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재벌그룹들이 차입을 위해 금융 계열사를 동원한 경우가 늘고 있다. 금융기관의 대출이 쉽지 않고,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한 자금 차입이 경색된 탓이다.
27일 기업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가 51개 출자총액제한 기업집단 중 49개 기업집단의 올 상반기 계열사로부터의 자금 차입 현황을 조사한 결과, 173건의 계열사간 자금 대여 중 36건(20%)이 보험·캐피탈·대부업체 등 금융 계열사로 확인됐다.
이는 금융기관들이 재벌 계열사라도 재무구조가 좋지 않거나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에 대한 대출을 엄격히 관리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회사채 발행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계열사에서 돈을 빌려 버티는 경우가 많은 것도 한 요인으로 지목됐다.
같은 기간 자금 차입은 총 173건, 2조244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81건, 1조8976억원 대비 건수는 4.4% 감소한 반면 금액은 18.3% 늘었다.
올 상반기 총 차입금은 184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했다. 재벌그룹의 총 차입금 중 계열사 의존도는 1.21%로, 지난해 같은 때보다 0.29%포인트 상승했다.
◇출자총액제한 기업집단 내 계열사간 자금 대여 및 차입 현황( 출처=CEO스코어(단위: 백만 원) / *는 3~8월 기준)
그룹별로는 롯데그룹의 계열사 자금 차입이 가장 많았다. 총 10건, 5628억원에 달했다.
호텔롯데가 롯데인천개발에 4600억원 빌려준 것을 비롯해 금융회사인 롯데캐피탈이 롯데상사와 디시네마오브코리아, 현대정보기술 등에도 돈을 빌려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의 계열사간 차입 의존도는 13.5%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2위는 법정관리를 신청한 동양그룹으로 14건, 444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9건은 동양파이낸셜대부 등을 통한 자금 대여였다. 동양파이낸셜대부는 동양레저·동양인터내셔널·티와이머니대부·동양파워 등에 자금을 빌려줬다.
3위는 부영으로 12건(2988억원)의 계열사간 자금 대여가 이뤄졌다. 동광주택이 부영주택·부영대부파이낸스·부영환경산업·남양개발·남광건설산업 등에, 부영주택은 부영CC와 부영 등에 자금을 빌려줬다.
홈플러스는 홈플러스테스코에 1110억원을 빌려줘 4위에 올랐다. 5위는 946억원을 기록한 이랜드였다. 이랜드는 이랜드월드·이랜드리테일·이랜드건설이 이랜드파크에, 이랜드파크가 이랜드크루즈·돔아트홀·투어몰에 돈을 빌려주는 등 자금거래가 11건 발생했다.
GS는 코스모 계열사간 자금 거래가 많았다. 코스모화학, 코스모글로벌, 코스모앤컴퍼니, 코스모산업, 마루망코리아 등이 얽히고설킨 자금 거래를 일으켰다. GS에너지와 GS건설도 각각 3개·2개 계열사에 자금을 빌려줬다. 총 17건, 848억원 규모다.
KT는 11건의 자금 대여가 주로 금융사인 KT캐피탈을 통해 이뤄졌다. 이니텍스마트로홀딩스, KT링커스, 스마트로, KT텔레캅, KT오아이씨 등이 KT캐피탈로부터 돈을 빌렸다. 총 832억원 수준이다.
동부는 대여금이 759억으로 8위 규모였지만, 건수는 22건으로 가장 많았다. 동부생명·동부화재가 동부하이텍에 대여한 것을 비롯해 동부건설·동부팜한농을 중심으로 자금 대여 및 차입이 집중적으로 일어났다.
STX그룹도 STX·포스텍·STX건설 등을 중심으로 710억원의 계열사 간 자금 거래가 있었다. 포스코그룹은 포스코플랜텍이 성진지오텍에 700억원을 빌려줘 단일 건으로 10위에 올랐다.
이밖에 삼성과 현대차그룹도 각각 1건씩의 계열사간 자금 차입이 이뤄졌다. 각각 37억원, 24억원 규모다. 삼성은 삼성카드가 병원구매솔루션업체인 케어캠프에,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은 열병합발전소업체인 부산정관에너지에 자금을 빌려줬다.
반면 SK와 LG, 현대중공업, 한화, 두산, 신세계, 현대, 금호아시아나, 대림, S-Oil, 영풍, 코오롱, 한진중공업, 태광, 교보생명, 하이트진로, 태영 등 17개 그룹은 상반기 계열사간 자금 대여가 전무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올해 출자총액제한 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돼 공시되지 않은 한솔과 아모레퍼시픽은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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