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훈기자] 인생 후반기는 외국에서 보내볼까?
이민 생활을 꿈꾸며 한국을 떠난 사람의 숫자는 최근 주춤하고 있지만, 뉴질랜드·필리핀과 같은 남아시아·태평양 국가로 떠난 이들의 수는 여전히 증가세다. 외교부에 따르면 전체 재외 교포는 작년 701만여 명으로 지난 2011년보다 2.16% 줄었으나, 남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사는 교포는 7.15% 늘어난 48만여 명이다.
특히 베이비부머(1955년~1963년생) 세대들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은퇴자들을 중심으로 은퇴 이민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은퇴 후 이민을 고민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준비하면 될까.
◇외국에서 살 이유 분명히..사전 준비도 철저히
국내에서 외국으로 보금자리를 옮기는 이민자 수는 줄고 있으나, 우리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은 이민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10월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지난 1년간 이민을 심각하게 고려한 적 있다"라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18%에 달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에서 살아야 하는 이유를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막연히 우리나라의 환경을 싫어하고 외국의 삶을 동경하면서 철저한 준비 없이 떠날 경우 현재보다 더한 어려움을 만리타국에서 겪을 수 있다는 뜻이다.
아울러 외국에서 살게 되면 일자리는 물론 삶의 공간과 인간 관계 등을 모두 새롭게 형성해야 하는 만큼 그것을 뛰어넘는 매력이 이민 대상국에 분명히 있어야 한다.
김동엽 미래에셋 은퇴교육센터장은 "이민을 생각하는 이유가 생활비라면 특정국이 한국보다 물가가 확실히 저렴한지 따져보고, 사업할 계획이 있다면 한국이 아닌 외국에서 성공할 수 있는 분명한 사업 기회인지 따져보고 떠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지 언어 습득과 창업·취업 이민 등 외국에서 정착하는 방식에 대한 준비도 서둘러야 한다. 50~60대 이후 외국에서 살려면 30~40대부터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는 것. 혼자 떠나는 것이 아니라면 외국에서 함께 살아야 하는 가족과의 합의도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
우재룡 한국은퇴연구소장은 "외국에서 창업하거나 취업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므로 어학능력이나 자격증 등 지식 부문은 젊을 때부터 준비해야 한다"며 "동호회 활동을 통한 관련 정보를 습득할 네트워크도 미리 구축하면 좋다"고 말했다.
◇장기 체류로 현지 조사.."장수 리스크도 대비해야"
이민을 확정하기 전에는 현지 장기 체류를 통해 현지 물가, 의료 환경, 창업 기회 등을 자세히 검토해야 한다. 단, 현지에 잠깐 체류해서는 정확한 현지 사정을 알기 어렵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우 소장은 "재외 교포들의 창업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로, 한인끼리 '사업 기회'라며 속이는 경우도 허다하다"면서 "실패하지 않으려면 2~3년 현지에 살면서 사업 아이템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민을 떠난 사람들도 "현지에 사는 한인들이 투자 기회라고 추천한 사업을 믿고 시작했다가 속았다"거나 "물가가 싼 줄 알고 왔더니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비싼 현지 의료비 때문에 수차례 귀국해야 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특히 장수할 위험을 고려해 외국에서 언제까지 살지도 계획해야 한다. 과거보다 평균 수명이 길어진 까닭에 나이가 들수록 의료비 지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부 자산은 국내에 남겨두는 등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는 대비책을 마련해두고 떠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은퇴 이민 전문가들은 "막연한 외국에 대한 동경이나 막연히 한국이 싫어서 준비 없이 떠나면 낭패를 볼 수 있다"며 "일본·미국인들의 이민이 줄어들고 있는 이유도 수명이 길어져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에서 아픈 상태로 외롭게 장수할 위험이 생긴 탓"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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