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시장의 관심은 확인된 실적보다 과연 이 같은 부진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 여부다. 더구나 앞선 두 회사는 물론 해운업계 전체가 유동성 위기의 고사상태에 빠져 있어 전문가들은 자칫 도미노처럼 파국을 맞을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대부분 전문가들이 내년 해운 업황에 대해 비관적 전망을 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미국과 유럽의 경기 회복이 수익성 개선의 반전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반론도 내놓고 있다.
다만 물동량이 살아나고 운임이 오른다 해도 이미 선박 등 돈이 될 만한 자산을 매각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경기 회복 효과를 누리지 못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미래 또한 지극히 불투명하다는 얘기다.
한진해운은 지난 14일 올 3분기 매출액 2조7079억원, 영업손실 21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2% 감소했다. 한진해운은 수송량 증가에도 선박의 공급과잉으로 인한 운임회복 지연으로 부진한 실적을 이어갔다. 그나마 BDI(벌크운임지수) 회복에 힘입어 벌크 부문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한 3663억원을 기록한 게 위안.
현대상선은 올 3분기 매출액 1조7396억원, 영업손실 4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2%, 7.8% 감소하며 부진한 실적을 이어갔다. 3분기 컨테이너 물동량은 80만6062TEU로 전년(78만1529TEU) 대비 3.1%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운임하락에 따른 영향이 컸기 때문.
지난 2011년 이후 선진국 경기 둔화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컨테이너 물량동이 급감했고, 여기에 대형 선사들을 중심으로 ‘치킨게임’에 나서면서 운임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특히 내년 상반기 머스크, MSC, CMA CGM 등 글로벌 3대 해운업체들의 동맹체인 얼라이언스 ‘P3 Network’ 출범을 예고해 추가적인 운임 경쟁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대형 해운업체들끼리 뭉쳐 시장을 독식하고, 자금력이 부족한 선사들을 퇴출시키겠다는 심산이다.
시장 전망도 여의치 않다. 조선해운 전문 리서치기관인 클락슨(Clarkson)은 내년 컨테이너선의 공급량 순증가율 역시 5.4%에 그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다만 미국과 유럽의 경기 회복으로 컨테이너 물동량이 6.1% 증가하면서 수급 밸런스 개선을 예상했다.
◇한진해운 부산신항 컨테이너 하적장 모습.(사진=뉴스토마토)
일부 전문가들은 이르면 내년 하반기쯤 이르러서야 해운 업황이 회복될 것을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다. 최근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발주량이 늘고 해운업황을 나타내는 BDI가 차츰 회복세를 보이는 게 근거로 작용했다.
무엇보다 미국과 유럽의 경제 성장세가 관건인데,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 미국과 유럽의 경기선행지수(CLI)에 대해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경기예측지표인 CLI는 미국 100.9, 유럽(유로화 17개국) 100.6으로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CLI는 100이상이면 경기 확장을, 100이하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여기에 글로벌 선사들이 감속운행, 계선, 노선 합리화 등의 자구 노력을 지속하고 있어 내년 최악의 상황은 벗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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