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황..SK, 돌파구가 없다!
2014-03-04 18:33:42 2014-03-04 18:37:53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최태원 회장의 계열사 등기이사직 사퇴로 SK그룹은 또 한 번의 위기를 맞게 됐다. 2003년 최 회장이 분식회계 혐의로 법정구속된 이후 두 번째의 장기공백이다.
 
'총수 리스크'를 짊어진 SK의 각종 글로벌 사업과 신규사업은 중단될 처지다. SK 내부에서는 침체된 분위기가 역력했다. 사실상의 공황 상태다.
 
SK 관계자는 "경영체제는 예전과 동일하게 수펙스 중심으로 가겠지만 내부 분위기가 우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관계자는 최 회장과 동생 최태원 수석부회장의 등기이사 동반사퇴에 대해 "법령의 유권해석 전에 도의적 책임을 진 것"이라며 "회사와 구성원의 발전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는 것이 회장의 뜻"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던 그룹내 계열사의 정관에 '유죄판결을 받은 자의 취업제한 규정'은 없지만, 문제가 됐던 것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14조'였다.
 
해당조항은 횡령죄 등으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사람의 취업과 해당 기업체의 사업 인허가에 제한을 두고 있다. 저촉될 경우 법무부가 대상자를 해임하거나 해당 기업의 인허가를 취소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다만 현재까지 유죄판결 받은 사람이 등기이사로 선임된 경우는 없다. 따라서 사퇴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 수도 있는 대목이었다.  
 
앞으로의 관건은 최 회장 형제의 장기공백 부담을 어떻게 메울 지 여부다.
 
최 회장 형제에게 실형이 확정된 이후 SK는 아직까지 공백을 채울 방법을 찾지 못했다. 우선  후임 사내이사를 선임하지 않고 사외이사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다. 기업의 투명성 확보 차원이다.
 
계열사 자율경영 체제인 '따로 또 같이 3.0'도 지속된다. 다만 계열사별로 이뤄진 위원회가 그간 실질적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누가 부담을 지고 전략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느냐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SK는 앞서 최 회장이 지난해 1심 선고로 법정구속되자 비상경영 차원에서 계열사별 독립경영을 강조해 왔다. 그룹내 CEO로 구성된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최고의사결정기구로 끌어올리고 계열사간 사업을 조율해 왔다.
 
그러나 이 역시 최종 의사결정권자의 장기부재로 인한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최 회장의 장기 '옥중경영'은 현실성이 없는 만큼, 우선 최 회장 형제가 진두지휘했던 글로벌 사업과 신규 사업 진출, 대규모 투자 등의 의사결정부터 전면 보류될 위기에 처했다.
 
무엇보다 최 회장이 글로벌 사업을 진두 지휘해왔기 때문에 그 타격은 어느 때보다 크다는 평가다.
 
실제로 SK E&S는 지난해 9월27일 마감된 STX에너지 인수전에 최종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1조원에 달하는 STX에너지 인수전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진의 의지가 선행돼야 하지만 지난해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최 부회장까지 구속되면서 서류를 접어야만 했다. 이외에도 숱한 인수전에서 돌을 던지며 최 회장 형제 공백의 여파를 직간접적으로 증명했다.
 
재계 관계자는 "수펙스 운영체제는 오너 중심의 국내기업 운영과는 분명 다르다"며 "이번 여파는 신사업 확장은 물론 기존사업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대외신인도 뿐 아니라 한국 재계 전체의 신뢰에도 엄청난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했다.
 
비상경영 체제를 돌파할 방법으로 가석방과 특별사면이 거론되지만, 일각에서는 '사회 지도층 비리'의 엄벌을 강조해온 현 정부의 강경 기조에 비춰볼 때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최근 경제활성화를 위해 재계와의 소원해진 관계를 정상화하는데 힘을 쏟고 있는 박 대통령이 SK의 대공황을 장기간 두고 볼 수만은 없을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SK로서는 마지막 남은 희망이다.
 
◇SK그룹 사옥(사진=SK그룹)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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