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컴퓨터 해킹을 통해 낙찰 하한가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지방자치단체에서 발주하는 관급공사를 수주해 온 건설업자와 브로커 등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조재연)는 3일 경기·인천·강원지역 지자체 관급공사를 불법낙찰받은 혐의(컴퓨터 등 사용사기, 입찰방해죄)로 악성프로그램 개발·관리자 3명과 입찰브로커 3개 조직의 조직원 7명, 불법낙찰 건설업자 18명 등 28명을 적발하고 이 중 4명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이들 중 17명을 불구속기소하고 해외도피한 악성프로그램 개발자 등 4명은 지명수배하는 한편, 범행가담 정도가 경미한 건설업자 3명을 입건유예했다.
검찰에 따르면 프로그램 개발을 담당한 김모씨(37) 등은 악성프로그램을 개발한 뒤 입찰브로커와 연결돼 77건의 공사(1100억원 상당) 불법낙찰에 참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브로커들은 재무관의 지인을 통해 재무관 PC에 접근한 뒤, 악성프로그램을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USB를 들고 가 "낙찰과 관련해 괜찮은 정보가 있어 확인을 부탁한다"며 한글파일을 연 뒤, 자동실행 프로그램을 통해 재무관 PC에 악성프로그램을 설치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4월 경북지역에서 재무관PC에 설치된 악성프로그램을 통해 나라장터 시스템으로부터 전송받은 15개 예가(입찰기준가)를 빼낸 뒤 투찰가를 적어내는 수법의 불법낙찰 범죄를 적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 적발된 경기·인천·강원지역 관급공사 조작은 단순히 예가를 읽는 것뿐 아니라 나라장터 시스템으로부터 전송받은 15개 예가 대신 발주된 관급공사의 공고번호, 공사기초금액 등을 토대로 일정한 산술식에 따라 15개 예가 자체를 조작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건설업자들은 조작된 낙찰 하한가를 토대로 통상 수십원에서 1만원 내외의 근소한 차이가 나는 금액을 투찰해 관급공사를 불법낙찰 받았다.
악성프로그램 개발을 주도한 김씨와 윤모씨(58), 홍모씨(41)는 악성프로그램 개발을 주도하고, 특정지역을 전담할 입찰브로커를 지정해 경기지역은 유모씨(62)와 이모씨(36), 강원지역은 또 다른 이모씨(43) 등 3명에게, 인천은 김모씨(49)가 맡도록 하는 등 조직체계를 갖춘 것도 새로운 특징이다.
인천지역의 경우는 지난 2010년 11월 연평도 피격으로 인천 옹진군 일대에 시설 공사 수요가 예상되자 다음해 4월16일 옹진군 재무관PC에 계획적으로 악성프로그램을 설치한 뒤 관급공사 12건(낙찰가 203억원 상당)을 불법 낙찰받은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입찰브로커가 알려준 투찰가로 관급공사를 불법낙찰 받은 건설사들은 통상 입찰브로커에게 낙찰가(부가세 지외)의 4~7% 상당을 현금으로 지급했다. 입찰브로커가 받은 낙찰대가는 총 34억6300만원에 달했다.
검찰은 범죄수익 박탈을 위해 입찰브로커가 취득한 범죄수익 4억3300만원 상당에 대해 입찰브로커의 부동산 등에 대한 추징보전조치를 신청했다.
검찰은 "이번 범죄는 지차체 재무관들과 결탁하거나 입찰에 참여하는 건설사들이 담합하는 등 전형적인 입찰범죄가 아니라 나라장터 전산 시스템 해킹을 통해 낙찰 하한가를 조작하는 신종 입찰범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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