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은행 매각 오리무중..결국 최고가?
치열한 인수경쟁으로 낙찰가 1.3조 치솟을 수도..`승자의 저주` 우려
2013-11-18 17:32:07 2013-11-18 17:36:03
[뉴스토마토 고재인기자] 우리금융지주 민영의 첫 단추인 자회사 경남은행의 매각 방향이 다시 안개속이다.
 
BS금융(부산은행)과 DGB금융(대구은행)의 인수에 대한 지역 저항이 거센데다가 지역상공회의소가 참여한 경은사랑 컨소시엄은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기업은행의 정부지분 매입과 인수 적절성에 대한 문제까지 도마 위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결국 금융당국이 경남은행 매각의 책임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인수 금액을 가장 많이 써낸 곳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18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경은사랑 컨소시엄과 부산은행 대구은행과 공동 컨소시엄 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지역민심·자금조달 해결 방안 쉽지 않아
 
당초 경남지역 상공인으로 구성된 경은사랑 컨소시엄이 유력한 경남은행 인수자로 떠올랐다.
 
경은사랑 컨소시엄은 경남울산 상공인과 자베즈파트너스, 트루벤인베스트먼트로 구성돼 있다.
 
사모펀드에 은행을 매각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경은사랑으로 방향이 기울었던 이유는 구본진 트루벤인베스트먼트 대표가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구본진 대표는 경제기획원 예산실, 기획예산처 정부개혁실,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 등 요직을 거친 실력자로 인사적체로 고민하는 후배들을 위해 차관보에서 유관기관 수장으로 가지 않고 투자회사를 선택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행정고시 24회 동기로 무시할 수 없는 친분도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1조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하기는 아무리 기획재정부 출신이라고 해도 쉽지가 않은 상황이다.
 
구본진 대표는 "의욕만 가지고 (경남은행 인수가) 되지는 않는다"며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지금은 모아가는 단계"라고 자금을 모으기가 쉽지 않음을 간접적으로 피력했다.
 
금융당국에서 차선책으로 내세운 것이 경은사랑과 부산은행이나 대구은행 한곳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역저항도 해소하고 자금조달 문제도 해결하는 방안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좋다 나쁘다 판단을 내릴 것이 없다"며 "기준이 뭐가 될지 모르겠지만 자격기준과 가격 등이 맞으면 경은사랑이든 BS나 DGB 등 (컨소시엄이) 다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같은 차선책은 긍정적인 반응이 예상됐지만 시장의 반응을 싸늘하다.
 
가장 큰 문제는 경남은행의 경영권을 누가 가져가느냐다. 경은사랑은 지역 중심의 경제활성화 차원으로 일부 경영진 선임을 요구할 것이 예상되고,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은 그룹 시너지 차원에서 통합경영을 추진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 수익의 분배문제도 풀기 어려운 문제다.
 
A은행 관계자는 "지역 민심과 자금조달 등을 해결하기에는 경은사랑과 지역은행과 컨소시엄이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지만 실질적인 경영과 이익배분 등의 문제를 풀어가기가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구본진 대표도 "(부산은행이나 대구은행과) 컨소시엄을 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항상 열려있다"면서도 "하지만 경남상공인과 부산은행이나 대구은행 등 참여자의 이익을 고려해 접점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최고가 방식 밖에..배팅경쟁으로 '승자의 저주' 우려
 
나름대로 자금력을 가진 기업은행이 경남은행을 인수할 경우 가장 잡음이 작을 것이라는 평가가 있었지만 최근 기획재정부가 정부지분 매입 요청이 들어오면서 자금조달의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기업은행의 지분 68.9%를 보유한 최대 주주여서 경남은행을 인수할 경우 민영화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이 결국 선택할 수밖에 없는 길은 최고가 방식이 될 거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미 론스타에 밀어주기 논란이 있었기 때문에 이같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는 공정입찰방식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다는 것.
 
하지만 이같은 최고가 방식의 경우 인수자에게 '승자의 저주'라는 징크스가 따라 붙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 경남은행 매각가로 예상되는 금액은 1조원 규모다. 하지만 최종 입찰에서 경남은행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1조3000억원을 넘어서는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B은행 관계자는 "최고가 방식으로 경남은행 인수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1조3000억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며 "이 경우 무리한 인수가격으로 인수 후에 더욱 경영난을 겪는 승자의 저주가 될 수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종 입찰 대상자로 선정된 BS금융, DGB금융, 경은사랑 컨소시엄, 기업은행 등 4곳은 경남은행에 대한 실사를 진행중이며 다음달 23일 최종 입찰을 통해 우선협상자를 선정하게 된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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