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일본)=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가고시마시와 더불어 일본의 큐슈 남부 양대 도시로 꼽히는 미야자키시는 인구 40만명 대의 중소도시다. 미야자키시를 포함한 미야자키현의 인구 또한 110만명 대로 다른 현에 비해 적다. 주말 또는 연휴가 아닌 시기엔 도시가 크게 들썩일 일이 없다.
그런 미야자키시에 이달 들어 숙소를 예약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외지인이 오간다. 외지인의 출신지도 다양하다. 같은 큐슈의 후쿠오카도 있지만 도쿄 등 혼슈 중북부 지역도 있다. 이달 주말의 미야자키 시내는 다른 주말에 비해 훨씬 사람이 많고 한껏 활기가 넘친다.
2월 미야자키시의 이같은 인파는 더이상 낯설지 않다. 수년 동안 반복된 일이기 때문이다. 미야자키는 오키나와와 함께 한국·일본 주요 프로야구단 스프링캠프 훈련지로, 그동안 여러 팀이 찾았다. 올해도 일본 5개 구단(라쿠텐, 세이부, 지바롯데, 야쿠르트, 소프트뱅크)과 두산이 들렀다.
◇22일 오후 일본 미야자키시 이키메노모리 운동공원서 열린 일본 프로야구 시범경기 개막전 '소프트뱅크 호크스-세이부 라이온즈' 경기. (사진=이준혁 기자)
◇'큐슈 내에서도 남부' 미야자키, 한겨울 아니면 훈련 가능
미야자키가 스프링캠프 훈련지로 각광받는 이유는 '날씨'다. 한겨울이 아니면 바람막이 점퍼는 옷장에 넣어둬도 되고, 2월 하순에는 얇은 외투만 걸치고 거리를 걸어도 괜찮다.
소프트뱅크 호크스가 사용하는 미야자키시 이키메노모리 운동공원에서 22~23일 열린 시범경기는 낮에 진행됐다.
관중석에는 얇은 긴팔 티셔츠에 홈팀인 소프트뱅크 구단의 저지를 입거나 짧은팔 티셔츠에 남방을 겹쳐 입은 사람이 적잖았다. 날씨가 무척 따뜻해 그런지 입었다가 벗어놓은 사람도 많이 보였다.
관중들이 따뜻함을 느끼는 만큼, 실제 경기장에서 땀을 흘리며 운동하는 선수는 결코 추위를 느끼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소프트뱅크가 미야자키시의 협조를 얻어 운행 중인 '미야자키역~이키메노모리 운동공원(소프트뱅크 스프링캠프 훈련장)' 임시 셔틀버스. (사진=이준혁 기자)
◇'일본 전역에서 온 사람들이 타는' 셔틀버스
미야자키에서 올해 스프링캠프를 차린 구단 중 최대 인기 프로야구단은 단연 소프트뱅크다. 같은 큐슈 연고의 팀이기도 하지만, 과거 소프트뱅크와 함께 미야자키시의 양대 인기 구단이던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스프링캠프 훈련장을 오키나와로 이전하면서 미야자키 시민들의 관심이 소프트뱅크로 집중되고 있다.
1959년 이후 50여년간 연을 이어온 요미우리가 미야자키를 완전히 떠난 것은 아니다. 한동안 훈련을 1·2차로 구분해서 진행했고, 2군의 훈련은 아직 미야자키에서 하는 중이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인근 연고 팀이자 1군이 들르는 팀에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다. 과거 2월만 되면 소프트뱅크·요미우리가 함께 도시의 야구 장식과 홍보물을 뒤엎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시범경기·연습경기 관중 수를 살펴도 소프트뱅크 경기의 관중이 훨씬 많다.
소프트뱅크도 미야자키 시민들의 관심을 얻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미야자키역과 훈련장인 이키메노모리 운동공원을 잇는 셔틀버스다. 이키메노모리 운동공원은 시가지의 외곽에 위치한다. 평상시에는 직행 노선이 없고, 택시비는 2000엔(한화 약 2만2000엔)에 육박한다. 이에 소프트뱅크와 미야자키시는 공동으로 셔틀버스를 운행 중이다.
유료(성인 320엔, 어린이 160엔)이긴 하나 평일 11회, 주말 22회 운행되는 버스는 상당히 편리하다.
소프트뱅크 셔틀버스는 원정경기를 찾은 타팀 팬들에게도 편리하다. 버스에 탄 일본인들의 출신지는 무척 다양했다. 후쿠오카도 있지만 22~23일 상대팀인 세이부의 연고지인 도쿄 외곽의 사이타마현 출신도 많았다.
◇소프트뱅크가 미야자키시의 협조를 얻어 운행 중인 '미야자키역~이키메노모리 운동공원(소프트뱅크 스프링캠프 훈련장)' 임시 셔틀버스 시간표. (사진=이준혁 기자)
◇미야자키의 적극적인 야구단·관광객 유치 노력
미야자키현의 연간 경제 규모는 3조엔대로 그다지 크지 않다. 1인당 소득으로 봐도 도쿄의 절반 수준으로, 일본 총 47개 도도부현(都道府현) 단위 중 하위 수준이다. 고도 산업은 물론 중공업 시설도 드물기 때문이다.
게다가 관광산업도 예전같지 않다. 한때 신혼여행지로 많은 인기를 누렸지만 항공교통 발달과 지역 관광자원 발굴실패 등이 겹치며 이제는 신혼여행 수요도 거의 없다. 뿐만 아니라 주변 3개 현(가고시마현, 오이타현, 구마모토현)과 달리 온천도 없다.
하지만 미야자키는 2월만큼은 관광객으로 붐비고 지역에 활기도 돈다. 중심인 미야자키역 주변은 물론 북쪽의 미야자키진구 주변과 시를 'L'자로 흐르는 오요도강의 남쪽과 서쪽도 예약이 가능한 빈방을 찾기 힘들 정도다.
출국일 임박해 현지 숙소를 예약한 기자도 시내에 방을 못 구해 외곽에 여장을 풀어야 했다. 식당에도 사람이 가득했고, 거리는 활기가 넘쳤다. 프로야구단 한 팀이 직접 쓰는 돈 10억여원 이상의 경제 효과가 발생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미야자키는 프로야구단 스프링캠프 유치에 적극적이다. 공무원들은 물론 부녀회도 많은 지원을 한다. 2011년 오키나와로 떠나긴 했지만 요미우리가 52년간 전지훈련을 해오던 산마린 스타디움은 관중수 3만석 규모의 야구장으로, 미야자키현의 개보수가 끊임없이 이뤄졌다.
시내에는 곳곳에 이키메노모리 운동공원으로 향하는 이동법을 알리는 표지가 붙었고, 주요 지점엔 다른 훈련장에 향하는 표지도 적지 않았다. 역의 관광안내소 내엔 미야자키를 택한 야구단의 현수막이 붙고, 홍보물도 가득했다.
◇(왼쪽)미야자키역 내에 설치된 관광안내소는 일본 프로야구단의 스프링캠프 기간 중에는 야구장 안내 업무가 적지 않다. (오른쪽)미야자키 스프링캠프 훈련장을 방문하는 팬이 가장 많은 소프트뱅크는 자체 별도 안내 부스를 설치해 안내 중이다. (사진=이준혁 기자)
◇미야자키의 사례가 국내 지자체에 주는 시사점
미야자키에서 스프링캠프를 차린 팀의 전·현직 관계자들은 미야자키의 지원에 대해 입을 모아서 칭찬한다.
환영회를 통해 감동을 주고 실제 생활에서도 만족감을 준다는 것이다. 매년 미야자키를 다시 찾게 되는 배경이다.
미야자키는 도쿄, 오사카 등 대도시들과 상당히 떨어져있다. 따뜻하긴 하지만 오키나와와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미야자키는 야구단 스프링캠프 장소를 좋은 조건에 유치해 행복한 결과를 만들고 있었다. 야구단은 저렴한 비용으로 훈련을 치를 수 있고, 지자체는 야구가 창출하는 경제 효과를 얻는 것이다.
최근 한국에도 연습용 야구장을 건설해 관광수요 창출을 꿈꾸는 남쪽의 지자체가 적지 않다. 이들에게 미야자키의 사례는 많은 시사점을 줄 듯 하다.
◇미야자키에 차린 소프트뱅크 스프링캠프 훈련장에는 많은 사람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룰 경우가 많다. (사진=이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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