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한승기자] 전기차 급속충전 방식의 국제 표준이 콤보형으로 좁혀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는 아직도 의견을 모으지 못한 상황이다. 자칫 국제표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도태될 가능성도 있다.
전기차 충전방식에는 차데모과 DC(직류)콤보, AC(교류)3상 등 세 가지 방식이 있다.
미국은 이미 콤보형을 표준으로 선택했고, 유럽도 콤보형을 단일 표준으로 추진 중이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양대 축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과 유럽이 표준을 콤보형으로 추진하자 3가지 충전방식이 모두 사용되고 있는 국내에서도 콤보형 단일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쉐보레 스파크EV와 기아차 쏘울EV.(사진=쉐보레 홈페이지, 기아차)
현재 국내에 출시된 전기차들의 충전방식은 제 각각이다. 기아차 '레이EV와 '쏘울EV'는 차데모, 르노삼성자동차 'SM3 Z.E.'는 AC3상, 쉐보레 스파크EV는 DC콤보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중 국내에서는 차데모와 AC3상 방식만 표준으로 인정돼 환경부가 이 두 가지 방식의 급속충전기 인프라를 구축 중이다. 오는 4월 정도면 듀얼 타입의 급속충전기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DC콤보형 급속충전기는 설치되지 않았다.
환경부 관계자는 "차데모와 AC3상은 인증을 받아 함께 호환이 되는 듀얼 타입의 급속충전기를 구축하고 있다"며 "DC콤보에 대한 인증이 떨어지는 대로 3가지 모두 다 충전되는 트리플 급속충전기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환경부는 오는 2017년까지 공공 운영용 급속충전기 600기를 설치하고, 이후엔 민간사업 보급형을 개발해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국내에서 콤보형 충전방식을 선택하기까지는 난제가 남아 있다. 한국전력이 스마트 그리드 사업의 일환으로 지능형 전력계량 인프라(AMI)를 구축 중인데, AMI와 DC콤보 방식이 충돌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AMI와 DC콤보 충전기가 서로 간섭해 콤보형 충전기 가동시 그 주변의 AMI가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 문제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가 현재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1차 테스트를 완료하고 다음주에 2차 테스트를 앞두고 있다"며 "테스트가 종료되고 데이터를 분석하면 1주일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정확한 결과는 내달 중순쯤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1차 테스트 결과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그 정도는 문제 없다'는 의견과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우선 전기차 업계는 AMI와 DC콤보의 충돌 문제가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 AMI는 전국에 15% 정도 공급돼 있는데, 한국전력은 오는 2020년까지 전국에 AMI를 구축할 계획이다. AMI와 DC콤보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AMI가 확산될 경우 자연스레 DC콤보는 국내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어 충돌 문제의 해결이 시급하다.
전기차리더스포럼 의장을 맡고 있는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AMI와의 간섭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국내는 글로벌 표준에서 도태돼 세계 시장에서 고립되는 갈라파고스화될 것"이라며 "글로벌 자동차 수출국으로서 전기차 시장에서 (상이한 충전방식을 통한) 독자적인 시장 구축은 불가능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글로벌 표준으로 DC콤보가 정해지는 분위기에서 우리도 (전기차 관련) 국제회의 참석이나 표준화 모임 등에 적극 참석했어야 하는데 대처가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 제조사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정반대의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전기차 제조사 관계자는 "아직 전기차 시장은 초기 시장이기 때문에 향후 나타나는 시장상황에 따라 충전방식은 따라가면 된다"며 "국제 표준이 결정되고 인프라 구축이 어떻게 되는지를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내달 중순 나오는 AMI와 DC콤보의 충돌테스트 결과에 따라 향후 국내 전기차 시장의 판도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오는 4월 국내 출시되는 BMW i3를 비롯해 폭스바겐, 테슬라 등 주요 전기차들은 충전방식으로 DC콤보를 채택하는 추세다.
◇르노삼성자동차의 전기차 SM3 Z.E.의 충전모습.(사진=르노삼성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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