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미국과 유로존 그리고 일본, 선진국의 중앙은행들은 양적완화를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다. 시중에 돈을 더 풀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두고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반면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PBOC)은 유동성 논쟁과는 다소 거리를 두고 있다. 그보다는 내실을 다지려는 거시 경제 정책과 발맞춰 금융 시장의 개혁과 개방에 더 많은 무게를 두고 있다. 정책 운용의 독립성이 낮은 만큼 정부의 큰 그림에 따라 움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성장보다는 개혁을 강조하는 5세대 지도부 아래에서 인민은행은 금리와 환율을 점진적으로 시장의 논리에 맡기려 하는 동시에 그림자 금융과 지방 정부 부채 등 지속적인 성장에 독이 되는 문제에는 칼을 대려 하고 있다.
◇금리 자유화·위안화 절상 등 '개방' 잰걸음
다수의 전문가들은 인민은행이 상황에 따라 공격적인 태도와 방어적 태도를 선택적으로 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중한 통화정책을 이어간다는 큰 틀 안에서 중국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려는 개혁과 개방에 있어서는 과감한 모습을 보일 것이란 의견이다.
무엇보다 올해로 12년째 인민은행을 이끌고 있는 저우샤오촨 총재의 역할에 관심이 모아진다. 작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당시 퇴진할 것이란 세간의 예상을 깨고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한 만큼 개혁에 대한 막중한 책임을 안고 있다는 것이 전반적인 반응이다.
중국의 금융 개혁에 있어 가장 큰 관심을 받고있는 것은 금리의 자유화다. 인민은행은 지난해 7월 대출 금리 하한선을 철폐한 데 이어 지난달 초에는 은행의 고액권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을 허용하며 금리 자유화에 보다 가까이 다가섰다.
당장에 예금 금리의 자유화를 선언하지는 않겠지만 시장의 논리를 점진적으로 도입해 자금의 유출입을 보다 원활히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중국 금융 시장 자유화 로드맵(자료=하나대투증권)
유동성 측면에서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같은 대규모 개입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분기말 유동성 경색 현상이 반복되며 단기 금리가 급등하는 것을 막기 위한 미세 조정만이 계속 될 것으로 예상될 뿐이다.
정책 수단 역시 지급준비율이나 기준금리를 건드리기보다는 역환매조건부채권(RP)이나 단기유동성조작(SLO) 등으로 시장을 달랠 것이란 데에 전문가들은 동의하고 있다.
교통은행 금융연구센터는 "향후의 통화정책은 긴축에 다소 편중된 중립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시장의 유동성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당국의 정책 목표"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금리의 전반적 상승 추세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될 전망이다.
김경환 현대증권 연구원은 "유동성 우려가 불거질 수 있는 단기 금리는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유지하겠지만 중장기 금리는 상승을 용인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정숙 하나대투증권 연구원도 "올해의 금리는 전반적으로 지난해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며 "작년 3~4%대를 유지했던 장기 금리가 평균 4~5%대로 올라설 것"이라고 전했다.
환율 측면에서는 위안화 절상을 어느 정도 용인할 것으로 보인다.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 국제 사회를 만족시켜 주려는 의도도 있겠지만 소비 중심의 경제 성장 구도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라도 환율 하락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최근 이강 인민은행 부총재가 "중국의 중산층 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외국의 화장품이나 의류, 전자제품 등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한 점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중국 상하이상업은행은 지난해 2.9% 절상됐던 위안화 환율이 올해에도 3% 정도 절상될 것으로 보인다며 1분기 중 1%의 급격한 절상 추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밖에 상하이 자유무역 시험구를 통한 금융 개방도 관심갖고 지켜볼 문제다. 중국 정부는 이 지역을 금융과 물류, 무역의 중심지로 육성해 개방의 효과를 미리 가늠해 보려는 의도를 갖고있다. 위안화 국제화의 시범 무대로서도 충분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림자 금융·지방정부 부채 엄중 대응.."건강한 시장 발전 유도"
인민은행은 중국의 금융 안정을 위협할 수 있는 요인들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것으로 보인다. 그 선봉에 있는 것이 그림자 금융에 대한 규제다.
◇중국 부문별 그림자 금융 규모(자료=하이투자증권)
그림자 금융은 은행의 재무제표에 기록되지 않으면서 신용공여가 되는 은행의 부외활동을 통해 공급되는 신용과 은행 이외의 부문에서 창출되는 신용을 통칭한다.
은행들의 신탁회사, 자산관리상품, 신용보증회사, 리스회사, 전당포, 사금융 등에서 시작된 그림자 금융은 최근 자산관리상품(WMP)으로까지 범위가 확대됐다.
JP모건체이스의 집계에 따르면 은행권 대출이 위축됐던 지난 2010~2012년 중국의 그림자 금융 대출 규모는 36조위안에 달했다. 종전보다 두 배 가량 불어난 규모다.
박석중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그림자 금융 총합은 최대 28조위안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2009년 이후 특히 빠르게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시중의 자금 조달 수요에 비해 부족했던 은행 대출의 한계를 그림자 금융을 통해 메워왔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최근 몇 년간 그림자 금융의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정부 역시 이를 통제 하기 위한 조치들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작년 3월에는 WMP 판매 규제 내용을 담은 '8호문'을, 11월에는 상업은행의 관리감독을 골자로 하는 '9호문'을 발표한 데 이어 정부는 '107호문'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초 국무원이 규제 당국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 '107호문' 초안에는 비공식 경로를 통한 기업과 지방 정부의 자금 조달 제한, 인민은행 등 금융 감독기관의 그림자 금융 단속 강화 등의 내용이 주를 이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면 단속 계획까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제도권 금융으로 상당 부분 전환 시키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인민은행은 그림자 금융을 단속을 통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지방 정부의 막대한 부채 문제도 함께 해결하려 한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지난 2008년의 128%에서 216%까지 확대됐다"며 "적절한 조치가 없다면 2017년에는 271%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지방정부의 부채 만기가 올해에 다수 집중돼 있다"며 "차환을 통한 미세 조정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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