외 경기장에는 세계 두번째인 첨단 장비를 들였기 때문이다.
뉴스토마토는 지난 21~22일 시험 가동에 맞춰 사직구장에서 음향을 직접 듣고 국내·외 음향 전문 기술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현장 취재 이후 변경된 사항은 전화 보충취재를 실시했다.
◇미국 마이어 사운드사의 기술 서비스 총괄 엔지니어인 미구엘 로띠에(Miguel Lourtie)가 기자에게 부산 사직구장 음향 설비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 우측의 스피커가 이번 사직구장 전면 리모델링 공사를 통해 설치된 시설 중 메인 스피커. (사진=이준혁 기자)
◇야외 경기장에선 세계 두번째인 최상급 음향 인프라
부산시와 롯데 구단이 사직야구장에 설치한 음향 장비는 미국 마이어사(社)의 제품이다.
다른 음향장비 제작 기업과 달리 마이어는 보급 제품을 전혀 제작하지 않는 회사로, 주문이 오면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도시 버클리(Berkeley)에 위치한 공장에서 수작업으로 하청없이 직접 제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창업주이자 회사 오너인 존 마이어(John Meyer)는 완벽주의자로, 본드까지 자체 제조해 쓰는 인물로 알려졌다. 스스로 만들기 힘든 나사와 저항 정도만 사서 쓴다는 말이 들려올 정도다.
이같은 고집 덕분에 제품 성능은 매우 뛰어나며 명성은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국내에 국립극장과 서울 LG아트센터 등이 마이어 제품을 쓰고 있고, 전설적인 헤비메탈 그룹인 메탈리카(Metallica)도 마이어 스피커만 사용한다.
마이어는 설치 현장별로 별도의 제품이 있다. 당연히 경기장(Stadium)도 별도 제품군이 존재한다.
사직에 설치된 'CAL'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풋볼(NFL) 경기장인 칼 메모리얼 센터(CAL memorial Center)에서 처음 설치된 제품으로 마이어에서도 최상급의 제품에 해당된다. 가격도 12억원(스피커 가격만 9억8000만원)으로 매우 비싸다.
사직에는 56개(주 스피커 26개, 보조 스피커 30개)의 스피커가 원형으로 들어섰다. 많은 스피커가 구단 스탠드 최상단에 설치됐으며 나머지도 상단에 설치됐다.
CAL의 장점은 음이 깨끗하게 잘 들리는 것과 함께, 스피커의 디지털 조작을 통해 음향 방향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조작은 음의 방향, 길이, 폭에 걸쳐 일제히 가능하다. 이같은 음의 전면 제어는 한국 경기장에서는 최초로 사직에서 구현됐다.
◇음이 닿는 중심 범위를 지평선 기준으로 11도로 유지한 상태에서 각폭을 (왼쪽부터)10도, 20도, 30도로 조정한 모습. 사직구장은 디지털 조작을 통해 스피커의 음을 조절할 수 있게 됐다. (사진=이준혁 기자)
◇음의 각폭을 5도로 유지한 상태에서 음이 닿는 범위를 지평선 기준으로 (왼쪽부터) 30도, 19도, 6도로 조정한 모습. 사직구장은 디지털 조작을 통해 스피커의 음을 조절할 수 있게 됐다. (사진=이준혁 기자)
◇미국 마이어 사운드사의 기술 서비스 총괄 엔지니어인 미구엘 로띠에(Miguel Lourtie)가 기자에게 부산 사직구장 음향 설비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이준혁 기자)
◇직접 들어보니 대형 콘서트 가능할 정도
음향 설비 설치의 실무 책임자인 김민 키노톤 코리아 차장은 "공연을 진행할 수도 있을 정도의 깔끔한 명료도가 이번 스피커의 최대 장점"이라고 밝혔다.
이에 기자는 50여분간 구장 곳곳에서 스피커의 소리를 들었다. 국내 체육 기자 중에서는 최초다.
음향 청취에는 마이어에서 파견된 엔지니어 미구엘 로띠에(Miguel Lourtie)도 함께 했다. 포르투갈 출신인 그는 유럽 지역의 주요 음향 시설 설치를 총괄 지휘한 전문가로, 사직구장 음향을 점검하고 최종 조율하기 위해서 열흘동안 한국을 찾았다.
직접 들은 사직구장의 음은 정말 깔끔했다. 어느 위치에 서서 들어도 음은 일정했고, 음색에 잡티는 없이 세세한 부분이 묻히지 않을 정도였다. 드럼 스틱의 음까지 들릴 정도였다. 그동안 취재차 방문할 때마다 느꼈던 일명 '돌림노래'는 전혀 상상이 안 될 정도다.
음은 운영실에서 하는 제어 조치를 통해 조절이 됐다. 목표한 위치와 범위에 맞게 음이 들렸다. 자동화 지향성 스피커(Direction Speaker)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들었기에 약간의 음의 튕김은 있었지만, 실제 경기 때는 제작 당시 의도한 그대로 음 제어가 충분히 될 것으로 느껴졌다. 개별 좌석에 앉은 사람들이 음을 흡수해 튕김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이같은 음향 장비의 진짜 장점은 '선수들의 경기 집중도 향상'에 있다. 선수들은 작은 소리 하나에도 꽤 민감하다. 그라운드에 향하는 음을 최소화한다면 경기력을 높일 여지가 있다. 관객에게만 듣기 좋은 것이 아니라 선수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음향 장비 교체인 것이다.
특히 지향성 스키퍼는 수비수의 수비력 향상 차원에서 유리하다. 타자의 타구에 맞춰 수비수는 미리 대기할 장소를 택해 기다리거나 죽을힘을 다해 달려 허슬 플레이를 펼쳐보인다. 타구 판단시 잡음이 적을 경우 좋은 수비에 많은 도움이 된다.
◇부산 사직구장은 이번 겨울에 전광판과 음향시설 외에도 펜스, 불펜, 메모리얼 파크를 비롯한 다양한 공사를 진행했다. (사진=이준혁 기자)
◇실내 불펜을 실외로 옮기고 펜스도 바꿨다는데
지난 6일과 16일 당시 공사에 바빴던 실외 불펜은 작업을 모두 마쳤고, 약간의 이견이 있어 확정되지 않던 좌석 축소분도 최종 확정됐다. 펜스 공사도 종결됐다.
불펜은 지상에 비해 1.8m를 낮춰 1루 쪽과 3루 쪽에 설치됐다. 이 과정에서 익사이팅존이 절반씩 없어졌고, 좌석은 2만8000석에서 2만7500석으로 줄었다.
펜스는 두께 15㎝, 높이 2.4m 짜리 제품으로 설치됐다. KBO(한국야구위원회)의 권장 사항인 두께 8㎝의 갑절에 가깝다. 서울의 잠실구장과 목동구장에 설치된 제품과 같은 필드테크사 수입 펜스로, 구입 및 공사 금액은 3억여원이 들었다.
더불어 롯데 구단은 전광판 앞에 '메모리얼 부스'를 설치한다. '무쇠팔'로 불리며 일세를 풍미했던 고 최동원 선수를 비롯해, 연도별 역대 MVP와 최고 투수·타자들을 총 망라했다.
역대 감독과 골든글러브 선수를 모두 망라하는 '아너스 오브 다이아몬드 부스'도 설치된다. 감독은 동판으로 제작돼 설치되며, 선수는 '레코드 부스'로 설치돼 역대 1위의 투수, 타자들을 열거할 예정이다.
이밖에 기존 16m던 야구장 폴대도 27m로 대폭 높아졌다. 폴대를 통해 돌아나가는 파울볼과 홈런볼의 판정시비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부산 사직구장의 전광판과 음향시설에 대한 공사를 진행한 (왼쪽부터)배우성 키노톤코리아 부대표, 미구엘 로띠에(Miguel Lourtie) 마이어 사운드 기술 서비스 총괄. 김민 키노톤코리아 차장, (사진=이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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