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김민성 기자] 잇따른 사기대출에 악용된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외담대)과 이를 유동화할 목적으로 설립된 SPC(특수목적회사)에 대한 제도개선과 함께 담보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금융사의 여신행태가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감사원, 이미 몇년전 외담대 대출문제 지적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외담대를 악용한 납품업체들의 대출사기 행각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KT ENS 직원과 협력업체들이 공모한 3000억원대 사기대출에 이어 외국계은행인 씨티은행도 180억원대 대출사기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잇따른 사기대출로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과 이를 유동화할 목적으로 설립된 SPC에 대한 제도개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토마토 DB)
이들 사건은 매출채권을 위조해 은행의 대출을 받았다는 게 공통점이다. 금융사가 외담대를 취급할 때 서류 위주로 확인한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외담대의 담보가 되는 매출채권은 대단한 것 같지만 서류 한장 분량"이라며 "차주가 대기업이거나 기존 대출이자가 연체되지 않았다면 문제의식을 갖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난 2012년 감사원에서는 '어음대체결제수단 이용 대출 등 운영실태' 보고서를 통해 시중 은행의 부적격 구매자금대출 사실을 적발, 외담대 심사 강화를 주문했었다.
당시 상거래를 허위로 꾸며 대출받은 무거래 대출 8100억원, 실제 상거래보다 많은 금액을 대출받은 과대 대출 5200억원, 세금계산서를 발행 전에 대출해준 선대출 3조9000억원 등 최근 대출사기 수법과 유사한 것들이었다.
금융권에서 최근 일련의 외담대 대출사기를 '사상 초유'라고 부르고 있지만, 이미 과거에 관련 적발이 있었으며 거기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 셈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외담대 문제점을 인식, 금융사들이 매출채권이 실재하는지 사업장을 직접 방문 확인하고 구매기업의 공식채널을 통해 검증하도록 지도할 방침이다.
◇"현장확인 전부아냐..담보의존도 낮춰야"
하지만 금융사 실무자들은 매출채권에 대한 현장 확인에 회의적인 모습이다. 다른 은행의 한 여신담당자는 "매출채권을 확인하겠다고 현장에 방문하더라도 범행 공모자들이라면 알아서 현장을 꾸며놓지 않겠냐"고 말했다.
KT ENS 대출사기의 경우 은행의 공식 확인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피해금액이 가장 많은 하나은행은 외담대에 대한 내용증명을 당시 납품업체의 구매기업이 되는 KT ENS 측에 여러차례 보냈었다.
오히려 외담대와 이를 유동화하는 SPC 제도를 운용하면서 수기(手記) 세금계산서를 인정하는 등 제도적인 헛점이 사기 대출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KT ENS 직원의 경우 협력업체와 짜고 가짜 수기 매출채권을 만들어 이들이 세운 SPC로 3000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삼성전자 납품업체가 씨티은행으로부터 받은 180억 규모의 부당대출도 전자결제 방식의 거래가 아니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소기업들과의 거래에선 수기 매출채권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며 "금융당국 차원에서 SPC에 대해서도 투명한 거래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담보 의존도가 높은 금융사의 여신 행태에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외담대의 담보는 납품업체가 구매기업(주로 대기업)으로부터 취득한 매출채권이다. 최근 대출사기의 경우 은행들이
KT(030200)의 자회사,
삼성전자(005930) 등 대기업이라는 이름을 맹신했다는 지적이 있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국에서는 담보대출을 취급할 때 사업의 캐시플로우를 먼저 보고, 그래도 의구심이 들면 그 다음 단계로 대출액에 상당하는 담보를 잡는다"며 "외담대는 사업성을 체크 못한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금융사들이 외담대 등 담보대출을 취급하면서 사업성(대출기업의 경영상황)은 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어 그는 "사업성이 어찌됐든 담보를 매각하면 돈이 회수된다고 하는 단편적인 생각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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